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를 가르치는 보드게임'을 찾아서

직장인 보드게임 운동회를 열게 된 이야기 1

by 배짱없는 베짱이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5년 1-2월호에는 '비즈니스를 가르치는 보드게임'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려 있다.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보드게임은 작은 우주다. 게임규칙이 물리법칙이나 사회법칙이라면 게임판은 물리적 환경이다. 카드는 자원이나 촉매제 역할을 한다. 주사위는 한 덩어리의 무작위성이라고 할 수 있다. 보드 위의 말들은? 바로 당신과 나다."


이거야 말로 직장인의 성장을 도모하는 커뮤니티에서 보드게임 클럽을 운영하며 내가 어필하기 딱 좋은 내용이었다. 실제로 나도 보드게임에 빠져들며 스스로 많이 변화하고 있다 느끼고 있었고. 그러니 HFK의 설립 배경이 되기도 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보드게임 기사가 실려 있었다는 건 마치 운명처럼 느껴졌다. (참고로 HFK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Forum Korea의 약자로, HBR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에서 시작되었다.)


다만, 현실의 보드게임 클럽은 매 시간 그저 도파민 분출의 장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맘 편히 웃고 떠드는 놀이 하나 없었던 직장인들에게 게임을 통한 도파민 분출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었겠냐마는, 아무튼 물리법칙이나 사회법칙에 준하는 게임규칙이 존재하는 게임을 함께하며 그 안에 내포된 비즈니스적 무언가를 음미하기에 한 달에 한 번 2시간은 너무 짧았다. 우리는 모여서 마피아 게임을 하며 서로의 말속에 숨은 거짓과 진실을 파헤치고, 다양한 파티 게임으로 억눌려왔던 순발력과 재능을 마음껏 꺼내 놓으며 웃고 떠들기에 바빴다.


그 즈음 나의 본진(?)인 동네 보드게임 카페에서는 새로운 보드게임의 영업이 한창이었다. <1862 : 이스턴 카운티에 불어온 철도 열풍>.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철도회사를 설립 및 운영하는 보드게임으로, 철도건설뿐만 아니라 경매, 입찰, 주식 매매 등 제법 현실감 있는 경영 테마가 다채롭게 녹아져 있다. 플레이어들은 마치 진짜 주주가 된 것처럼 회사의 경영(철도 건설)에 참여할 수 있으며, 회사의 가치를 올리고 또 내리며 적절한 시기에 주식을 사고팔아 수익을 내야 한다. 운 적인 요소보다는 그야말로 각자의 전략과 경영 역량만으로 승부해야 하는 게임이랄까. 하지만 게임이 이만큼 현실과 가깝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룰 설명에만 1시간가량, 플레이에도 기본 2-3시간이 걸리는 웨이트(주로 보드게임의 난이도를 표현할 때 쓰는 표현. 5점 만점) 4점 대 후반의 무거운 게임으로, 아직 가벼운 보드게임 중심으로 즐기고 있는 커뮤니티 클럽 사람들에게 소개할 만한 게임은 아니었다.


<1862>의 연승으로 한창 신나 있던 어느 날, HFK 커뮤니티 운영진과의 식사 자리가 있었다.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다 자연스럽게 또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버렸다. "생각보다 보드게임의 세계는 정말 다양해요. 요새는 철도 회사를 운영하며 주식을 사고팔아 돈을 버는 게임을 하고 있거든요." 평소 게임에는 전혀 흥미가 없던, PC 게임도 한 번 해본 적 없다던 커뮤니티의 운영진이 갑자기 반응을 보였다. "회사 경영과 주식 거래? 이거 우리 커뮤니티 사람들도 좋아할 테마 같은데요. 게임으로 배우는 경영이라니! 커뮤니티 전체 멤버가 함께하는 보드게임 대회를 한 번 열어 볼까요?"


갑작스러운 전개에 놀라서(?) 덜컥 "좋아요!"를 외치고 말았다. 그가 관심을 보인 그 게임은 보드게임 초심자들이 접근하기에 너무 어렵다는 사실은 생각 안하고. 1시간 설명, 이어지는 2-3시간 플레이라는 시간 장벽은 보드게임에 관심 있는 직장인들도 쉽게 도전하기 어려울 장벽이라는 사실도 생각 안하고.


아무튼 미션이 주어졌다. 대회는 확정되었다. 이름하야 B-스포츠(보드게임)로 즐기는 '직장인의 가을운동회'. 게임 종목은 아직인데 우승자에게 주어질 상품도 벌써 정해졌다. <1862>는 일찌감치 머릿속에서 지웠고, 새로운 게임을 찾아야 했다. 한 번에 모이기도 어렵고, 게임에 대한 이해도도 각기 다른 200여 명의 사람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을. 쉽고 재밌지만 마치 무언가 경영하거나 전략을 짜는 듯한 재미가 있는 게임을. 과연 찾을 수 있을까? 게임 속의 게임을 즐기는 마음으로 모두를 위한 게임 찾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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