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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da 린다 Oct 17. 2020

아빠에게 14개월 아기를 맡겼더니?

반전은 있었을까?

어제는 올 하반기 가장 중요한 날이었다. 진로탐색 액션플랜 중 하나였던 비즈니스 워크샵의 시작날이기 때문이다. 2달치 용돈을 과감히 투자한 유료워크샵이기도 했고 회사생활 종료 후 처음으로 현업전선의 동지들을 만나는 날 이기도 했다.


나흘간 새벽부터 밤까지 시간을 비워야 했기에 아기 돌봄일정을 약 한달 전부터 준비했다. 이모님과 아기아빠는 물론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 근처에 언니까지 도모했다. 자타공인 일중독자 남편에게는 아기의 아침육아를 요청했다. 남편은 지금껏 아기를 전담해 케어한 경험이 많지않아 더 그러고싶었다.


불현듯 커뮤니티에서 본 '아빠에게 아기를 맡겼더니' 컨텐츠가 떠올랐다. 아기 엄마가 보면 팔짝 놀라 자빠질 일이건만 신기한 아빠들의 정신세계.. 잘 알지못해도 남녀의 뇌구조의 차이 아닐까 지레짐작을 했었다. 남편에게 부탁을 하고도 내심 걱정이 됐지만 걱정 말고 열심히 배우고 오라는 호기로운 목소리에 마음을 내려놓았다. 사실 남편은 그간 탁월한 상호작용 덕분인지 짧은 시간에 비해 아기와의 애착이 남부럽지 않았다.


그 날 아침, 강남의 워크샵 현장에 도착할 무렵 CCTV에서 남편과 아기의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남편을 보며 배달유아식을 돌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역시 아침부터 챙기나보다. 남편이 챙긴 아기의 첫 아침이라는 생각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그도 나의 노고나 육아의 짠내를 몸소 느끼겠다는 나름의 의도도 있었다.


준비가 끝났는지 남편은 아기를 앉혀 아침을 먹이나 했더니 돌연 맛있게 본인의 식사를 시작했다. 아기는 이미 먹였나보다 생각에 카메라를 끄고 나는 다시 워크샵 현장에 몰입했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즐기던 그 날의 분위기는 내가 백수인지 프리랜서인지 혹은 돌 지난 아기를 맡기고 온 엄마인지 알길 없는 그런 시간이었다. 모처럼 '내'가 되어 돌아왔달까.


오후 3시가 넘어갈 무렵. 키즈노트의 알람이 울렸다. 남편이 아기를 잘 보냈나보네 짐작하며 열어본 알람에 왠걸 청천벽력의 소식이 와있었다. 아기가 어린이집 식사때를 지나 등원해서 밥을 못줬다는 이야기였다. 남편이 아기를 데리고 있다가 시간을 맞추지 못한 까닭이었다. 부리나케 남편에게 연락해서 아침이라도 잘 챙겼기를 바라며 물어봤다.


여보, 숲 얼집 늦어 밥도 못얻어먹었대ㅜ왜 늦었어?

어 나랑 낮잠 3시간 잤어.
(으응? 일어난지 1시간도 안된 애 낮잠 3시간???)

아침은 뭐 먹였어요? 불고기밥?
아니 내 짜파게티 나눠줬어.
(으응? 14갤 아기 아침으로 짜파게티???)


내가 아침 9시 CCTV로 봤던 까만 밥이 짜파게티 였구나 그리고 아기는 다시 잠에 들어 정오에 어린이집을 갔구나. 퍼즐이 맞춰졌다. 아침에 아빠에게 짜파게티 한젓가락을 얻어먹고 종일 밥한끼를 못먹은 상태였다. 얼토당토 안되는 상황에 허허 웃음이 나왔다. 아빠에게 숲이를 맡겼더니 이렇게 되는구나. 허허


아빠의 육아도 나름의 방식이 있으니 존중해줘야지 싶다가도 울화가 치밀어올랐다. 내시끼를 종일 굶기다니! 어이없음과 웃음이 뒤섞인 상황이었다. 뭐 그래도 계속해서 나는 '아빠에게 숲이를 맡겼더니'를 찍기로 했다. 암 그래야 아기가 결국 아빠에게 본인 밥을 얻어 일이 생기겠지. 이 에피소드는 쭈욱~~ 계속 될지어다.



키즈노트로 온 (애기엄마에겐) 청천벽력같음 소식


애기 앞에서 열심히 짜라짜라짜라 짜아~~파게티 먹는 숲이아부지- 에라이
이런 상황은 없었으니 감사한 마음이 들어야 할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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