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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민경 Mar 03. 2023

마음대로 떠들어본 나의 장점들

자존감 09.

계속해서 주눅 든 모습만 들춰버리자, 잊고 지냈던 나의 장점들이 불현듯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나의 장점들... 과연 뭐가 있을까. 글을 쓰는 재주가 있다거나 책을 좋아한다는 것? 혹은 생각이 차분하고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가 장점이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아, 생각해 보니 언어에 대한 감각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일본어라도 하나 배워둔 덕분인가 싶기도 하지만, 외국의 문화나 언어적 차이에 대해서 특별한 거부감이 없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학생 때처럼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떤 언어라도 3개월 안에 기초적인 회화 정도는 무난하게 이어나갈 자신이 있다. 영어는 지금보다 조금 더 흥미가 생겼을 때 공부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고, 최근에는 베트남에 관심이 생겨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베트남 노래를 찾아 듣고 있다. 만약 지금의 흥미가 언어에 대한 호기심으로까지 이어진다면, 그때는 베트남어 공부에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또 다른 장점을 생각해 본다면, 평소에 요리를 곧잘 잘한다는 소리를 제법 들었던 기억이 난다. 오랜 시간을 혼자서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사 먹는 음식이 먹기 싫어질 때가 분명히 있다. 나는 비교적 그 시기가 빠르게 찾아왔던 덕분에 어릴 때부터 이것저것 다양한 요리들을 직접 만들어서 먹곤 했었다. 찌개나 국은 말할 것도 없고, 볶음이나 찜, 나물과 김치 정도는 어렵지 않게 만들어서 끼니를 챙겨 먹는 편이다. 요리를 따로 배워본 적은 없었지만 평소에도 다양한 음식을 좋아하던 덕분에 그럭저럭 맛을 흉내 내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 요리를 하는 일은 나름의 집중력이 필요한 만큼, 머릿속의 잡생각을 말끔히 떨쳐버릴 수 있는 부분이 참 좋았다. 사람이 음식을 먹는 일은 생활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취미라고 생각해 본 적이 딱히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되짚어 본다면, 아무래도 의식하지 못했던 사이에 음식을 만드는 일 자체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시간이 지난 뒤에 지금의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스스로가 조금 더 다재다능한 사람이 되어 있기를 소망해 본다. 그리고 더 이상은 장점이라 할 만한 것들이 딱히 생각나질 않으니, 이 글은 여기까지만 쓰는 걸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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