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보드게임 운동회를 열게 된 이야기 2
200여 명의 직장인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서 어떻게 하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 대회를 열 수 있을까? 장소의 규모와 시간 등의 문제까지 고려해서 3회에 걸쳐 진행될 다음과 같은 방식의 게임을 제안했다. 최대한 쉬우면서도 처음의 의도였던, 경영 비즈니스 전략 게임을 찍먹하는 기분이 들 수 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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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선 종목 : 스트림스
소요 시간 : 10분 / 장르 : 파티게임, 숫자게임 / 핵심 역량 : 전략, 순발력, 확률 계산, 운
*각 팀 모임의 쉬는 시간, 운영진이 전 멤버를 대상으로 게임 진행. 게임 결과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이 팀 대표로 선정됨 (동점자가 있을 경우 가위바위보 또는 동점자 간 협의 가능)
2. 본선 종목 : 요트다이스
소요 시간 : 30분 / 장르 : 주사위게임, 파티게임 / 핵심 역량 : 전략, 판단력, 운
*예선을 거쳐 팀 대표로 선발된 멤버는 언제든 오아시스에 와서 본선 경기를 치를 수 있다. 혼자서도 여럿이도 할 수 있는 게임 요트다이스. 다만 반드시 운영진이 참관한 경우에만 공식 점수로 인정. 각 팀의 대표는 게임 결과 자신의 최종 점수를 기록하고, 이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상위 4명이 결승에 진출
3. 결승전 종목 : 어콰이어
소요시간 : 90분 / 장르 : 전략, 경제 비즈니스 게임 / 핵심 역량 : 전략, 순발력, 판단력, (일부 암기력) 운
*땅을 이어 건물을 올리고 주식을 사고 기업을 합병하며 돈을 버는 고전 경제 보드게임 ‘어콰이어’. 예선과 본선을 거치며 순발력과 판단력에서 상위 능력을 보여준 최후의 멤버 4명이 한 자리에 모여 본격적인 승부를 펼친다. 우수죽순 벌어지는 인수합병을 통해 가장 많은 돈을 모으는 사람이 최종 우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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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기획은 까였다. '다 함께' 하는 맛이 적고, 심지어 여전히 게임이 어려워 보인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조금 더 간단하고 시간을 적게 쓰면서도 여러 사람들이 모여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를 내는 것이 필요했다. 보드게임을 할 때처럼, 아니 현실에 모든 일이 그렇듯이, 가져갈 것만 가져가고 버릴 것은 아깝더라도 확실하게 버리는 전략이 필요했다.
반복된 논의 끝에 단 한 종목 <요트다이스>만 가져가기로 했다. 10명 전후의 팀 활동이 메인이 되는 커뮤니티에서 한 팀이 모였을 때 팀원 모두가 한 번씩 주사위를 굴려볼 수 있다는 점, 게임을 한 번에 끝내지 않고 2번 또는 3번으로 쪼개서 모일 때마다 칸을 채워나간다면 팀 간의 경쟁 구도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본격적인 대회 시작 전 보드게임 클럽 멤버들과 모여 시범 경기를 진행하며 각자의 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준비도 했다. 커뮤니티의 운영진은 매주 발행하는 시즌레터를 통해 운동회의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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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운동회 시작]
보드게임클럽 호스트 베짱이님과 함께 기획한 HFK만의 가을 운동회가 시작됩니다. 우연히 보드게임에도 비즈니스 전략을 다루는 게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가을을 맞아 운동회 삼아 시간/공간의 제약을 넘어 다 함께 멤버들과 게임을 즐길 방법을 고민해 왔어요. 가을 운동회는 10월 16일~11월 15일 한 달 동안 각 팀의 쉬는 시간마다 진행되며, 게임 점수를 합산해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팀에게 마지막 세션 때 와인 두 병을 선물로 드립니다. 10월 30일에는 스페셜 이벤트로 비즈니스 전략게임이 진행되며, 게임에서 우승한 멤버가 속한 팀에 추가 점수를 드릴 예정이니 스페셜 이벤트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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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 가을 운동회는 흥행할 수 있을까. 내심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우승 선물로 내 건 2병의 와인 덕분인지 생각보다 후끈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각 팀마다 게임 스타일도, 전략도 달라 흥미롭습니다. 어떤 팀은 단순한 숫자의 조합부터 먼저 만들어가는 반면, 높은 득점을 기록하기 위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을 외치기도 합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공유되는 운영진의 중계를 보고 있으니 어쩌면 이들은 어떤 게임을 하게 되었더라도 경영이나 비즈니스적 테마를 입혀가며 잘 풀어나갔으리란 생각도 든다.
종종 모여서 집중하고, 다른 팀의 현황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온라인으로 요트다이스란 게임의 전략을 찾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보드게임을 통해 뭔가를 배우고 대리 체험을 하고 하는 것들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바쁘게 돌아가던 일상 속에서 잠시 무거운 마음은 내려놓고, 옆에 앉은 사람과 한번 더 웃으며 이야기 나누고, 한 자리에 모인 우리가 다 함께 팀이 되어 몰입해 보는 그런 경험이 필요했던 것 아니었을까. 이 운동회가 모두에게 그런 기억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운동회의 결말은 HFK 시즌레터에 실린 운영진의 글로 대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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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운동회의 1등은]
지난 한 달 동안 각 팀의 쉬는 시간마다 요트 다이스 게임이 진행됐습니다. 스몰토크보다 빠르게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주고, 많은 분들이 몰입했던 만큼 보드게임 운동회를 정말 잘 기획했던 것 같아요. 1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비슷한 카테고리의 팀들이 미묘하게 경쟁하던 모습이나 "우리가 운이 없지, 돈이 없냐"며 마지막 회차를 마무리했던 팀 등 게임이 만들어낸 유쾌한 순간들이 많이 기억에 남네요.
이번 HFK 가을 운동회 우승은 219점을 기록한 AI부사수(금) 팀이 차지했습니다. 마지막까지 긴장감 넘치는 접전이 이어졌고, 1위와 2위의 점수 차이는 단 3점에 불과했습니다. 10월 30일에 번외 경기 이벤트로 진행된 '벤처엔젤스'에서 1등을 하신 OO님의 공이 큽니다. 우승을 떠나, 주사위의 모든 숫자가 동일하게 나오는 '요트'를 기록한 팀도 무려 3팀이나 있어 더욱 흥미진진한 시간이었습니다. AI부사수(금) 팀의 마지막 모임인 11월 29일에는 오아시스 덕수궁에 와인 두 병이 준비될 예정이니, 멤버 모두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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