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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in Oct 22. 2023

복수의 윤리학

더 글로리. 감상문


또 다시 결제해버렸다. 



애증의 넷플릭스. 구독하면 볼게없고, 구독을 끊으면 볼게 생기고...



3월 중순 '더 글로리'의 뒷부분이 마저 공개된다고 하여 그 때 구독하려고 했지만, 참지 못했다.



김은숙 작가의 이전 작품들보다 조금은 더 매웠다. 



아무래도 공중파나 지상파가 아니라, 



OTT플랫폼인 넷플릭스라는 좋은 핑계를 얻었다고 봐야하나...(울고 싶은데 뺨 맞은격!)



김은숙 작가의 전매특허인 '로맨스'가 없어진 자리에, '복수'라는 뼈대가 채워졌다. 





       


        더 글로리 OST Part 1아티스트Various Artists발매일2022.12.30.




학교폭력을 다룬 드라마라고 했지만, 학교폭력은 '시발-점'에 불과했다. 



드라마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것은 학교폭력에 희생된 한 개인의 '사적복수'다. 







사적복수? 







https://www.newsen.com/news_view.php?uid=202212201057532410





         ‘더 글로리’ 김은숙 작가 “19금 단 이유는 사적복수 때문”

'더 글로리'가 19금인 이유가 공개됐다. 12월 20일 오전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그랜드 볼룸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에서 ...

www.newsen.com





김은숙 작가본인도 '더 글로리'의 상영등급을 19세이상으로 둔 것에 대해, 사적복수에 대한 내용 때문이라고 했다.



현행 사법체계에서는 한 개인이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그 개인은 개인적인 복수를 할 수 없다(아무리 분하다고 해도!). 다만, 형법 등의 기타법률에 의한 재판에 의해 해당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내릴 뿐이다. 



현행 법체계 안에서는 이를 '정의'롭다고 본다. 



그런데, 법이라는 것이 혹은 재판이라는 형식이 피해자가 느끼는 바대로, 피해입은 것에 완벽하게 합당한 처벌을 가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더 글로리'는 이 의문에서 시작한다. 






이게 정의롭습니까?






            


        JTBC '안방판사' "'더 글로리' 고데기 사건 전말"뉴스내용JTBC ‘안방판사’오늘(14일) 방송되는 JTBC 법정 예능 토크쇼 ‘안방판사’에서는 ‘소확횡'(소소하지만 확실한 횡령)으로 고소당한 헤어숍 직원의 사연부터 드라마 ‘더 글로리’로 이슈가 된 고데기 사건에 대한 전말을 전격 공개한다.‘소.확.횡’으로 고소당한 헤어숍 직원의 사연에서는 스태프 직원이 숍 비품을 무단으로 사...출처KBS 연예










출처:더 글로리





동은(송혜교 분)은  부모도 버리다시피한 어려운 형편의 학생이다. 그녀를 보살피는 건, 담임선생님도 아닌 보건(과거 양호)선생님 뿐이었다. 그러나, 이 선생님도 어떤 이유로 학교를 떠나버리고 난 뒤, 동은은 연진 일행의 악행으로부터 벗어날 희망조차 잃는다. 권력에 영합한 담임선생님과 돈에 딸을 학교부적응자로 넘겨버린 엄마 때문에 자퇴한 동은은 각고의 노력끝에 교대(자신을 폭행한 담임선생님의 아들이 다니고 있던)에 들어가게 되고, 결국 연진의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선생님이 된다. 



평생 복수를 위해서 사는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자신의 진로, 미래 같은 장미빛 말들을 핏빛으로 채운다면 어떤 기분일까. 



동은은 이렇게 말한다. 







내 꿈은 너야, 연진아.




더 글로리 중






여기에 생략된 말이 있는 듯하다. 없다면, 더 섬뜩하다. 너의 존재를 없애고 내가 그 자리를 차지 하겠다는 말이 될테니. 



동은의 복수는 일견 정당해보인다. 그리고 정의롭게 까지 보인다. 



Part 1은 복수의 서막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아직 본격적인 복수는 그려지고 있지 않다. (넷플릭스가 공개하는 Part2의 티져를 잠깐 본다면, 이 복수는 피의 복수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https://youtu.be/fk8vvmHIWAA










우리는 '권선징악'이나 '사필귀정'같은 사자성어를 좋아한다. 






또, 나는 '정의'나 '공정'같은 단어를 좋아한다. 



세상은 언제나 정의롭고, 공정해야한다고 믿기 때문이고, 나쁜 놈은 벌받고 일은 제대로 처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언제나 (순진한) 우리의 믿음과 생각은 세상의 돌아가는 방식과 판이한 것이 현실이다. 



누군가가 이야기 했듯, 이 세상은 '유전무죄 무전유죄'이거나 '그들만의 리그'이다. 어떤 원리가 있는데 일반사람들은 그곳에 접근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나는 피해자 '문동은'을 응원하지 못하겠다. 그녀가 행하려는 복수가 불법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리만족은 가짜만족이기 때문이다. 







대리만족은 가짜다






문동은, 정확히는 김은숙 작가가 그려낸 '문동은'이라는 캐릭터에는 우리의 욕망이 투사되어있다. 



나에게 위해를 가한 자에게 그대로 복수하는 일. 누구나 한 번은 꿈꿔봄직하다. 



그러나 이것(사적복수의 보편화)을 현실화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보듯 뻔하다. 



말그대로 '대혼돈의 카오스'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억압된 무의식을 꿈으로만 풀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해법은 없다. 






인간은 본래 선하지 않다고 믿는 나에게 있어, 유일한 해법은 '사회계약에 의한 법치'이다. 그럼에도 인간에게 조금의 선함을 기대해 본다면, 용서가 되겠지만, 우리나라 사회에서 용서란 말은 여전히 낯설고 무책임하다.(대형교회 목사 딸 사라는 신에게 고해하고 이미 용서 받았다는 장면에서 나는 영화 '밀양'이 생각났다. 용서는 누가하는 것일까? 할 수나 있는 것일까?)






       


        밀양감독이창동출연전도연, 송강호개봉2007. 05. 23.





가톨릭 주기도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




가톨릭 주기도문






타인의 잘못을 내가 용서할 수는 있으나, 나의 죄는 내가 스스로 용서할 수 없다. 심지어 복수도 그러한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말에서 '나'는 인간이 아닌 절대자인 '신'을 의미한다.







원수 갚는 일과 보복하는 일은 내게 속하였으니 그들의 발이 정한 때에 미끄러지리라. 그들의 재앙의 날이 가까우므로 그들에게 닥칠 일들이 속히 일어나리라.



It is mine to avenge; I will repay. In due time their foot will slip; their day of disaster is near and their doom rushes upon them.” 


Deuteronomy 32:35 NIV




[출처] 신명기 32:35(다국어성경)|작성자 갈대 피리






인류 최고 베스트셀러인 성경에 따르면, 인간으로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복수는 하늘(절대자, 신)에 맡겨야 하는 것이다. 21세기 최첨단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지침으로 성경을 들이댄다면 너무 올드하다고 느낄까. (올드하고 또 올드하다) 



근대의 역서,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수십번씩 읽고 그것을 체화한 사람들도 있는데, 인류의 역서 '성경'에도 분명 배울 점이 없진 않을 것이다.(잘 보면 엄청 많을 수도 있다!)물론 시기가 달라 말과 글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치와 조금 다른 것을 빼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와 복수의 주체에 대해서는 '성경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봄즉하다.





용서는 인간의 것



복수는 신의 것



신이 되고자한 동은의 복수극, '더 글로리' part 2가 기대되는 이유다.



https://youtu.be/1z8DF2V5dQ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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