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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자 Feb 04. 2022

퇴사할 때 연차수당보다 더 필요한 것

진짜 현실적인 퇴사 준비물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예정이라면 아마 한 번쯤 퇴사할 때 필요한 것을 검색해봤을 것이다. 퇴사 시 챙길 것이라고 하면 으레 '연차수당'을 가장 먼저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번에 실제 퇴사 절차를 밟으며 연차수당 외에도 챙겨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어 공유하고자 한다. 이리저리 검색했지만, 정말 현실적인 내용들을 한 번에 알려주는 곳은 찾지 못해 직접 만들게 된 리스트이다. 이번에 퇴사를 결심하고 실제 이행하는 과정에서 잘 챙겨놔서 좋았던 항목과 그러지 못해 아쉬운 항목도 모두 포함해두었으니 이 글을 본 누군가라면 아쉬울 일 없이 무사히 퇴사하기를 바란다.



Personally


우선 개인적으로 퇴사하기 전에 완료해두면 좋을 것들을 소개한다.


(1) 이력서 & 포트폴리오 업데이트하기

사실 가장 좋은 것은 본인의 이력이 업데이트되는 그 순간에 바로바로 챙기는 것이다. 반기/분기/월별로 나누어 매번 회고를 통해 실시간으로 본인의 성과를 아카이브 해두자. 하지만 그간 일하느라 그저 바빴다면? 적어도 퇴사 전 아직 회사의 DB에 접근할 수 있을 때 기록해 두자. 나가고 나면 이전에 무엇을 했는지 아무 기억도 안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 완성 버전이 아니더라도 어느 시기에 무엇을 해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굵직하게나마 기록해 두는 것을 추천한다.

※ 회사의 내부 기밀 데이터를 유출하라는 뜻은 아니다. 본인의 이력을 실제 데이터 기반으로 차근차근 회고하라는 뜻.


(2) 퇴사 후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보기

대다수는 어떤 계획이 있어서 퇴사를 결심할 것이다. 그러나 일단 퇴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사람도 있을 터. 무엇을 할지 생각하라는 이야기는 꼭 이직을 뜻하지만은 않는다. 직장인에서 백수가 되면 당장 기상 시간부터 평소 루틴과 달라지는 일상을 맞이하게 된다. 이때 정신적으로 멀쩡하려면 백수 첫 달에 무엇을 할지, 해당 월 말에 이뤘으면 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단 한 가지라도 설정해 두면 좋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회사에 출근하고 무언가 생산적인 것을 하던 사람이 당장 아침에 일어나서 갈 곳이 없어지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졌다면, 퇴사 후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울 때다.



Officially


퇴사를 확실하게 결정했다면 인사팀과 확인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아래 항목들을 고려한 뒤에 퇴사 통보일을 결정해 보는 것도 좋다.


(1) 남은 연차 처리하기

대부분의 경우 연차가 남아있을 것이다. 잔여 연차를 모두 소진해서 꽉 찬 월급으로 받을지 혹은 연차 수당으로 받을지 계산을 해서 결정해야 한다. 수당으로 전환이 안 되는 휴가 (ex. 포상 휴가)는 미리 날짜를 체크하도록 하자. 연차수당은 연차 개수 X 근무시간 X 통상임금 (내 연차수당이 지급되는 날 기준)의 공식에 의해 계산되며, '연차수당 계산기'라고 검색하면, 계산해주는 다양한 사이트가 나오니 참고하길 바란다.


(2) 서류상 실제 퇴사일 결정하기

실근무일과 최종 퇴사일 결정 시 고려 사항이 또 있다. 월초에 퇴사를 하느냐 월 말에 퇴사를 하느냐에 따라 사대보험 공제에 영향이 있다고 한다. 월초 1, 2일 퇴사 시 공제금액이 더 커서 오히려 회사에 돈을 줘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하니, 되도록 문서상 최종 퇴사 일은 1, 2일을 피하는 것을 추천한다.


(3) 퇴직금 수령일을 확인하기

1년 이상 근무했다면 지급되는 퇴직금. 갑자기 들어오는 목돈인 만큼 퇴직금으로 무언가 할 계획이 있다면, 이 돈이 실제 내 통장에 꽂히는 날짜를 확인해야 한다. 퇴사 당월 월급에 포함해서 주지 않고 익월에 주는 경우가 있기도.


(4) 발급 요청이 필요한 서류들 챙기기

재직증명서 : 혹시 모르니 우선 재직 중일 때 발급한다. 재직증명서를 발급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안정감을 위해서가 더 큰 것 같기도. 실제 사용하게 될 경우가 있다면 문서상 재직 일에 대출을 받아야 하는 정도가 있지 않을까.

경력증명서 : 이직 시에 이직 예정인 회사에서 요청하는 경우가 있으니 미리 요청해둔다. 다만 이 문서는 퇴직 처리 후 발급이 가능하다고 하니 퇴사 후에 인사팀과 연락할 수 있는 컨택 포인트를 미리 주고받는 것을 추천한다.

원천징수 영수증 : 퇴사 후 다른 회사에 이직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모두 원천징수 영수증이 필요하나 각각 쓸모가 다르다. 먼저, 다른 회사에 이직하는 경우라면 퇴사 전 원천징수 영수증을 받은 뒤, 새로 근무하게 되는 곳에 제출하여 합산 후 정산하면 된다. 다른 회사에 취직하지 않은 경우에는 내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직접 신고하면 된다. 이 신고를 할 때 원천징수 영수증이 필요하다. 



Realistically


그다음 현실적으로 '직장인 신분'일 때 챙겨두면 좋은 것들이 있다. 그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아쉽게 놓친 항목들이기도 했다.


(1) 마이너스 통장 미리 뚫어놓기

이번에 퇴사 결정 후 부랴부랴 신청하려고 보니, 규제 탓인지 신청 자체가 막혀 개설하지 못했다. 당장 이직 계획이 없어 당분간 백수 신분이라, '진작에 뚫어놓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너스 통장은 금액을 쓰지 않으면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그 돈이 필요하지 않아도 미리 개설해두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2) 기대출 만료일 확인하기

전세 대출이나 신용 대출 등 기존에 받아놓은 대출이 있다면, 해당 대출의 만료일을 확인하자. 백수인 기간이 다시 연장해야 하는 기간과 겹치는 건 아닌지, 혹여나 신분의 변화가 대출 연장 가능 여부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언제쯤 재취업을 해야겠다는 계획으로 이어볼 수도 있다.


(3) 건강보험료 폭탄 방지하기

직장인이라면 매월 받아보는 급여명세서에서 건강보험 항목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직장인은 건강보험료를 회사와 반반씩 나눠 내기 때문에, 재직 중에는 부담이 덜 하다. 그러나 퇴사하는 순간 누군가의 부양가족으로 등재되지 않으면 생각보다 많은 건강보험료를 낼 수 있다. 이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인생 선배 아버지께서 알려주셨다. 가족 중 직장에 다니고 있는 분이 있고, 조건에 부합한다면 피부양자 등재 신청을 고려하자. 이 부분이 어렵다면, '임의계속가입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해당 제도는 직장가입자가 퇴사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었을 때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퇴사 이전 수준의 보험료로 납부할 수 있게 돕는 제도이다. 최대 36개월 간 제도 활용이 가능하며, 퇴직 이후 2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Professionally


개인 잇속을 다 챙겼다면, 남아 있을 회사도 생각해주자. '일 잘하는 사람'은 저 사람이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저 사람이 없어도 아무 문제없이 돌아가게 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 일잘러로 기억되고 싶다면 난 자리가 너무 티 나지 않도록 아래 항목을 챙기길 바란다.


(1) 개인 문서 공유해두기

그간 개인 문서로 만들어놨던 문서들을 하나씩 체크하여 필요시 공유 문서로 빠짐없이 전환해두자. 구글 드라이브의 경우 개인 계정이 삭제되면 해당 개인이 생성했던 설문지나 문서들도 함께 삭제가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공유 폴더에 이동시켜 놓는 것을 추천한다. 노션도 마찬가지다. Private 페이지로 만들어뒀던 중요 페이지가 있다면 공용 페이지에 위치를 꼭 옮겨 두어야 탈이 없다.


(2) 인수인계 잘하기

당연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이다. 그간 퇴사를 당할(?) 때에는 인수인계를 엉망으로 하고 간 누군가를 원망하기도 했는데, 막상 당사자가 되어보니 정말 어렵기도 하더라. 인간인지라 곧 떠날 곳의 일보다는 앞으로 할 일들에 조금 더 에너지를 쏟게 될 수 있다. 계속 본인을 경계하며 항목별 담당자와 인수인계를 진행한 날짜, 세부 내용까지 꼼꼼히 기록하자. 최대한 잘 기록해두어야 설령 어느 한 부분이 빠졌더라도, 무엇이 어디서 빠졌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인수인계를 잘하는 것은 회사를 아름답게 떠나는 방법 중 1가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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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pectfully


업무 외적으로도 마무리는 필수. 퇴사도 결국 사람과 사람의 이별도 포함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1) 동료들과 티타임 하기

회사 내에서 조그마한 접점이라도 있던 분이라면 하나하나 따로 이야기드리는 것을 개인적으로 선호한다. 개인의 특성에 따라 같이 술을 한번 마시거나, 함께 점심 혹은 티타임을 함께 하거나, 그러지 못했다면 개인 DM으로라도 설명드렸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 이때 티타임이 하루에 몰리면 상담 선생님처럼 계속 맞이하게 될 수도 있으니 시간 안배를 잘하는 것도 노하우.


(2) 대화할 때 불필요한 말은 삼가기

티타임 등 회사 동료들과 마지막 대화를 나눌 때 주의사항이 있다. 나는 떠나기로 선택했지만 그들은 계속 남아서 일하기를 선택한 것이다. 이 사실을 꼭 잊지 말아야 한다.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는 절대 먼저 하지 말자. 그들의 불편함에 공감해 주는 정도는 하더라도 먼저 나서서 그들의 일터를 욕하지는 말아야 한다.



이렇게 퇴사할 때 필요한 것들을 개인적, 공식적, 현실적인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그리고, 프로답고 정중하게 마무리하는 법까지 다뤘다. 위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정리할 때, 이미 잘 완수해둔 일도 있었지만 아직 진행 중인 항목들도 있었다. 계속 경계하고 끝까지 꼭 잘 챙길 수 있도록 나에게 당부하기 위해 쓴 글이기도 했다. 덕분에 현재는 잘 마무리하고 평화로운 백수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 글에 도착한 누군가에게도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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