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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밤 Mar 31. 2021

아이의 두번째 입원 - 열감기

안나의 바이러스 소나타


입원기록 : '21.3.26 ~ 3.29

부드러운 햇살이 아이에게 비치기를 바라는 마음.


1악장 - 1st Movement - 아프지 않으면 좋으련만.

4박5일간의 출장을 가야하는날

 새벽 6시. 어제 친정집에 갔던 아내의 부재중전화 8통. 그리고 또 울리는 아내의 전화. 직감적으로 불길한 느낌이 든다. (전날 저녁 가볍게 한잔 후 잠든 탓에 전화기가 멀리 있어서 듣지 못했다.)

아이의 체온 39.7도. (몇일 전부터 미열은 있었다.)

 새벽5시. 아내는 택시를 타고 응급실로 향했지만, 다른 응급환자에게 우선순위가 밀려 계속 대기중이라 했다.

할머니집에 있던 아이는 전날 저녁부터 체온이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고, 새벽에 머리가 아팠던 것인지 갑자기 자다깨서 앉아 있었다고 한다.

 새벽에 택시를 탄 아이는 놀러간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컨디션은 좋았고 활동적이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내는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 응급환자가 너무 많아 다른 응급실로 가라는 답변을 듣고 택시를 타고 다른 병원으로 가고있었다. 아침 7시반. 조금 더 있으면 어린이병원에서 외래진료가 가능한 시간이다. 응급실가서 힘들게 기다리는것보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 어린이병원 외래진료를 받는게 낫다고 판단해 집으로 향하였다.


 나는 출근 후 출장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아이는 열이 오르지만 컨디션은 괜찮다는 얘기에 계획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출장편은 기상악화로 이륙시간이 지연되었고, 오전 외래진료 결과를 듣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확보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때 다시 10:00 이전에 이륙한다고 연락받았고. 09:20에 아내의 전화가 왔다.

아내는 의사가 아기 상태가 안좋아서 즉시 입원해야 하고 이미 코감기로 1주일 이상 항생제를 먹고 있던 상황에서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내려가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어떤 처방도 해줄 수 없다고 했단다.


 갑작스런 상황에 대리자를 구할 시간적 여유도 없는 상황이였고,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나보다 먼저 출장가있던 후배에게 연락하니 자기가 좀 더 있겠다고 신경쓰지말고 병원 잘 다녀오라고 한다.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고민없이 배려해주는 모습에 너무 고마웠다.

 회사에 보고 후 귀가하였고, 병원으로 떠날 준비를 하였다. 진료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나는 연락이 되지 않았을테고, 인원교대 하려면 하루이틀 정도의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다. 게다가 시간이 지난 뒤 맞춰지는 퍼즐이지만, 다른 부서에서 코로나 확진자 발생에 따라 역학조사로 인해 갑작스런 인원교대는 힘들었을 수도 있었다.

인간이 계획하면 신은 비웃는다더니 조금 봐줬나보다.


 병원에 도착하자 보호자도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검사비용 35,000원.(실비 보험청구 불가)

모든 구역은 제공된 팔찌에 있는 바코드를 통해서만 이동할 수 있다.

코로나 이후로 바뀐 병원의 방역관리 시스템은 정말 많이 바뀌었다.

 병실에 도착하니 아이는 코로나 검사를 마치고 이미 손에 주사바늘을 찌른 상태였다. 얼마나 아프고 울었을까..? 눈시울이 붉어진다. 혈액검사와 피부반응?검사도 했을테고, 다행히 주사바늘을 빼겠다고 난리치지 않았다. 같은 병동 다른 아기는 벌써 3번이나 주사바늘을 뽑아서 다시 맞아야 한다고 한다. 아기와 엄마 모두에게 고역이다.


 해열제는 짧은 간격으로 먹고 있었고, 주사 해열제(링거)도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은 내려가지 않았다. 아기는 하루3번 먹는약과 해열제(2시간 간격), 주사로 맞는 항생제, 소염제 등의 힘을 빌어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와 놀아주는 것 밖에 없지만, 그 마저도 엄마만 찾고 엄마에게만 붙어있으려 한다. 

 어린이집 적응 중에 이런일이 생겨서 더 애착이 심해진것같다.

할머니집에 오자마자 신나서 너무 행복하게 놀던 아기가 다음날 갑자기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으니 얼마나 할미집에 가고 싶었을까. 계속 나나집, 할미집에 가고 싶다고 우는 아이를 달래면서 하루빨리 나았으면 하는 마음 뿐이다.


 아이와 하루 24시간 모든 시간을 함께 해야하는 엄마(아내)는 많이 지칠대로 지쳤다. 친정집이 가까워 잠시 쉬었다 오려고 했지만 1초라도 안보이면 울면서 엄마를 찾는 아이를 놓고 갈 수 없었다. 아내는 소가 멍에를 두른것 마냥 허목과 어깨 그리고 허리에 근육통이 늘 따라다녔다. 나갈때도 안아달라는 아이에게 "엄마가 아야해서 밖에 나가려면 걸어야해~"라고 몇번 설득을 하니 그나마 엄마 손을 붇잡고 걸어 다닌다. 설득이 되다니 우리아가 많이 컸네♡


2악장 - 2nd Movement - 잠든 아이

아이를 사진찍고 보니 울컥한다. 왜 그런걸까.

웃음은 어떤 개념과 그로 인해 생각된 실제의 객관 사이의 불일치를 갑자기 알아차린 데서 생긴다는데, 울음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 울음에도 여러 종류가 있을텐데, 지금 글을 쓰는 중에 옆에서 고단한 시간을 보내는 아가의 얼굴을 보며 또 눈물이 난다. 내 머리로는 정의할 수 없는 대한 이 감정. 너가 없었다면 느껴보지 못했을 감정. 감사하다.


아이가 열에 시달리는 원인은 무엇인가?

피검사 시 확인된 리노바이러스(rhinovirus). 일반인에게는 흔히 감기바이러스 중 하나라고 얘기한다.

이 녀석은 열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고, 이번 겨울에 많이 유행하는 바이러스라고 한다.

때문에, 아이는 열이 나면서 간수치가 올라가고 백혈구 수치는 떨어지는 상태다.

백혈구(WBC) 수치는 2900, 절대호중구(ANC, 중성구)는 1000까지 떨어진 상태다.


3악장 - 3rd Movement - 아이 스스로의 싸움

 3일간 서로 다른 계열의 해열제를 2시간 간격으로 교차복용 하였고, 주사해열제도 맞아보았지만 계속 38.5~39도를 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다. 밤사이에는 37도까지 떨어졌다가 결국은 39도까지 올라가고, 체온이 내려가면 아이의 컨디션은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다가 이내 체온이 올라가며 다시 기력을 잃는 모습이였다.

 아기가 입맛이 없는지 밥을 먹지않아서 만화를 보여주거나 오토바이 영상을 보면서 김과 함께 죽을 조금씩 먹였다. 약을 먹일때는 사탕이나 젤리 준다고 보여주면서 먹였다가 둘째날 저녁에는 아무것도 통하지 않아서 억지로 약을 먹이는 과정에서 아이는 저녁 먹은것까지 토를 해버렸다. 그 뒤로는 아이는 밥을 먹지 않았고, 약도 억지로 먹일 수 밖에 없었다. 입원 생활은 영겁의 시간처럼 흐르기만 했다.


 타요버스 보고싶고, 나나 보고싶고, 할미 보고싶은 우리아기.

입원 3일차 오전에는 열이 37.5도 정도로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비급여 부르펜 계열의 주사 해열제를 맞고나서 열이 내려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우리는 퇴원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몇 시간 뒤 다시 열은 오르기 시작했고 38도를 넘어갔다. 그리고 해열제를 한번 더 먹고 나서 37.5도 정도로 내려가고 더 이상 오르지 않았다.


 입원 4일차 오전에 회진이 있었고, 담당 선생님은 병실에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우리가 못알아 듣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작성해주신다. 이어서 혈액검사를 하고 검사결과가 나오면 다시 진료를 받기로 했다.

2시간 뒤 다시 진료실에서는 또 다시 정리가 안된 두서없는 말들이 들려온다.

듣는 사람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얘기를 해야 소통이 될텐데 결국은 결론은 2가지란다.

금방 좋아지거나 혹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거나. 응?

 우리는 늦게나마 평소 진료 받던 담당선생님으로 변경해서 다시 진료를 받았고, 역시 잠시나마 가졌던 병원에 대한 불신은 사라졌다. (입원 후 주치의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린 미처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우리는 퇴원 후 외출없이 집에서 있기로 하였고, 아이의 컨디션이 좋아지는데는 다소 긴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오늘했던 피검사는 혹시 모를 A형 간염 등 추가검사가 진행되었고, 검사결과는 수요일에 나온다고 한다.

목요일에 피검사를 다시 해야하는데 그 전에 열이 오르거나 컨디션이 나쁘지면 지체없이 병원으로 오라고 한다. 입을 꽉 다물어고 먹지 않던 아이는 퇴원 후 조금씩 밥을 먹기 시작했고, 먼저 사과, 베지밀 등을 달라고 했다.


나나집을 외치던 아이는 나나를 보고 좋아한다. 하루빨리 회복하고 엄마아빠랑 놀러다니자~♡

우리가족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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