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계

중년의 몸부림

by seungmom

작년에 새로운 체중계를 샀었다.

체지방, 체수분, 근육률, 골량 등등이 모두 나오는 것으로


20여 년 전부터 쓰던 것도 체지방은 잴 수 있었는데

그것을 미국까지 가지고 와 세명의 건강을 책임지게 했었다.

투박해 보이는 디자인이 그 시절에는 엄청 믿음직스러웠는데

그래서 체중계의 숫자는 절대적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것이 체중계만으로도 느껴진다.

이젠 얄팍하면서도 할 것은 다 해주는 그런 체중계가 나와서

나만이 집에도 이런 체중계를 사놓고 언제든지 나를 감시하게 만들었다.


먹는 것과 건강 중에 고르라고 하면 일단은 먹는 것이 우선이 되는데

먹고 나서 배가 부르면 그때 건강이 생각나고 그래서 걱정한다.

이럴 때 먹은 것을 후회하면 다음엔 덜 먹던지 안 먹던지 할 텐데

먹었던 것에 대한 반성이라고는 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이런 나에게 체중계는 맡겨진 임무가 크다.


한국에 자주 드나들었더니 체중이 확 늘었다.

매운 음식이 천지에 널려 있는데 참는다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인 데다

사 먹어야 하는 음식은 모두 1인분으로 내 앞에 놓이니 많이 먹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먹고 싶은 것이 없어 그동안 찐 부분이 빼져 나갔는데

이번엔 한국에서 지낸 기간이 너무 길었었는지 그대로 다 붙어 있었다.


그런 내가 미국에 와 새로운 체중계에 올라 서 보니 체지방의 숫자가

일본을 떠날 때 재어본 체중은 미국에서도 같았는데 체지방은 엄청 달랐다.

그래서 20년이 지난 체중계는 어떤지 보니 체중은 같은데 체지방은 또 달라서

딸에게 어느 것이 맞는 거냐고 물었다.


딸아이는

아마도 20년 전의 것보다는 새것이 더 정확하지 않겠냐고 하면서

적당하게 두 개의 숫자의 중간을 택하면 되지 않겠냐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어째도 병원에서 재는 것보다는 정확하지 않겠지만

한쪽 다리로 올라간 전기가 다른 쪽으로 흐르기 전에 배 위까지 올라갔다면

체지방이 많은 쪽이 정확도가 높지 않겠냐고 하더니

그래도 엄마 마음이 편한 쪽으로 믿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한다.


뭐라는 건지 괜히 약이 오르는데...


아들이 고개를 돌려서 한마디 보탰다.

엄마는 어느 쪽이든 다 위험한 수위에 와 있으니 아무 상관이 없지 않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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