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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실리 가는 길

덩굴 라일락 향기를 찾아서-#5. 아디지에토 1

by 시를아는아이

"말이 없고 고독한 사람이 관찰하고 맞닥뜨리는 사건은 사교적인 사람보다 더 모호하면서도 더욱 인상적인 데가 있다."_T. 만/<베네치아에서의 죽음>


1.

아다지에토(adagietto). 음악에서 아다지오(adgio)보다 조금 빠르게 연주하는 뜻이라고 해요. 그런데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에 대해서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그의 5번 교향곡 4악장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즉각 알아 챌 거예요.


2.

사실 이 아다지에토를 처음 듣게 된 것은 최근인데,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2022) 덕분이죠. 음악가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가들에게 줄기차게 사랑받는 이 곡은 특히 이탈리아 영화감독 루키노 비스콘티(1906~1976)의 ‘베네치아의 죽음’이라는 영화에 삽입된 것으로 유명하다고 해요.

개인적으로 먼저 독일 작가 토마스 만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여러 번 인상적으로 읽어서, 비스콘티 감독의 영화도 찾아서 보려고 했는데 꽤 오래 된 작품이라 인터넷으로도 찾을 수 없더군요. 아쉽지만 유튜브로 아다지에토와 함께 흐르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보는 정도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어요.

예전에 알고 있던 것처럼, 소설에서는 토마스 만 자신을 모델로 한 듯한 저명한 작가가 주인공이었는데, 영화에서는 말러를 모델로 한 듯한 음악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더군요. 특히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금지된 사람에 빠지는 미소년 타치오 역을 맡았던 배우의 전설적인 미모가 블로그 글 같은 데서 종종 언급되기도 하죠.

원래 이 곡은 말러가 그의 뮤즈이자 고통거리로 알려진 아내 알마를 향한 사랑을 담아 만든 곡이라고 하는데, 듣다 보면 묘하게도 달콤하지만 어둡고 쓸쓸한 느낌이 함께 느껴져요.

그래서 부적절한 사랑(‘헤어질 결심’)이나 금단의 사랑(‘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을 다룬 작품의 분위기와 그처럼 절묘하게 잘 어울리는 걸까요?


3.

하지만 아다지에토와 관련된 소설이나 영화 속처럼 희망 없는 사랑에 빠진 제 눈을 반짝이게 한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당시 결혼 전 알마가 말러가 보낸 이 아다지에토의 악보만 보고 단숨에 그 속에 담긴 사랑의 고백을 알아채고 ’음악적 프로포즈‘로 받아들였다는 거에요… . 물론 순전히 음악 덕분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일단 그 아름다운 프로포즈는 성공했고, 알마는 말러 부인이 되었죠. 아쉽게도, 불행과 스캔들로 점철된 불행한 결혼 생활이었지만… .


4.

지금 제가 쓰는 이 글이 ’진‘에게 보내는 ’아다지에토‘가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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