사회복지사, 너의 이름은?

사회복지사는 전문가인가? - (3) 전문가의 호칭

by 오아시스

“사회복지사는 전문가인가?” 누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하겠지만 속으로는 ‘그런가?’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복지사인 나 스스로는 전문가라고 다짐하며 살고 있지만 막상 설문지나 회원가입을 할 때 직업을 묻는 질문에서 전문직에 체크해야 할지 서비스업에 체크해야 할지 아니면 ‘기타(사회복지사)’로 써야할지 망설일 때가 많다. 더군다나 나는 삼수에 걸쳐 어렵게 따낸 사회복지사 1급 자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10년이 훌쩍 넘도록 사회복지사로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스스로 전문가라는 확신이 들지 않아 슬픈 자괴감이 든다.♣


얼마 전 스마트복지관에 새로 입사한 신입사회복지사가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유는 평소 복지관을 자주 오시는 할아버지가 자신을 ‘아가씨!’라고 불러 몹시 속상하다고 했다. 신입직원의 볼멘소리에 나는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사회복지사에 대해 잘 몰라서 간혹 그런 경우가 있다며 살살 다독여 줬다. 그리고 다음에 그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 뵙게 되면 명함을 드리면서 자신을 사회복지사라고 정중히 소개하라고 했다. 그렇게 돌아서려던 찰나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낯선 할아버지가 던진 얄궂은 호칭에 이제 갓 사회에 나온 새내기 사회복지사는 얼마나 황당했을까? 분명 그 직원은 ‘내가 이러려고 사회복지사를 했나’하는 자괴감도 들지 않았을까? 그냥 별일 아닌 듯 넘어가려고 했던 나의 행동이 그 신입직원에게 상처가 되었을까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그 할아버지의 입장에서 손녀 벌 되는 복지관의 여직원을 부를 때 마땅히 떠오르는 호칭이 없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긴 했다. 과연 사회복지사는 어떤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좋을까?

"저기요!", "아가씨!", "어이~!", "야!"

호칭의 문제는 비단 사회복지사뿐만 아니라 소위 전문가이라고 불리는 전문직 종사자들에게는 일상에서 흔히 있는 일이기도 하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병원에서 환자가 의사를 부를 때 보통 ‘의사선생님’이라고 많이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저기요!’라고 가장 많이 불린다고 한다. 간호사들의 호칭은 더 심각했다. ‘저기요!’는 기본이고, ‘언니’, ‘아가씨’, ‘총각’...... 심지어는 ‘어이!’, ‘야!’ 등 거의 성희롱에 가까운 호칭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흰 가운을 입고 신분이 적힌 명찰까지 찬, 더군다나 생명을 다루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이처럼 홀대를 받고 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의사와 간호사들의 상황이 이정도인데 사회복지사들의 일상은 오죽할지 대충 짐작이 간다.


우리사회에서 호칭은 참 중요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명함부터 건네며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과 직급을 알리고, 명함에 적힌 대로 ‘김 과장님’, ‘박 부장님’으로 서로를 호칭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다 혹시라도 성씨라도 같으면 본(本)과 족보의 항렬에 이르기까지 호구조사로 이어지기도 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김 과장님’이 ‘김 과장’으로 바뀌기도 하고 어쩌다 생면부지 형님동생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의 호칭문화에는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다음에야 반드시 둘 사이의 서열관계가 투영되어 있다. 그래서 병원에서건 사회복지관에서건 요즘들어 연장자들과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사람 간에 벌어지는 호칭의 문제는 오랫동안 뿌리박힌 우리 유교문화의 잘못된 잔재라고도 볼 수 있다.


사회복지사와 선생님

유교적 위계질서에 의한 호칭문화는 우리 사회에서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사회복지조직도 예외는 아니다. 내가 처음 직업으로서 사회복지사가 되었을 때 사람들은 나를 ‘선생님’으로 불렀다. 아니나 다를까 사회복지사들은 오늘 처음 만난 사이라도 상대가 사회복지사임을 확인하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서로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필자도 처음에는 ‘선생님’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처음 만난 상대를 높여 부를 때 쓰는 존칭의 의미로 쓰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에 별 거리낌 없이 불렀던 것 같다. 그런데 사회복지사들끼리 쓰는 ‘선생님’이란 호칭은 그리 오래 쓰이지는 못했다. 처음에는 서로를 ‘선생님’으로 부르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방의 직급이 확인이 되면 그 때부터는 ‘과장님’, ‘부장님’으로 호칭한다. 아마도 직급이 확인된 이후에도 계속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왠지 예의에 어긋나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사회복지현장 어디에서도 ‘사회복지사’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고 보니 나도 10년이 넘도록 사회복지사로 살아오면서 남들이 나를 ‘사회복지사’로 부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처음 몇 년은 ‘선생님’으로 불리다가 운 좋게 승진을 하게 된 이후부터는 남들과 마찬가지로 ‘팀장님’, ‘과장님’으로 불렸다. 일부러 나를 ‘사회복지사’로 소개하지 않는 이상 남들이 나를 사회복지사로 생각할 리가 만무했다. 그러다보니 나 자신조차도 점점 사회복지사라는 걸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고민할 때가 많다. 지금에 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던 것은 직급이 없는 사회복지사를 마땅히 부를 호칭이 없어서 했던 말이었던 것 같다. 사회복지사조차 (직급이 없는)사회복지사를 ‘선생님’(대게는 ‘쌤’)이라고 부르는데, 팔십이 넘은 할아버지가 겉모습만 봐서는 일반인과 전혀 구별이 안 되고 신분이 불확실한 젊은 사람을 보고 적절한 호칭을 기대하는 것부터가 어딘가 모르게 모순처럼 느껴진다.

사회복지사가 부끄러운가

사회복지사는 국가에서 인정한 전문가다. 국가에서 전문가의 자격을 인정하는 것은 그 업무영역이 아무나 할 수 없는 전문적 지식과 능력을 갖췄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검사나 변호사, 의사, 세무사, 건축사 등 일명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군이 이에 속한다. 사회복지사도 그런 면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호칭은 어떤지 한번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들의 호칭에 따라 사회적 위상이 어떤지도......


사회복지사라는 이름이 부끄러운가. 나도 한 때는 그런 적이 있었다. 딱히 내세울 것도 없고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초라한 현실이 스스로 신분을 숨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사회복지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여러 가지 문제들도 스스로를 사회복지사로 자각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누구인지, 사회복지사가 무엇인지 알면 그런 해괴망측한 일은 저지르지는 못할 텐데 말이다. 사회복지사가 아직도 여전히 멀기만 한 전문가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높은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추어야 하겠지만 그 이전에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 왜 존재하는지부터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누구도 나를 사회복지사라고 불러 주기 전에는 나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나를, 남들이 나를, 사회복지사가 사회복지사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나는 비로소 꽃이 된다. 누군가의 정체성은 바로 그의 이름을 불러 줄 때 찾을 수 있다.


... 사회복지사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알쓸복잡


네, OOO건축사입니다!
“소장님! 전화 왔습니다. 설계의뢰인거 같은데 돌려드릴까요?”
“어... 네, OOO건축사입니다.”
그날따라 난 수십년 불리어왔던 ‘소장’이라는 호칭대신 ‘건축사’라는 호칭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프로젝트는 시작됐고, 설계과정 내내 건축주는 날 ‘OOO건축사’라고 칭했다. 그러다보니 시공사 사장도, 시공현장에서 작업자들도 나를 ‘OOO건축사’라고 불렀다.
“어이 O씨~ 아직 그거 하지마~ 건축사님 와서 확인한 후 해야혀~~”
내가 현장에 와 있는 줄 모르고 작업자들끼리 나누던 얘기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우선 나에게 생긴 변화다. 재료, 디테일, 샾, 현장기술지도 등 예전에 가볍게 여기거나 귀찮아하던 일들을 더 많이 챙기게 되었다. 그리고 현장에서도 건축사의 감수 없이 시공하는 일도 없어졌을 뿐 아니라 규정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게 되었다. 수십 년간 아무 생각없이 써왔던 ‘소장’이라는 호칭을 버리고 전문가를 칭하는 ‘건축사’라는 호칭이 불러온 변화였다.
- 최홍종 건축사의 칼럼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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