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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경덕 Dec 18. 2022

멍게

멍게과에서 우렁쉥이라는 동물은 뇌가 없다. 유생 시절에 살기 좋은 장소를 물색하다가 한 곳에 터를 잡고 나서는 뇌를 먹어버리기 때문이다. 이제 평생 움직이지 않을 테니 에너지 소모가 큰 뇌는 소화시키고 식물처럼 착생 생활을 하는 것이다.


멍게의 이런 독특한 삶의 양식을 본 인간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어떤 칼럼에서는 열심히 살다가 고착생활을 하는 멍게를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독선적인 정치인에 빗댄다. 어떤 불교학자는 멍게 이야기에서 몸의 중심은 뇌가 아니라 차라리 입과 성기라고, 뇌 중심주의로 인한 부작용(히스테리, 우울증, 정신분열 등)을 지적한다. 어떤 철학자는 멍게처럼 되지 않으려면 열심히 생각하고 공부하라고 말한다.


멍게는 동물로 태어났지만, 식물의 삶을 지향하는 거라고 말하는 글도 보았다. 수 버크라는 작가는 가장 지능적인 생명체가 동물이 아니라 식물이라는 것이 밝혀진 외계 행성 이야기를 썼다. 거기서는 식물이 인간 식민지 개척자로서로 등장한다고 한다. 그 세계에서는 식물과 가깝게 변신할 수 있는 멍게의 삶이 꽤 근사할 것 같다. 그곳에서 뇌를 달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식민지 인간의 삶은 어떨까?


멍게를 검색하다가 <멍게와 나>라는 제목의 전시를 발견했다.



[멍게와 나 Sea Squirt and I]

Haejung Jung

정혜정

2022/11/25 – 2022/12/24


(...) 멍게는 동물과 식물을 선택할 수 있고, 성별이 존재하지 않으며 유성생식, 무성생식이 가능한 독특한 특성을 가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생물에 대한 통념과는 거리가 먼 객체로, 인간의 관점이나 시스템, 관습을 해체하는 대상으로서 차용한다. (글 : 이선미, 대안공간 루프 큐레이터)


http://altspaceloop.com/exhibitions/haejung-jung-solo-exhibition-sea-squirt-a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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