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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in Oct 22. 2023

당신의 '핸들링handling'에 반대합니다

킬링이브를 통해 본 한국 양육의 문제점

오늘은 내가 자식으로 보고 듣고 겪어온,



대한민국 부모들의 양육, 정확히는 교육이라고 쓰고 핸들링이라고 읽어야 하는 한국식 양육과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제는 한국식 양육이라고만 볼 수도 없는데,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에서도 타이거맘, 헬리콥터 맘 등 강남 대치동 엄마에 버금가는 집약적 양육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뤄볼 예정이다. 다음은 그 참조 도서.)






       


        기울어진 교육저자마티아스 도프케,파브리지오 질리보티출판메디치미디어발매2020.03.19.




넷플릭스는 끊고 왓챠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 하나 왓챠의 '킬링이브KILLING EVE'를 보기 위해서.








한국부모들의 육아나 교육이야기를 한다고 해놓고, 갑자기 웬 '미드'? 그것도 19세 미만 관람불가의 가학적이고 잔인한 드라마를 말이다.



미국 등지에서 '킬링이브'의 인기는 차치하고서라도, 이 드라마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위의 사진을 보자.



백발의 남자는 콘스탄틴, 금발의 여자는 빌라넬이다. 둘은 연인사이가 아니다. 그렇다고 부녀사이도 아니다. 불륜상대는 더더욱 아니다. 이둘의 관계는 '핸들러'와 '관리대상'이다. 빌라넬은 비밀조직 트웰브에서 지정한 요인을 죽이기 위해 고용된 킬러다. 콘스탄틴은 트웰브 소속으로, 킬러 빌라넬을 관리한다. 많은 헐리우드 첩보영화에서 보아왔듯, 그는 매 에피소드마다 빌라넬에게 죽이라는 명령과 죽여야할 사람이 적힌 쪽지를 배달한다. 그리고 빌라넬은 피에 굼주린 드라큘라처럼 사람들을 죽인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다. 빌라넬은 사이코패스다. 사이코패스에게 세상은 '나'와 '너'가 아닌, '나'와 '그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에 그녀는 살인을 함에 있어 과시적인데다 괴기하기까지한 방법을 선호한다. 이런 과시적 기괴함은 용의자를 특정하기가 쉬워지고 이는 조직에 위해가 되기에 콘스탄틴은 빌라넬을 곁에서 그녀를 집중 관리한다. 그녀의 심리적 특성을 잘 활용해서 적당한 선에서 그녀가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하고, 가끔은 벌을 주거나 혼내기도 한다. 한마디로, 핸들링handling한다. 






이 둘의 관계는 '핸들러'와 '관리대상'다.






그렇다. 나는 한국의 학부모이 자식들과 맺는 관계성을 저 둘(콘스탄틴-빌라넬)의 관계로 본다. 즉, 많은 부모들이 자기자신과 자식과의 관계를 '인간-인간'이라는 평등한 관계로 보지 않고, '부모-자식' 혹은 '핸들러-관리대상'이라는 수직 혹은 통제의 관계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핸들러를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한마디로 핸들러는 개를 훈련시키는 사람이다.










반론은 있을수밖에 없다. 아직 미성년자인 자녀들을 돌보고 잘 키워내는게 부모의 역할이 아니겠냐는 반론. 정확히 옳다. 그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오히려 그걸 하지 않으면 방임이나 학대가 된다. 그러나 그것이 자녀가 스스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청소년기를 넘어서까지 지속된다면, 그것은 가스라이팅이거나 핸들링이다. 



왜냐면 인간은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https://youtu.be/_DB0gFdiiBk





대개 가스라이팅이나 핸들링은 세뇌를 동반한다. 세뇌brain washing는 한 사람의 보상구조나 동기를 재구조화해서 소기의 목적을 성취하는데 이용되는 심리학적 기술이다. 붙잡힌 전쟁포로들에게 혹은 어떤 나라의 국민들에게 특정한 사상이나 이념 혹은 생각들을 주입하는 데 사용되곤 한다. 그런데 이런 세뇌가, 사랑하는 자녀들에게도 이뤄지고 있다고? 그리고 그 세뇌를 부모인 내가 하고 있다고?



엄마(아빠) 말 들으면 다 잘돼.


우리 00는 착하니까. 엄마(아빠)가 시키는 대로 할거지?


지금은 힘들더라도, 엄마(아빠)가 하라는 대로만 나중에 대학가면(취직하면, 결혼하면…) 다 해결돼.


부모가 너를 키웠는데, 우리는 가족인데, ~해야지.


등등



세뇌의 워딩은 위와 다르게 너무나도 많다. 위에서 제시한 정신과의사 유튜버가 이야기 한다. 가스라이팅을 하는 부모의 유형은 너무나 많고 또 복합적이라고. 또 그녀는 이야기한다. 유형들은 서로 다르지만 결과는 같다고. 어린시절부터 아주 다각적인 가스라이팅을 겪은 사람은 자존감이 낮는, 불안이 높은, 우울한, 의존적인 사람이 된다고. 


자녀를 키우는 목적은 그 자녀가 온전한 사람으로서 성장시키기 위함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온전한 사람'이라는 개념이 천차만별이다. 어떤 부모에게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자식이 온전한 사람이고, 어떤 부모에게는 남들에게 자랑할 것을 제공하는 자식이 온전한 사람이다. 또 어떤 부모에게는 자신의 통제에 따르는 순종적인 아들딸이 그렇고, 어떤 부모에게는 자신의 고민거리를 해결해줄 수 있는 자식이 온전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녀는 개나 강아지 같은 반려동물이 아니라는 점과, 자녀는 수단이나 도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녀를 일방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한다는 생각을 갖거나, 자녀를 양육하는 것에 있어 가격대비 효율성이나 가성비를 따져서는 안된다. 즉, 어떤 일련의 과정들(잔소리, 경제적 지원, 심리적 지원이라고 부르지만 결국 핸들링이거나 가스라이팅에 지나지 않는 것들)을 통해서 자녀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인도 혹은 안내할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내가 키운만큼 나에게 직간접적인, 심리적인, 경제적인 이익을 바라고 자녀를 키우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면 자녀는 훈련할 수 있는 개도 아니고, 그렇다고 돈으로 고용한 킬러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킬링이브로 돌아와서, '자녀와 부모'의 관계를, '킬러와 핸들러'와 비교하며 설명하려고 든 것 자체가 무리가 있으나,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이 아닌 '달'자체를 보시길. 아이들은 훈련된 개나 고용된 킬러가 아니다. 잘 길러내서 의뢰인의 소기의 목적을 만족시켜주는 도구나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해줘야하는 이야기는 다음 영상 속 자막과 같다. 



당신은 어떤 부모입니까?




혹시 '00(이)가 ~을 해서 혹은 ~할 때 엄마(아빠)는 행복해' 라고 말하고 있는 부모



혹은



자녀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기 보단 부모를 기뻐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자녀의 부모가 있다면, 



이는 둘 중 하나다. 



부모가 (자식의 행복보다)자기 자신을 사랑하거나, 혹은 (자녀가 자신이 그려놓았던 미래를 달성하지 못할까봐) 자기 자신을 걱정하거나. 



그 어디에도 자녀에 대한 인정과 존중은 없다. 



조건이나 약관 따위의 것은 계약서 같이 경제적/신분적 급부에 대해 쓰는 것이다. 



사랑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오은영 박사가 진행하는 육아버라이어티들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짧은 시간안에 진단, 처방, 그리고 솔루션이 동시에 나가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 가정 혹은 하나의 사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집약적 양육'(aka, 핸들링)은 그렇게 다룰 수 없다. 



다음포스팅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기울어진 교육'과 함께


한국의 교육학자 김인희가 쓴 책 '교육이 바뀌어야 나라가 산다'과 함께 우리사회의 양육 그리고 교육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살펴본다.





       


        교육이 바뀌어야 나라가 산다저자김인희출판바른북스발매2022.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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