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으로 본 생각거리 26
“시간은 모든 상처를 치유한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힘겨운 일도 시간의 흐름에 맡기면
언제부터인가 서서히 풀어지는 기미를 보인다.
시간은 이처럼 훌륭한 치료사 역할(time heals all wound)을 한다.
그러나 시간의 치료사 역할을 기대하려면
조급하게 보채는 삶을 살지 말고
흘러가는 시간을 조금은 잊어버리고
세상을 받아들여 느긋하게 살아야 한다.
가필드란 심리학자에 의하면
청소년들은 어른으로 크기 위한 성숙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마땅히 익어야 할 숙성의 여유를 참지 못하고
너무 조급하게 서두른다.
서두르면 탈이 난다.
즉 젊은이들은 어른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성숙의 시간을 배려치 않고
그 시간을 헛되이 낭비한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기 위한 성숙의 시간은
더 많은 시도를 해 좋은 경험을 쌓아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고,
때론 시행착오를 거쳐 습관적으로 실수하는 것도
스스로 겪으라는 뜻이다.
또 가필드에 의하면 어른은 위험한 상황을 마주하면
빨리 위험한 상황을
더 좋은 상태로 만들기 위해 서두른다.
결국은 서두르다가 더 위험한 상황으로
고통 거리를 지고 들어가는
즉 악순환의 골짜기에 빠져든다.
특히 이 글에서 주로 기술하는
30대의 사람들은(주역의 3효 인물) 어른 시기에 막 들어섰다.
따라서 30대 사람들은
어른에 적합한 사고와 행동을 해야 하나
여전히 남아 있는 시간은 마냥 길게만 느껴져
악순환의 골짜기에 빠지는 것도 모르고 시간을 허비한다.
주역(27-3)을 보자.
서른 살을 훌쩍 넘긴 여성은
또 책임자 자리를 두고 후배한테 밀리어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여성은 패배를 만회하려고
이웃 세상에 책임자에 엇비슷한 자리는 없나 하고 넘실거린다.
때마침 그 여성이 사는 지금 세상에서는
젊은 소년이 뭇사람들을 불러 모아
‘사람을 올바르게 기르는 법’에 대해 역설한다.
그러나 그 여성은 젊은 소년의
울림 있는 소리를 억지로 외면한다.
그 여성은 오로지 남보다 우뚝 서겠다는 욕심 때문에
책임자 자리에 버금가는 자리만을 찾으려 애쓴다.
주역은 이 여성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 이렇게 말한다.
“아래턱(기르는 것)을 외면하네요.
참고 견디면 흉합니다.
10년간 사용하지 않으면 이로울 점이 없네요.
[불이(拂頤) 정(貞) 흉(凶) 십년물용(十年勿用) 무유리(无攸利)]”
그 여성은 애써 젊은 소년이 외치는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틀림없이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돈과 명예를 좇아 헤매지 말고
현실에 충실하게 살라는 소리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 여성은 남들의 기준에 턱없이 모자라는
삶을 스스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은 그 기준에 엇비슷한 삶을 살려고
오늘도 이웃 세상을 기웃거린다.
그런 여성에게 주역은
사람을 올바르게 기르는 방법에 관한 혁신의 소리를
외면만 한다고 회피로 일관하는 모습을 직면시킨다.
여기서 ‘아래턱’은 왜 ‘사람 기르는 법’이라고 할까?
사람은 어떤 것을 씹을 때 아래턱을 움직인다.
삶을 유지하기 위해 아래턱이 중요한 것처럼
사람을 올바르게 기르는 법도
아래턱처럼 중요하다는 뜻이 은유로 숨겨져 있다.
뒤이어 주역은 ‘참고 견디면 흉하다’라고
조금 더 강하게 그 여성의 마음자리를 흔들어 놓고 있다.
그 여성은 사람들이 세워 놓은 일반적 기준에 부합하게
삶을 살려고 참아내고 견디면서 힘들게 버티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흉하다니?
그 여성은 허망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 여성의 마음속에는
‘높은 뜻을 향해 힘들게 고난을 겪는 것은
정말 칭찬받을 일이고 누가 보아도 떳떳한 일이 아닌가?’라고
자기 자신을 정당화시키려는 생각에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주역은 마냥 책임자 자리 같은 명예를 좇아 움직이다 보면
그냥 세월만 가니 흉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주역은 그 여성에게 10년이 되어도 사용하지 않았으면
더 이상 기다리는 것에 이로운 점이 없다고 말한다.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하루빨리 더 좋은 상태로 변화시키기 위해
그 여성은 젊은 소년의 사람을 기르는 법 같은
혁신의 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왜?
책임자 자리만을 좋다고 그 자리에만 밤낮으로 매달리니까.
주역은 연거푸 그 여성의 고집 같은
명예를 좇아 움직이는 행태를
노골적으로 지적한다.
시간은 좋은 치료사 역할을 한다.
이때는 세상을 받아들여 흐르는 시간에 맡기면
언제부터인가 크게만 보이던 일은
작은 일로 말랑말랑하게 변하여 있다.
그러나 시간이 좋은 역할을 하지만
시간 위에 잠자는 사람,
마냥 한 곳만 바라고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까지도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주역은 그 여성에게 이득도 없는 10년을 낭비했으니
이제는 새로운 소리 즉 올바르게 사는 법을 들어
남아 있는 인생을 알차게 가꾸기를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