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흙으로 만들고, 만나고, 쓰는 사람

by 로하

"그럴 리가요. 도자기라니요. 하하"


이렇게 이야기는 시작되었지만 나는 어쨌든 그 '도자기'와 함께 하는 삶의 형태를 지금 가지 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직장인'이라는 수식어를 버리고 스페인으로 떠난 후부터 빈 괄호로 남은 나의 이름 앞자리의 정답 찾기는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당연히 도예가 아닌가요?”

이렇게 물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도자기를 배우고, 그것으로 무언가를 한지 벌써 10년이 되어가면서도 ‘도예가’라는 수식어를 나의 이름 앞에 붙이는 것이 여전히 어색하다.


페루 여행 중에 만난 두 명의 젊은 도예가가 있다. 하루 Haru는 페루에 여행 온 브라질 도예가였고 산티아고 Santiago는 페루 리마의 도예가였다. 둘 다 도예를 시작한 지는 7년 남짓 되었다. 재미있게도 나와 비슷하게 도예가 이전 직업은 미디어 관련 일들이었다. 하루는 인터넷 매체의 기자로 일했고 산티아고는 영상미디어를 전공하고 전공을 살려 직장생활을 한동안 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도자기의 매력에 푹 빠져서 직업과 도자기를 병행하는 시간이 이어졌고, 본격적으로 도예만 한지는 3년, 2년 그렇게 길지 않았다.


도자기의 개인적 역사로만 보면 그들이나 나나 별반 다를 것은 없었다. 오히려 시작점은 내가 조금 빠르기도 했다. 하지만 왜인지 그들이 스스로를 ‘도예가’라고 부르는 것에는 어떤 망설임이나 군더더기 같은 설명이 없었다. 그들의 그런 당연함이 이상하게도 나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았다. 당연한 당당함이 부럽기도 했지만 나는 여전히 나의 이름 앞 괄호를 비워둔다. 미리 꿈꾸고 예측하지 않고 어느새 되어 가고 있는 ‘무엇’에 쉽게 마침표를 찍고 싶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얼마 전 모 글 공모전에 당선이 되어 자기 소개하는 멘트를 한 줄로 써야 할 일이 있었는데 고민하다가 만든 문장이 지금까지는 나를 설명하는 말로 썩 맘에 들었다.


“흙으로 만들고, 만나고, 씁니다”


여전히 동작성 속에 있는 이 문장이 다다르는 말, 그 단어 찾기 혹은 만나기의 여정 동안 나도 점점 아직 만나지 못한 그 단어에 가까워져 있길 바란다. 어느 순간 그렇게 괄호 안은 나도 모르는 새 채워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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