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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짱없는 베짱이 Jul 01. 2024

모르는 경험 속으로

[주간회고] ~6/30

지난주 얻어온 책 <스무스>를 읽다 보니 작가는 8월 1일에 처음 수영을 시작하여 17일에 벌써 킥판 없이 자유형에 돌입했다. 나는 아직 킥판을 잡고 있어서 16일의 기록까지만 읽고 책을 덮었다. 내 진도와 맞춰 나가면서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저 책은 10개월의 에세이라던데, 그럼 나도 적어도 10개월 동안 수영을 배워야 하나? 할 수 있을까?  

그러다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작가는 매일반, 나는 월수금반을 등록했다 할지라도, 나는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아직까지도 킥판을 들고 다니고 심지어 팔을 저으며 숨 쉬는 법은 아직 배우지도 않았다. 진도가 이렇게 달라도 되는 걸까? 1일부터 17일까지면 주말을 빼고 계산했을 때 약 열흘이다. 월수금반인 내가 한 달을 채웠다면 그보다 며칠은 더 수영장에 나온 셈인데 말이다.

6월의 마지막 금요일에도 선생님은 진도를 더 나가지 않았다. 다만 몸이 떠오르도록 도와주는 허리의 보조도구 '거북이'는 뗐다. 선생님은 오늘이 자기가 하는 마지막 수업이라고 했다. 알고 보니 학생이었는지, 학업 때문에 일을 그만둔다며 다음 달부터 새 선생님이 오실 거라 했다. 우리는 또 열심히 발차기를 하며 레인을 돌았고, 선생님은 그런 우리를 하나하나 붙잡고 발차기 모양을 계속 잡아주었다. 그리곤, 앞으로 다양한 영법을 배우고 레인을 옮겨갈수록 발차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지기 때문에 지금 많이 연습해 두고 자세를 잘 잡아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때, 내가 한 달 동안 수영이 계속 더 재밌어지고 더 이상 두렵지 않아 지게 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진도가 느렸기 때문이다.

집에 와서 <스무스>를 펴고 다시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남의 이야기라 그런지) 작가는 또 금세 배영에 도달했다. 재미있다. 역시 모두가 같은 속도를 맞추어 나갈 필요는 없지. 느리지만 천천히, 언젠가의 나도 나만의 속도로 겪어나갈 과정이라 생각하니 수영이 조금 더 좋아졌다.


수요일에는 마지막으로 사무실에 들렀다. 퇴사하고 거진 한 달이 되었지만 실감이 잘 안 났던 건 계속 받아서 하던 일 때문이었다. 일을 마무리하며 사무실을 둘러보는데 문득 예전에 내가 막내들 읽으라고 사다 놓은 책이 눈에 들어온다. 문장을 제대로 쓰고, 제대로 고치는 법 등에 대한 책. 집어 들어 후루룩 다시 읽어 보는데, 이미 퇴사한 지 오래되어 내 기억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과거의 막내들이 대목 대목마다 떠오른다. 아, 이 내용이 걔한테 정말 필요했는데. 이제는 많이 나아졌으려나. 일 잘하고 있으려나.

마침 나도 책을 한 권 챙겨 왔었다. 쉬는 동안 읽었던 책으로, 주니어 기획자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내용이 많이 담겨 있었다. 글도 곧잘 쓰고, 간식 먹는 것을 좋아하는 막내에게 '간식처럼 틈틈이 꺼내먹어'라는 메시지를 적어 선물로 주고 나왔다.  

회사를 나오기로 결심하기까지, 가장 나를 망설이게 했던 것 중 하나는 사람이었다. 처음으로 맡아본 팀장이란 역할. 내가 누군가를 이끌어가며, 그들에게 영향을 주고, 애정을 주고 또 받아보는 경험이 생겼다. 이제 좀 서로를 '안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고, 그러니 잘해볼 수도 있을 것 같은 상황이었는데 이 친구들과 헤어지는 일이 아쉬웠달까. 이런 마음은 이전까지의 나라면 상상도 못 해봤을 감정이다. 힘들었지만 바로 이 경험을 얻은 것만으로도 이곳에서의 생활이 의미 있었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여전히 후회는 되지 않는다. 언젠가 퇴사 소식을 알렸을 때, 우리 팀원 중 하나가 나에게 말했다. "역시 탐험가다운 선택을 하시네요. 준비되어 있지 않은 세상이면 어때요, 팀장님 전문이잖아요." 실은 준비되지 않은 퇴사로 불안해하고 있었는데 그 말이 용기가 됐다. 그 말을 지키기 위해 자꾸 더 열심히 뭔가를 더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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