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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네시 Dec 05. 2021

어이없는 밤

여기가 군대도 아니고, 봉와직염이라니..ㅠ

추운 초겨울 날 저녁. 여느 때와 같이 아내와 함께 필라테스를 하러 가기 위해 잰걸음을 옮긴다. 걸어서 12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 여유있게 출발하는 편이었는데, 퇴근 후 썰을 풀다 보면 자꾸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 출근 전 잠깐 얼굴 보고 퇴근하자마자 밥도 허겁지겁 먹고(사실상 퇴근길에 김밥 한줄 먹는 게 다다.) 곧바로 운동을 가야 스케줄이 맞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루틴이 되었다.


늦게 운동을 가자니 너무 피곤하고, 일찍 가자니 밥을 좀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린 후자를 선택해 움직이고 있다. 그렇게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필라테스 스튜디오에 도착! 음, 평소랑은 몸상태가 다른 느낌이다. 생전 다친 적 없던 오른쪽 발목 근처가 뻐근하다. 추운 날 종종걸음을 걸어와 그런가 보다 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폼롤러 스트레칭도 5분 이상 하고 시작했을텐데 늦게 도착한 탓에 1분밖에 몸을 못 풀었다. 이것이 복선이었을까?


운동의 시작은 가볍게 런지부터였다. 평소 근력 운동을 할 일이 없어 이런걸 할때면 신이 난다. 좌우 밸런스도 좀 흐트러져있긴 하지만 이정도 쯤은 문제 없다. 허벅지와 엉덩이를 좀 조져준(?) 다음 리포머에서 복근과 코어 단련을 한다.


코어 할때부터 컨디션 난조가 시작되었다. 단순히 힘든게 아니라 '억지로 하다 다칠것 같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몸의 에너지가 없는 느낌이었다. 결국 쉬운 동작만 하고 힘든 구간은 최대한 패스하면서 진도를 따라갔다. 돈이 아깝단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여러 번 다쳐본 터라 상태가 더 나빠지는 것보단 조절하는게 낫다는 게 내 판단이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론 나쁜 판단은 아니었다.


그렇게 1시간의 수업이 끝나고, 운동 전 살짝 뻐근했던 오른발목이 다시 아파왔다. 운동하던 중에는 별 이상이 없었는데, 갑자기 쑤셔오니 좀 당황스러웠다. 무릎은 원체 안좋았기에 운동 끝나고 무릎 통증이 가실 때까지 조금 쉰 적은 있어도 발목 통증은 처음이라 갸우뚱했다. 심지어 쉬어도 나아지지 않아 집에 돌아가는 길 내내 절뚝였다.


'아니, 내가 무슨 심한 운동을 했다고 이래?'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집에 온 뒤에도 내가 설마 다쳤을 거란 생각은 못했다. 샤워를 하고 조금 근육이 놀라서 그런걸거란 생각에 냉찜질을 하며 tv를 봤다. 요즘 핫한 스우파의 후속편 스걸파를 보며 휴식을 취하다 보면 좀 낫겠지란 생각이었다.


그러나 통증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붓는 느낌이었다. 사태가 심각함을 느끼고, 내일 출근할 때 운전을 할수 없는 상태라(오른발이니) 집 근처 사는 동료에게 연락을 했다. 내일 출근길에 같이 갈수 있겠냐고. 오케이 싸인을 받고 불안한 맘을 안고 자리에 누운 나는, 아침이면 좀 나아지길 하는 기댈 곳 없는 기도를 하며 잠이 들었다.



그 사태가 벌어진지 벌써 5일째다. 나는 결국 종합병원에 입원을 했고,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동네 병원에서 근육통이라는 진단과 함께 스테로이드 주사와 충격파 치료를 받던 순간이 떠올라 빡침이 잠시 올라왔다. 근육통은 개뿔, 염증이 퍼져 자칫 하면 큰 병이 될 수도 있던 '봉와직염' 진단을 받았다. 통증이 시작된 3일째 아침,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 큰병원을 가보기로 한 결정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 지금은 항생제와 진통제를 맞으며 휴식을 취하니 아주 천천히지만 나아지고 있음에 안심이다.


방심할 순 없다. 아직도 다리를 내리면 통증이 오고, 붓기도 다 빠지지 않았다. 20대 펄펄 나는 남자 군인들도 심하면 한달 넘게 아프다는데, 입 다물고 휴식을 취해야 할 듯 싶다. 이제 겨우 입원 3일차인데 너무 답답한 게 탈이다.. 탈출하고 싶다.. ㅠㅠ



봉와직염이 원인이라고 하니, 돌이켜보면 한참 맞고 있던 침 치료가 근본원인으로 추정된다. 다리에 피부 습진이 오래도록 있어 괴로웠는데 한의원에서 치료받으며 많이 좋아졌었다. 그러나 그 침 치료가 이렇게 독이 되어 돌아올 줄 누가 알았으랴. 이젠 피부도 어느정도 나았으니 이번 증상이 낫고 나면 스스로 음식조절하고 보습을 잘 해주면서 완치에 도전해봐야겠다.


피부도, 다리도 모두 염증에 의한 것들이었으니, 앞으로 좀더 염증에 대한 공부와 대비를 해야겠다. 공부는 정말 끝이 없다. 아우 머리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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