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체험
내 키는
미국에서는 아담하지만
일본에 가면 키도 크고 덩치도 있다.
일본의 내 친구들은 체구와 길이가 일본인의 평균에 속한다.
한국인으로 내 키는 한국에서 크지도 작지도 않은데
각자의 나라의 평균이 같이 걸으면 너무 차이가 나 어색한 게
이들은 길거리에서 큰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속삭이니
걸으면서 대화를 하려면 내가 고개를 숙여야 한다.
미국에서 만나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난 보통인데
거리로 나가면 내 키와 등치는 작아서 아담해 보일 것 같다고 하니
아이들은 나의 착각이라고 한다.
작은 키에 살이 쪘으니 굴러 다니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나보다 살찐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나 정도는 날씬하다고 우겼다.
아직도 크고 있는 것 같다는 딸은 고민을 하고
아들은 누나보다 쪼끔 커진 것 같다며 좋아하는데
아이들의 키는 미국의 길거리에서도 작은 키가 아니게 커져 버렸다.
덕분에 아이들은 미국의 집에서도 불편함이 없게 되었는데
난 무척이나 헤매면서 산다.
부엌의 상부장이나 선반에 손을 뻗어 뭔가를 꺼내려면 발레를 해야 한다.
언제나 내가 하고 있는 포즈에 아들이 웃으며 닿을까 말까 하면서 장난을 치고
아들은 발 뒤꿈치를 들고 최대한 늘린 내 모습을 흉내 내면서 거들어 주는데
엄마가 이렇게나 작구나 하며 확인을 시켰다.
내 키가 미국의 아파트에서 살기에는
싱크대의 높이는 도마질만으로도 어깨가 부담스러워지고
세면대의 높이도 세수를 하려면 물이 팔을 따라 흘러내려 주위가 흥건해지는데
더 확실한 것은 화장실의 변기에 앉으면 발가락만 겨우 닿아 처량해진다.
이러고 살다가 일본의 집에 가면 모든 것이 낮아
싱크대에 그릇을 놓는데 닿아야 하는 바닥이 더 밑에 있어 놀라게 되고
화장실에서는 갑자기 푹 주저앉아 버리는 것에 어린아이 의자에 앉는 기분을 만든다.
석 달에 한 번씩 변하는 생활환경에 이제는 나름 신속하게 대응하는데...
미국의 집 에어컨의 바람은 천장에 가까운 벽에 있는 구멍에서 나오게 되어 있다.
이 바람이 차가운 바람일 경우에는 찬 공기가 밑으로 내려와 상관이 없는데
집안이 따뜻해 지길 바라면서 켜 놓으면 따뜻한 바람은 모두 위로 올라가
한참을 켜 놓고 기다리는 동안에 머리만 후끈거리게 되어
이러고 발이 따뜻해 지길 기다리면 내 머리가 쪄질 것 같다며
아이들에게 끄자고 했더니 아이들이 야단이었다.
가장 키가 작은 사람이 무슨 말이냐며
그러면 자기들은 벌써 머리가 다 익었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