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O, CLO, CBO, CTO, CMO, CSO... 업계에는 정말 다양한 C레벨 종류가 존재하는 것 같다.
여기서 C레벨의 C는 Chief를 의미하는데, 즉 각 분야의 최고 의사 결정권자이자 최고 책임자라는 의미이다.
CMO(Chief Marketing Officer)를 예로 들면, CMO는 한 회사의 모든 마케팅 활동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고 마케팅 조직을 총괄한다. 그리고 그러한 마케팅 실행,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직급이다. 한마디로 말해 그 회사의 '마케팅' 대표이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COO, CTO, CFO 등 다른 분야 C레벨의 역할도 얼추 이해가 되는 것 같다. 각각 운영(Operating), 개발/기술(Techinical), 재무(Financial) 분야의 대표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그런데 나는 CSO(Chief Strategy) 즉, 전략(Strategy)은 조금 애매하다고 생각했었다. 마케팅 전략, 운영 전략 처럼 모든 분야에 전략이 있는데, 전략을 따로 떼어서 의사결정권을 준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어떤 대기업과의 미팅에서 실제로 들었던 말이다. CSO라고 하니, CS(Customer Satisfaction. 흔히 고객의 불만사항 정도로 통용)부문을 담당하는 C레벨 정도로 이해하셨던 것 같다.
CS와도 헷갈리기 쉽고, Strategy라는 포괄적인 전략을 담당하는 Chief라고? CMO처럼 직관적이지도 않아 진짜 이렇게 오해할만도 했던 것 같다.
나는 차량관리 앱 마이클을 만드는 마카롱팩토리라는 곳에서 약 2년 반 정도 CSO로서 일하고 있다. 사실 CSO를 맡아달라는 대표님의 첫 부탁 이후 한 3번 정도 거절했던 것 같다.
스스로 그럴 깜냥이 되지 않는다고도 생각했고, 나 역시 CSO의 역할에 대해서도 잘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결국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내가 이 서비스와 조직을 많이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찌보면 인생을 걸고 회사와 한 배를 타게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CSO 수락 당시, 회사는 오랜 정체로 새로운 동력이 필요할 때였고, 모두가 지쳐있을 때였다. 2022년 당시에는 월 BEP 달성에 성공했고 그 자체로도 훌륭한 성과였지만, 성장하지 않으니 조직의 생동감이 떨어지고, 관성적으로 일하는 것에 익숙해져 갔다. 솔직히, 당시의 우리 회사를 스타트업으로 보기엔 힘들었다.
(여담이지만 이때 확실히 깨닫게 된 것 같다. 성장하지 않고 있음에 괴로워하지 않는다면 스타트업이 아니라는 것을)
그러나 우리에겐 미션과 비전이 있었고, 명확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시 회사에 새로운 동력과 에너지가 필요할 때였지만, 모두가 지쳐있어 변화를 일으킬만한 잠재력을 가진 사람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수락했다. 이 서비스를 정말 성장시키고 싶었고, 이 분위기를 정말 반전시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려면 나 스스로를 더 몰아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고, 또 그럴만한 권한도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어디서나 통용되는 C레벨 역할 정의는 중요하지 않을 뿐더러 불가능하다.
회사마다 요구되는 역할이 정말 다르기 때문이다.
커버해야 하는 수평적인 범위도 다르고, 요구되는 수직적인 깊이도 다르다.
그래서 우리 회사에서 정의하는 나(CSO)의 역할도 많은 고민을 거친 후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제갈공명처럼 뛰어난 참모, 전략가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전략'하면 뭔가 제갈공명이 떠오르고, 굉장한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어떤 느낌이랄까?
사실 전략은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나와 이 회사에서는 '성장'이었다.
그래서 나는 CSO의 S를 단순하게 '성장'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 회사와 서비스, 조직을 성장시키는 데 최고 책임이 있는 사람. 회사가 성장하지 못하거나, 조직의 에너지레벨이 높게 유지되지 않으면 내가 내 일을 잘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초기에는 너무 스스로 책임을 다 떠 안으려다보니 병도 얻었었지만, 지금은 컨트롤 하는 법을 조금씩 깨우치고 실행하고 있다)
사업을 성장시키려면 조직이 필요하다. 때문에 사업가, 경영자들은 조직과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조직을 하나로 결집시키고 운영하려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또 사업에 대한 이해, 시장과 고객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즉 사업과 조직은 떼어지지 않는 하나의 운명 공동체이다. 그래서 실제로 내 하루 일과도 전사 사업계획&성과 공유, 조직 개편, 1on1 등 사업과 조직 관점에서 동기를 부여하거나 변화를 이끄는 일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과정에서 인풋/아웃풋 밸런스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 모든 건 결국 성장을 향해있다.
이 서비스와 조직이 좋았고 성장시키고 싶었다. 당시 누구보다 이 회사와 조직을 성장시키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는 자부할 수 있었다. 당시 대표님의 CSO 제안도 이러한 나의 에너지레벨과 그릿을 보고, 전체 조직에게 적용하고자 했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생각하고 있다.
CSO가 된지 벌써 2년하고도 반이다. (회사 합류한지는 벌써 6년 ㄷㄷ)
(찾아보니 6년 전 "대기업을 뛰쳐나온 어느 스타트업 신입의 일기"라는 발칙한 제목으로 쓴 글도 있었다; https://brunch.co.kr/@feelament/6)
정말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시간이었다. 환희와 성취, 기쁨이 있었던 만큼 그보다 더 한 슬픔과 좌절, 배신감과 실망감, 초라함, 고독함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로부터 배워서 더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배움의 과정은 계속 현재 진행중이다. 그동안 배워왔던 것, 앞으로 또 배울 것들이 너무 값지고 가치있을 것이기에 글로써라도 정리해서 남기고자 한다. 이 회사에서는 고객과 시장, 사업, 업무에 대해서 배우는 것 뿐만 아니라 이제 인생도 함께 배우고 있는 것만 같다.
ps1. 앞으로 조직과 서비스, 사업을 운영하면서 제 스스로 배움이 있다고 느꼈던 점들을 하나씩 적어 올려보려합니다.
ps2. 자동차 관리 생태계를 혁신해 나가는 마이클 팀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 확인 또는 grey@macarong.net으로 편하게 문의주세요. 언제든 환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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