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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he blind 시

빗속의 아이들

by 제삼열


햇볕이 아까운 날이면

흐드러진 햇볕 모아

손바닥 담뿍 모아

너를 그린다

우리는 언제나

비구름 이고 놀았지

찰박찰박 물장구 치고 놀았지

울며 놀았지


한 뼘 너머 하늘을

푸르러 외면한 우리는

슬픔을 소꿉놀이하던

빗속의 아이들


먹구름 이불처럼 덮어쓴

빗속의 아이들은

한 뼘만큼 세상에서 밀려나

찰박찰박 물장구치며 놀았지


젖은 어께 쓸어줄게

젖은 발목 만져줄게

모든 한 뼘 너머의 볕을

너에게 줄게


오늘같이 햇볕 아까운 날이면

널어 놓은 이불 너머로

흠뻑 젖은 네가 슬그머니

그리워 햇볕으로 너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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