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가 되는 일은 여전히 나에게는 어렵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나의 노동력을 팔았다. 매번 나를 증명하고 소개할 필요 없이 한 번의 나의 소개로 선택이 되면 그 값은 대략적으로 정해지고 조정된다. 그리고 회사가 요구하는 틀에 맞게 무언가는 만들어내고 생산하고 성과를 내면 되었다. 미션을 주는 주체가 있으므로 나의 역할은 그 미션을 얼마나 좋은 결과로 만들어 내느냐 하는 것이었다.
‘셀프 생산자 되었다’는 것은 내가 생산할 것에 대해 매번 스스로에게 미션을 주고, 그것이 잘 수행되도록 책임져야 하며 그렇게 만들어진 것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찾아 팔아야 하는 시스템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공예는 생필품의 영역이 아니니 고객의 취향도 단일하지 않다.
한 예술 마켓에 첫 셀러 신청을 하고 선정이 되었을 때 선정의 기쁨과 함께 걱정도 컸다. 과연 어떤 도자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만들어 사람들을 만나야 할까. 내가 만든 것들이 사람들의 관심 안에 들어가기는 할까. ‘그냥 재미로 나가는 거야’라며 가벼운 출사표를 던지듯 이야기했지만 사람들이 나의 도자기를 보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시큰둥하거나 하면 마음이 평안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은 없었다.
가격 책정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수공예품의 가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라 무엇을 기준으로 나의 가치를 정할지는 지금도 매 순간 고민되는 일이다.
“와 이거 정말 특이하네요”
“선물하면 좋겠다.”
다소 긴장하고 자신감 없는 초보 셀러에게 사람들이 구매까지 이어지지 않아도 뭔가 긍정적인 문장을 남기고 갈 때면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러다 구매로 이어져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낸 무엇이 누군가의 손으로 건너가는 경험은 특별했다.
구경하고 그냥 갔다가 다시 한참을 돌아 생각났다며 구매를 하러 오는 손님을 볼 때면 뿌듯했고 남미의 이야기를 담은 도자기에 자신들의 경험을 보태어 나누며 이것저것 물어보는 분들은 반가웠다. 오롯이 나와 도자기가 한 몸으로 서있는 작은 판매부스에서 나는 조금 부끄럽고 수줍었지만 차츰 사람들의 걸음과 이야기로 설레기 시작했다.
다행히 첫 마켓 점수는 나쁘지 않았다. 아마 그 첫 경험이 좋지 않았다면 조금은 의기소침해졌을 것이다. 모든 마켓이 다 성공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처음이 좋았던 것이 다음을 기대하고, 가능하게 했다.
여전히 나에게는 만들고 파는 일이 어렵다.
요즘처럼 모든 것이 넘쳐나는 시기에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은 조심스럽고 어딘가에 쓰이지 않으면 쓰레기가 될 일이라 마음이 무겁다. 어떤 것을 어느 정도로 누구에게 필요한 물건으로 만들어야 그래도 선한 생산의 영역에 있을 수 있을까. 언제나 숙제로 남는다.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되는 일은 그렇게 또 다른 책임이 있다.
“그냥 착실한 선한 소비자로 남을 걸 그랬어”
종종 드는 생각이다.
셀러라는 이름. 판매자.
판매자 이전에 생산자로서의 태도에 더 중요할 텐데 먹고사는 일은 어떻게 팔 건 인가에 더 집중하게 되기 마련이다.
누구나 생산자가 되는 시대. 이 시대에 유연한 밀레니얼 세대가 아니고 틀 안에서 호흡하고 움직이는 것에 익숙한 나에게는 셀프 노동에 여전히 조금은 서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