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보드게임 운동회를 열게 된 이야기 3
보드게임 운동회를 마치고 커뮤니티 안에서 나를 그리고 보드게임 클럽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난 듯하다. 보드게임 클럽의 인기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ㅎㅎ 그저 함께 모여서 게임하는 시간이 재미있어 시작한 일인데 이렇게 큰 행사와 인연들로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 그 당시 후기처럼 올렸던 글에 게임 종목으로 <요트다이스>를 선정한 이유를 밝힌 적 있는데, 어쩌면 그 글은 보드게임을 하면서 변화된 내 생활의 변화를 고백한 글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때 쓴 글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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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운동회 종목으로 <요트다이스>를 고른 데엔 다른 이유도 있다. 모든 게임이 그렇지만, 주사위를 굴리고 나면 결국 그 결과가 0점이 될지라도 어딘가 하나의 칸에는 반드시 점수를 적어 넣어야 한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비울 수도, 미룰 수도 없다. 현실의 나는 정말로 잘 못하던 일이다. 끊임없이 내 행동의 결과를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다음 수를 고민하고 예측하며 움직여 나가는 일. 아직도 잘 못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진 것 같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게임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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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적어 놓고서도 게임 같은 하루가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중요한 건 그거다.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야 하다는 것. 가끔은 0점이 나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또 주사위를 던져야 한다는 것. 끊임없이 내 결과를 확인하고 항로를 수정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그러다 보니 이렇게, 몇 번을 그만둘까 생각했던 모임이 지속되어 큰 운동회로까지 나아갈 수 있었던 거니까.
저 글 끝에는 스스로 쓴 자기소개도 들어가 있다. 거기엔 또 이렇게 적어 놓았다. '이 세상도 게임판 위라 생각하니 걱정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아무리 냉정하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져도 끝나고 나면 서로의 플레이를 인정하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것. 실수로 칸을 잘못 채워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승부가 끝나도 우리의 인연은 끝나지 않는다는 것. 나는 오히려 보드게임을 하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이런 세상의 따스함을 새삼 깨달았던 것 같다.
"내내 치열하지 않아서 더 다행이었습니다. ^^"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보드게임 클럽에서 한 멤버의 소감이 내 마음에 와닿았다. 물론 대체로 세상 속에서 게임은 보통 치열하고 냉정하고 경쟁하는 것으로 소비되고 있다. 솔직히 나부터도 처음 클럽을 시작할 때 '치열한 두뇌 싸움', '인간의 심리 분석' 이런 메시지로 승부사들의 승부욕을 자극하고자 했다. 그러나 함께 게임을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를 이해하고 웃어주고 적보다는 편을 찾는 과정이 보드게임의 진짜 매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한번씩 들곤 한다.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어른들이 놀아 보겠다고 한 자리에 모였다. 이름도 얼굴도 익숙지 않아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던 시간도 잠시, 어느새 테이블 위에 펼쳐진 보드게임에 집중해 서로의 이름을 자연스레 부르며 웃고 떠들고 논다. 바로 이 모습을 바라보는 게 참 좋았다. 나이도 연차도 직함도 잊고 잠시 어린 시절의 소년 소녀로 돌아간 것처럼 눈빛을 반짝이며 바로 이 순간에 집중하는 모습. 말 그대로 아이가 된 것처럼 그 시간이 너무 치열하지도, 너무 느슨하지도 않아서 더 행복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이렇게 행복하게 에피소드가 하나 마무리 되었으니 이제 또 함께 할 새 게임을 찾아서 공부도 하고 플레이도 준비해야지. 다음 글에는 오랜만에 새로운 보드게임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