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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Sep 05. 2021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야; 있어빌리티

영화 '거짓말'

언젠가부터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려 안간힘을 쓴다.

그저 내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무조건 남들보다 더 화려해 보이고 예뻐 보이게, 훨씬 더 좋아 보이기 위해 여기저기 치장하고 부풀려 포장한다. 네 것보단 내가 가진 게 더 크고 반짝이고 특별하고 좋은 거라고 앞 다퉈 자랑한다. 만약 그럴만한 것이 내게 없다면 있어보이게라도 따라 하고 꾸며낸다.



물론 실제로 돈이나 권력, 외모까지 다 가진 사람들이 있긴 하더라. 그럴 땐 나 역시도 부러움도 느끼고 ‘에잇 불공평한 세상이구만’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어쨌든 그들에겐 진짜로 능력껏 살고있는 진실인 삶이라 문제가 되진 않는다. 오히려 저 삶을 마냥 동경하다 못해 거짓말로 나의 현실을 부정해버리고 갈망하는 저 삶이 마치 내 것이라 착각하며 사는 게 문제일 거다.



세상이 빠르게 발전하고 돈이 만능을 넘어서 자꾸 사람을 이겨버리니까 어떨 땐 돈이 세상을 마음대로 휘두르기도 한다. 그리고 그 돈을 가진 사람들이 보여주는 세상만이 멋져 보이고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이런 현실 속에서 나의 부족한 부분이나 약점, 경제적 상황, 집안 환경을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낸다는 건 엄청난 용기가 되어버렸다. 나 역시도 그 용기를 늘 가지고 있다곤 말 못 하겠다. 거짓말을 지어내는 건 아니지만 나의 어두운 면들은 보여주기 싫어서 감추게 된다. 가끔 나도 행복한 척, 불행하지 않은 척하려 좋은 면만 보이려 노력하기도 했었다. 치부를 오롯이 드러냈을 때 이해를 해주는 사람보단 무시와 멸시, 차별로 돌아오기도 하니까.



그렇다 보니 나의 본심과 실제를 들키면 안 된다는 두려움과 강박감에 거짓말로 포장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sns만 둘러봐도 온통 좋아 보이는 것들 투성이다. 실제가 아닌 무리하게 꾸며진, 겉으로만 좋아 보이는 가짜인 나를 담는 일이 많아졌다. 거짓으로 둘러싼 포장은 결국 스스로를 더 비참하게 만들 거란 걸 알지만 멈추긴 쉽지 않다.



우리는 왜? 계속 타인도 나 자신마저도 속여 가면서까지 인정을 받으려 하는 걸까      



<영화 거짓말>포스터

우연히 유튜버가 추천하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한 영화라 정말 많은 생각을 갖게 한 독립영화 ‘거짓말’이다.


현실은 가난하고 별 볼 것 없는 자신을 무시할까 봐 계속 거짓말로 부정하며 사는 여주인공의 허언증을 보여준다. 무시받고 초라해지기 싫어서 거짓말을 눈덩이처럼 굴려가는 여주인공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모든 게 이해되진 않아도 공감할 수 있었다.

 

체면을 중시하는 세상에서 뒤떨어져 보인다는 건 이미 낙오자 같아 보이기 때문 일거다. 솔직히 sns를 보다 보면 내가 누릴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갈망 때문에 비교하는 마음이 누구나 생긴다. 스스로가 중심을 잡고 자존감을 키우지 않으면 항상 남이 떡이 더 커 보인다. 그리고 남들의 속닥거림에 위축되어 버린다. 남들보다 우월하고 잘나면 인정받는 일이 그닥 어렵지 않겠지만 우리는 모두 각각 처해진 상황이나 조건이 다르다. 그리고 엄연히 따지고 보면 우리는 남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만 살아가는 존재는 아니다. 기준을 내가 결정하지 않고 누군가의 인정만 바란다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래로든 위로든 비교하는 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는 행동인 것 같다.



사실 사회가 만든 결과기도 하지만 주인공이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에게 집중을 했다면 오히려 또 다른 행복을 찾을 수도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현실 속 나를 마주할 용기가 없으면 자꾸 겉치레에 필요 이상 신경 쓰게 된다. 진짜 내가 아닌데 겉보기만 있어 보이는 인생을 위해 남도 자기도 속이고 전전긍긍 마음 졸이며 사느니 그냥 마음 편하게 나답게 사는 게 최고지 않을까.



온전히 나를 드러내면 우습게 보는 사람도 분명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냥 그런 사람쯤 가볍게 넘겨버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시간을 채워 가는 게 이롭다. 내 힘으로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 꼭 다른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인정을 받지 못해도, 조금 부족해도 내가 잘못한 게 아니다. 틀린 것도 아니다. 그냥 다를 뿐이다. 내가 어떤 환경에 놓여있던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나를 발전시키면서 산다는 건 스스로에게 아주 박수 보낼 일이다. 그러니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있어빌리티에 에너지를 쏟지 말고 나를 진정 사랑해보려 노력하는 게 맞다.



남이 주는 관심은 아주 잠깐 달콤하지만, 내가 나에게 주는 관심은 평생 나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스스로에게 인정을 받는 날이 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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