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영어 탓!

중년의 착각

by seungmom

한국말이었다면 조리 있게 잘 말했을까...

이제까지는 이렇게 버벅거리는 것을 영어 탓으로 생각했었는데...


학교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직선으로 된 길 위의 정류장에 서서

열심히 휴대폰에 코를 박고 포켓몬을 잡고 있는데

커다란 백인 아저씨가 헐레벌떡 와 정류장의 표시판을 읽더니 휙 뒤를 돌아봤다.

그 순간 피해야 하는데 하는 직감으로 주변을 봤는데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부동자세로 서 있던 사람이 갑자기 움직이는 것도 어색해서

모르는 척 눈을 밑으로 깔고 숨을 죽이고 있는데 생각이 적중했다.


이들은 답답하게 내가 영어를 잘하게 보이는지

아님 영어는 상관없이 이곳 주민으로 보였는지 나에게 길을 묻는다.


급해 보이는 표정으로 Target이 어디에 있냐고 물으니 나도 급해져

내가 잘 알고 있는 곳이기도 해서 얼른 답을 해 주었다.











위에 있는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정말 눈에 빤히 보이는 길로

쭉 앞으로 가서 왼쪽으로 돌아서 가다 보면 있다고 하니

바로 알았다며 그 뒤의 말은 듣지도 않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 떠났다.

거의 뛰는 수준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면서 더 듣고 가야 하는데 하는 순간

그 아저씨는 신호등이 있는 곳에서 건너지 않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 신호등의 건널목을 건너라는 말을 안 했구나...

더 하려고 했던 말은 빨리 도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먼저 보이는 것은 Ralphs인데 그 건물 밑에 Target이 있다는 것이다.


달려가 사람을 잡고 알려 주고 싶었지만 이 아담한 내가 날아간다면 몰라도...


왜 이런 사단이 난 건지 생각을 했다.

안되는 영어로 말을 해서 이런 사단이 난 건지

아님 내 사고방식이 이렇게 대충이어서 그런 건지

한국어로 했다면 차분히 조리 있게 잘 설명을 했을까 하니

확실히 영어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그 장소는 그 정도의 설명으로 나는 찾아가겠는데

묻는 사람은 전혀 몰라서 묻는다는 것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반복되는 이런 실수가 영어 탓이라고 가볍게 넘긴 것이 점점 더 나를 엉성하게...


그 아저씨는 똑똑해 보이는 누군가에게 한 번쯤 더 물어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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