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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자

66화. 포기 그 놈, 김장 김치랑 수육에 양보하자!


나이 말고는 한 시도 뭘 마음 편히 먹어본 게 없다. 마흔여섯 살 보통보다 미달인 미생인 내 꿈은 한 가지는 아니었다. 여러 가지 꿈들 가운데 작가 또는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다. 하지만 책으로 읽히든 드라마로 보이든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었다. 누군가의 마음에 아름답거나 빛나거나 용기를 심어줄 멜로디를 울릴 자신이.


작가는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고풍스러운 고집이 너무나 깊게 자아에 뿌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사전적 의미와 쓰임새를 잠시 볼까. 사전적 정의는 문학 작품을 짓는 사람, 또는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을 통칭한다. 작가의 범위는 좁게는 소설가, 시인, 희곡작가 등을 의미하며, 넓게는 화가, 조각가, 서예가 등 예술 적 가치를 창조하는 모든 이를 포함한다. 작가는 현대적 확장을 거쳐 최근에는 웹툰 작가, 드라마/방송 작가, 게임 시나리오 작가 등 콘텐츠 크리에이터 전반을 일컫는 말로 널리 쓰인다.


나이가 너무 많지는 않지만 목표를 세우기도 목적을 달성하기도 쉽지 않은 가난한 중년 여성이다. 글을 써서 어떻게든 책으로 내는 작가 어떻게든 드라마로 내는 작가 둘 중 하나의 꿈꾸던 소녀가 나였다. 그 꿈은 결코 소소하지 않았고 너무나 원대했기에 아직 열매가 없는지도 모른다. 아이를 넷이나 낳았지만 작품은 마치 한 아기의 탄생과 같기에 쉬이 갈 수 있는 길은 아니다. 농담이 아니라 작가는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진정 가슴을 뜨끈뜨끈 따습게 하는 작가는 아무나 할 수 없다. 뜻깊은 글로 심금을 울리고 심성을 바꾸며 심지를 흔들어 놓는 작가는 손으로 꼽는다.


작가란 과연 그래야만 한다는 제 오랜 고집을 비우기로 했다. 안 그랬다간 꿈도 못 꿔 보고 한 번뿐인 인생 종 치게 생겨 그렇다. 백의민족으로 태어나서 그런지 항상 꿈을 이룸의 지향점이 너무 높았다. 너무나 흠 없고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만년설산의 정상만을 바라보았다. 정작 하루하루 허걱거리며 끝없이 울퉁불퉁한 굽은 길을 걷느라 마음이 흑누더기였다. 작가의 자격에 한참 못 미치는 생각과 말과 행동들을 하던 과거가 있었다. 나쁜 습관들을 반복했던 것을 후회하고 자책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다 썼다. 그 핑계는 결국 글을 썼다 지우고 썼다 멈추고 잊어버리더니 끝내는 꿈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지금 이 나이 즈음엔 꿈통장이 만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꿈을 위해서는 멈추면 안 되었다. 꿈이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사십육 년 동안 세상에 무슨 이런 거지발싸개만도 못 한 일이 있나 할 정도로 별의별 일이 다 내겐 있었다. 하지만 꿈을 위해서는 너무 쉽게 절망했고 너무 깊이 좌절했고 너무 빨리 포기했다.


지금은 모릅니다. 여러분은 할 수 있다는 믿음만 가득 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다른 말들에 우리 휘둘리지 맙시다. 가장 선명한 진실은 스스로에 대한 신뢰입니다. 안타까움에 이 아줌마는 우리라는 연대의식으로 여러분을 품고 싶습니다. 옛날에 저는 속을 터 놓을 누군가가 없었어요. 아무도 없는 어두운 동굴 속에 혼자 덩그러니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시대가 다릅니다. 마음이 힘들 땐 언제든지 누구라도 메일을 보내 주세요. 저는 진심으로 메일을 읽겠습니다. 엄마의 잔소리나 아빠의 야단보단 덜 아프게 무슨 말이라도 할게요. 다만 상처에 바르는 후시딘이나 마데카솔 그리고 빨간약만큼은 발라줄 수 있어요. 가슴을 아프게 하고 독처럼 퍼지는 말 대신 약처럼 낫게 하는 말들을 하겠습니다. 메일을 기다릴게요.


김치는 세계에서 인정한 슈퍼푸드지요.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겨울이라 그런지 동치미 나박김치 야들야들 돼지고기 수육에 김장김치 쭉 찢어 돌돌 말아 한 입 먹고 싶어 집니다. 여러분 배추를 썰지 않고 통째로 또는 이등분이나 사등분하여 절인 뒤 잎사귀 사이사이에 양념소를 넣어 만드는 것이 뭔지 아시죠. 바로 김치 그중에서도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김치. 이것을 포기김치라고 합니다.


이제 포기는 김치나 줘 버립시다.


또 우리 자신을 ‘너무 잘’이라는 세상의 벽에 굳이 부딪히게 하지 마세요. 모두가 다 너무 잘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비전을 갖고 소망을 품는 것은 아름답지만 그 이상을 하려다 보면 아픕니다. 저희 집에서 제가 제일 중증 환자입니다. 아프면 자신만 불쌍해요. 시작도 하기 전에 겁을 너무 많이 먹어서 제대로 A매치 경기 한 번 뛰어 보지도 못한 채 오십을 바라봅니다.


정확한 의미는 모르지만 영포티가 부러워요. 영서티는 생후 육 개월 아기, 영트웬티는 신생아입니다. 십 대들은 아직 엄마의 뱃속에 있는 태아입니다. 엄마의 사랑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 가세요. 태어나는 순간부터 온 힘을 다해야 젖도 먹습니다. 엄마가 다 품어줄 때 누리세요.


자신이 믿는 가치를 믿고 그 가치가 주는 능력을 믿고 자신을 그 가치에 온전히 맡기고 전진하세요. 다만 ‘너무’라는 사지로 자신을 몰아넣지 마시길 바랍니다. 너무는 너무나 잘못된 세상의 기준입니다. 절망할 때도 적당히 노래방 가서 노래 한 곡 쫙 시원하게 부르고 나면 툭 털어낼 만큼만 절망하세요.


그리고 다시 일어나십시오. 좌절할 때도 조금만 쫄깃쫄깃 오동통 두 개 끓여서 한 입에 파김치 한 입 무아지경으로 먹고 땀 쫙 내고 설거지 딱 끝내면 씻어질 만큼만 좌절하세요. 저는 믿는다고 하면서도 굳건치 못하고 쉬이 흔들리며 불안하게 믿었습니다. 완전히 믿지 못했기에 밀침에 넘어졌고 일어서지 못하고 주저앉았습니다.


포기는 이제 김치 할 때나 씁시다.

수육 쌈 쌀 때도 최고입니다. 먹고 싶어 미치겠다. 여보! 수육 삶는 돼지고기 부위 영어로 뭐지!


못 다 쓴 글; 이렇게 나는 먹고 싶은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글을 썼다. 슬픔 중에도 맛있었던 기억이 없지는 않았기에 추억을 쓰며 화와 욱이 불쑥 나타날 때 먹던 바삭바삭한 도파민을 조금씩 줄여갔다. 상처 난 가슴에 따뜻한 밥상을 대했던 어린 날들의 나, 그 포근한 이불을 덮어주고 또 덮어주었다. 그러면서 나는 서서히 부른 배를 꺼뜨렸다. 그래도 많이 뱃살 풍선에 바람이 빠졌다. 언제 또다시 커다란 풍선이 될지 모르지만.

만약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계속 남는다면 그리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맛있는 글 식탁을 또 차릴 것이다. 드라마틱하게 위고비처럼 내 뱃살 품은 풍선이 한순간에 작아지지 않더라도 괜찮다. 글을 쓸 수 있다면 나는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다. 그럼 그때 맛있고 따스했던 추억으로 가득 부른 나의 배를 비행기에 싣고 한국으로 날아갈 수 있기에 나는 지금 꿈꾸는 이로서 충분히 충만히 행복하다.


그러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 또다시 소원을 품는다. 꿈꾼다. 기도한다.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어린이 된 지금도 나는 소원을 빈다. 신라호텔에서 인순이 선생님, 유정연 선생님, 이효리 언니, 송은이 김숙 언니, 박소현 언니, 최화정 언니, 홍진경 언니... 내 생애 소중한 순간들이 닿았던 인연들께 따뜻한 밥 한 끼 사드리고 싶다. 그날이 서둘러 내게 오길 기도한다. 정말 언젠가 꼭, 죽기 전에 한 번은 반드시.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축제의 날, 그렇게 축배를 들고 싶다. 제발... 나는 살고 싶다. 가고 싶다. 아주 간절히 그리고 거기서 그대로 머물며 행복하고 싶다. 한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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