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lized Mar 19. 2018

사이

겨울과 봄 사이

학교 수업이 끝났다. 오후  , 어딜 가야 할지 모르겠다. 겨울과  사이  요맘때 불어오는 차가움과 시원함 사이의 바람은 가뜩이나 파란 캘리포니아 하늘을  총명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학교 주차장에 이르러 주차된  지붕을 바라본다.  동 쌓여있던 먼지가 지금  마음을 보는 듯하다.   마음은  아무 손길이 닿지 않았다는   공허하고 먼지가 쌓여있을까, 정답을 찾으려  년간 고심해왔지만 결론은 윤곽도 잡히지 못한  등장하지 못한다. 그저  마음엔 불안함과 공허함의 먼지만 쌓여갈 .


집에 가는  차에서 마시는 콜드브루  잔이 불어오는 바람 덕에 들뜬  가슴을 물리적으로  뛰게 만든다.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구름   없는 맑고 좋은  나는  곳도 딱히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다. 외로움인가? 나에게 외로움은 항상 부정적인 감정이었다. 그저 혼자 있는걸  견뎌하는 유치원 아이들이나 느끼는 원초적이고 쓸데없는 감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외로움을 인정한다.  또한 지금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나의 감정과 사색들을 공유하며 의지하고 싶다. 하지만 내면의 외로움을 달래보려 억지로 사람들을 만나보면 30분도  되어 머릿속에 "집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고 만다. 남자건 여자건, 선배건 후배건 나를 위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도 나는 다시 홀로 외로움을 선택하려 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난 이 외로움이 좋아!" 괜한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부질없는 희망을 바라느니 홀로 집에 가는 길에 마시는 콜드 브루 한 잔이 난 더 행복하다.


그리곤 하늘을 쳐다보며 불어오는 바람을 한껏 내 가슴에 채운다. 겨울과 봄 사이 계절이 바뀔 때마다 불어오는 이 차가움과 시원함 사이의 바람은 해를 거듭할 때마다 매 순간 그 당시 나의 기분과 상황들을 고스란히 전달해준다. 그 어떤 향수와 음악보다도 기억과 추억을 되감기 시켜준다. "그때 나는 그랬지.."라는 앞으로의 기억들에 나의 추억들이 온전히 그리고 또 차분히 쌓였으면 좋겠다.



나는 항상 '사이'가 좋다.


'사이'란 무언가의 사이의 공간을 의미한다. 그런 사이의 공간은 늘 외로움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틈새, 비어있는 그 사이는 내 마음에도 온전히 존재한다. 누군가는 비어있는 이 공간을 채우려 들겠지만 난 그냥 내버려두고 싶다. 그래야 마음의 여유가 있지 않을까? 마음에 무언가로 가득 차 있기만 한다면 우리는 조금의 여유를 돌볼 시간도 없을 것이다. 그 마음의 사이, 외로움은 나를 달래주는 감정이자 마음이 쉬어가는 공간이라 생각한다.


잠을 잘 때 벽과 침대 사이에 코를 파묻으면 느껴지는 찬 공기가 좋다. 또한 뚜렷한 계절보단 계절과 계절 사이의 환절기가 더 좋다.


극명하고 명백한 감정보다 이면을 어우르는 그 중간, 그 사이의 감정과 표현들이 난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우리 '사이'도 늘 애틋하길 바래본다.

작가의 이전글 쪼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