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페이스에 휘말리는 건에 대하여
나는 그룹 운동을 좋아한다.
혼자 운동하는 건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서다.
그룹 운동을 하면 다른 사람과 함께 하면서 뭔가 더 에너지를 얻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옆 사람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뭔가 설렁설렁하고 싶어도 그 모습에 덩달아 자극받아 나까지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내가 처음에 대충 하려던 게으른 마음도,
어느새 운동이 끝나면 누구보다 열심히 마치고 나오는 나름의 뿌듯한 결과를 얻고 나온다.
동시에 그룹 운동의 가장 큰 단점은 '옆 사람의 페이스'다.
행여 옆 사람이 너무 뛰어난 운동 신경을 갖고 있거나 자세를 완벽하게 해 버리면,
나 역시 그거에 맞춰야만 할 것 같은, 나도 모르는 강한 압박과 부담을 느낀다.
그러다 보면 내 페이스가 아니라 남의 페이스에 휘말려 함께 운동하고야 마는데,
그걸 보는 운동 코치는 회원 모두가 잘하는 줄 알고 더욱 고강도로 운동을 시켜 버린다. (...)
운동 효과는 뛰어날 수 있지만,
가끔 내 페이스가 아닌 남의 페이스에 휘말릴 때면 나도 모르게 무리를 하고 마는데,
그러면 내 몸은 오버 페이스를 해 버리거나
아니면 그 마저 옆 사람만큼 해내지 못하는 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왜 난 옆사람만큼 안 되지?
왜 난 저만큼 기량이 안 나오지?
당연하다.
나는 아직 그만큼 운동을 할 체력과 기능이 안 된다.
나에게 맞는 운동 속도와 강도는 따로 있다.
그게 다른 사람보다 당연히 낮을 수도 있고, 비슷할 수도 있으며,
어떤 운동에서는 더 높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내 페이스를 잃지 않는 것이다.
옆사람이 잘하건 말건, 앞사람이 뛰어나건 말건, 뒷사람이 못하건 말건,
다른 사람과 상관없이 나는 내 페이스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 코치가 스쿼트 10번을 시키면, 내 속도에 맞게 10번을 해내면 그만이다.
운동 코치가 워킹 런지를 시키면, 내 속도에 맞게 왕복하면 그만이다.
남들처럼 빨리 해내야 하는 압박감만 버리면 된다.
남의 페이스가 아닌, 내 페이스대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