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1년, 나의 살에 대한 소회
출산 전까지 20키로가 쩠었다. 반칠순의 일생을 프로위염러로 살던 내가 임신 9개월 단한번 체끼 없이 한끼 이인분을 실천했으니 그리 놀라울 일은 아니다. 그간의 모습을 알던 회사동료들만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5개월부터 만삭소리를 들었던 나였다.
아 (침묵) 다영씨, 많이 쩠.. 불렀네요?
출산 일주일 후, 아기의 몸무게인 3.6키로의 절반인 1.8키로 정도가 빠져나갔으니, 출산 과정에 겪은 가장 기이한 일 중 하나였다. 아기 몸무게와 양수만큼은 줄어들 줄 알았건만. 출산 후 4개월 후 쯤 회사근처에 동료들을 보러 나갔는데, 다들 그사이 내가 둘째를 가졌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임신때도 안받아본 대중교통 양보를 그때 받았던 것 같다. 이렇듯 영 올것 같지 않던 앞자리 5의 체중이 겨우 된 건 출산 후 장장 10개월이 지나서였다.
출산 후 1년이 된 지금 나는 원래의 몸무게로 다가가고 있다. 체력을 찾을 겸 매일 운동도 하고 육퇴 후 혼맥도 참고 (제일 힘든 부분) 나름 열심히 육휴를 보냈다. 체중이 원래의 숫자을 수렴한 지금에서야 깨달은 점이 있다. 나는 그저 살이 찐것이 아니었던 것!
아기를 낳아보니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임신과 출산은 참 터무니 없었구나 싶다. 자주들 묘사되는 엄마의 일상, 그러니까 출산 후 급격히 찐 살에 스트레스 받다가도 아이가 남긴 음식이 아까워 잔반처리반으로 전락한 우리 엄마들.. 사실 그렇게 심플하지 않단 말이다! (테레비에 뭘 기대하겠는가? 11년차 직장인인 내가 보기에도 실장님과 사랑에 빠지는 숱한 신입사원이 나오는 드라마는 이제 삼류도 아까운 시나리오가 되었으니 말다했다)
사실은 맞긴 맞다. 임신 출산으로 우리는 살이 찐다. 살만 찐게 아니라는 게 문제다. 그 임신 출산이 그저 살만 찌는 거라면 너무 좋겠는데, 참 그렇게 단순한 과정이 아니라는 것.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잉태하는데 그리 간단한 과정이었을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렇게 간단한 프로세스였다면 인류는 지금까지 존속하지 못했을것 같다. 그리 쉬운 과정에 얻은 후손이라면 이렇게까지 애지중지 할것까지야 없지 않은가?
체중의 증가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다양한 변화가 있다. 평생을 바르게 나오던 발톱이 역방향으로 자라나 살을 파고드는 건 예사 일이다. 발 모양은 희안하게 발볼만 늘어나 신발도 맞지 않는다.
골격은 가장 크게 느껴지는 임신 출산이 가져온 변화 중 하나다. 며칠을 사정없이 굶고 홀쭉해진 배를 갖고도 임신 전에 입었던 원피스 입구에서부터 소화불량의 신호가 들린다. 어깨는 왜 이렇게 광활해 진건지, 팔의 늘어진 살을 감안해도 이렇게 까지 어깨 폭부터 늘어날지는 몰랐다. 골반은 말해서 뭐하겠나? 골반이 좁아 억울한 영혼이었던 나의 경우 이것까지는 그래도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골반이 섬처럼 똥강 떨어진 신체부위였으면 더 좋았겠다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며 넓어진 골반에 희망을 보았지만 문제는 그 연속성이다. 골반에 연결된 허리와 허벅다리의 확장... 특히 가로로 상당히 성장했음을 느낀다. (그래, 이렇게라도 성장해 감에 감사하자. 이게 더 해빙 정신인가?)
다부진 체구의 골격과는 다르게 몸 곳곳에 신음소리가 절로 나는 곳도 있다. 그 이름, 관절.
손목 관절이야 출산 직후 부터 그저 유리같은 내 심리상태와 같았다지만 손가락 관절과 발가락, 점점 더 아파지는 팔꿈치 관절은 이것들 조금씩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나 하는 우려가 들정도로 아프다.
어제는 아기 돌 풍선을 펌핑하다가 팔꿈치와 손목이 아예 아작이 났음을 알았다. 손수 커다란 풍선을 펌핑하는 일은 힘들긴 했지만 기뻐할 숲이를 생각하니 그저 할만한 노동이었다. 문제는 그러고나서부터다. 이악물던 펌핑질에 채 몇시간 지나지 않아 양팔이 부쩍 부어 도통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암벽사이에 팔이 낀것 같이 저리고 아팠다. 이제 나는 한계를 부딪힐 때 그저 정신의 문제, 노력과 의지의 차원에서 해결하던 장미빛 청춘을 지났달까?
내가 마음만 먹으면 된다 생각했던 것들에는 이제 움직일 줄 모르는 몸뚱아리가 먼저 고장이 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애미야 이제 니가 알던 그 몸뚱아리가 아니다~ 하아 나는 이제 결코 처녀때로 돌아갈 수 없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남편과 혹은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출산 후의 변화를 '살이 찐다'는 간단한 표현으로 치부되는 게 사실 많이 언짢았다. 처음에는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나는 커진 몸이 아니라, 다른 몸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잠자는 옷장의 옷들은 임부복 빼고는 더이상 날 환영하지 않는다. 출산 후에 그네들에게 살쩠네 살쩠네 하지 말자, 체중의 (대폭) 증가는 수많은 변화 중에 아주 일부분일 뿐이다. 아는척 말고, 그저 고생 많다고 토닥여 주면 될일이다. 나는 아무도 안해주니 셀프 토닥을 해본다. 껌딱지 하나 만들라고 애미가 고생 많이 했다.
그래 고생했다 애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