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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b 통역 봉사도 작전이 필요하다.

1만 초의 배지

by seungmom

정말 전화가 안 온다.

조금만 더 하면 1만 초 배지를 받을 수 있는데

이걸 달성하자면 전화를 받아야 하는데

봉사라는 것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생각난 김에 우선 봉사를 신청했다.

이것도 한 달에 10번만 신청할 수 있는 것이어서 귀한 건데

이제 한 달이 다 끝나가니까 하면서 신청하니 바로 전화가 왔다.


택시 운전사 아저씨가 일본인 고객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겠다고

처음 해 보는 통역 봉사 전화였는지 엄청 조심스럽게 부탁을 하고

영어로 소통이 안되었다는 일본인은 조용한 목소리로

호텔에 가고 싶다고 해서 얼른 호텔 이름을 물었다.


그런데 그 호텔 이름이 영어!

그 이상한 일본식 영어 발음의 호텔 이름에 어떤 호텔도 떠오르지 않아

어디에 있는 거냐고 물으니 동대문 하는데 그 넓은 동대문의 어느 쪽인지

주소를 가지고 있냐고 물으니 있다고 해서 그걸 아저씨께 보이라고 하니

아저씨는 글씨가 너무 작다고 해서 다시 주소를 확대해 달라고 하니

그제야 아저씨가 알겠다며 이젠 된 것 같다고 하면서 주소를 찍는 것 같아

호텔 이름을 물어 다시 일본인에게 맞냐고 확인을 했더니 맞다는데

아까와는 다르게 큰 목소리였고 아저씨도 많이 고맙다고 하셨다.


보통은 고맙다는 말을 하기 전에 행선지를 알게 된 운전사 아저씨들은

고객을 많이 기다리게 했다는 생각인지 바로 전화를 끓어 버리는데

이번 아저씨는 많이 곤란했었는지 여러 번 고맙다고 하는 말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저도 고맙습니다 하고 수고하세요 했다.


이런 경우의 전화는 2-3분이면 해결이 되었는데

이번의 전화는 5분이 넘게 걸려 끊고 나서도 바로 차분해지지 않았고

그렇게 정신을 제자리에 오도록 노력하고 있는 그때 또 전화가 왔다.


119에서 온 전화였다.

일본인 관광객이 전화를 했는데 영어로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양쪽 눈 주위가 부어서 열이 나고 간지럽다며

안과에 가고 싶다고 하는데 119 대원은 이 새벽에 문을 연 안과는 없다며

응급실을 알아 봐 주겠다고 하고 어떤 응급실과 연결이 되었는데

그곳에도 안과의 환자가 많다며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겠다고 했다.

그러는 사이사이 관광객은 젊은 여자인듯한 목소리로 급하다고

꼭 안과에 가고 싶다고 하고 응급실에서는 의사가 진료 중이라며

증세가 어떠냐고 눈이 안 보이는 것이냐고 물어보라고 했다.

그러더니 만약 진료를 볼 수 있다고 하면 어떻게 오겠냐고 하더니

환자는 영어가 되냐고 묻고 일본인은 영어가 안된다고 했는데

그럼 어떻게 소통이 되냐고 하더니 의사가 환자가 많아 거절했다고 하더니

응급실과 통하던 전화가 끊어져 응급실과 연결이 되면서 끊어진 119에

전화선에는 단 둘이 남아서 엄청 황당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새벽 1시가 되어가는데 꼭 병원에는 가야겠다고 해서

다시 119에 전화를 해서 바로 응급실로 가고 싶다고 해 보라며

bbb 통역 봉사 전화번호에 2번을 누르면 일본어 통역을 받을 수 있다고

거의 22분의 전화를 마쳤는데 이렇게 마쳐도 되는지 걱정이 되었다.


이렇게 토요일 새벽녘에 우선 통화 신청을 해 두었더니

전화를 두 번이나 받을 수 있었나 해서 일요일 새벽에도 신청을 했다.

참고로 나는 확실한 저녁형 인간이다.


그랬더니 정말 또 전화가 왔다.

이번에도 119였는데 종로 5가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하는데

분실 신고는 119가 아니고 잃어버린 근처의 파출소에 가야 한다고

근처의 파출소를 찾으라고 하니 물어봐서 지도를 열어 보라고 하고

119 대원에게 물으면서 부산에 살고 있어서 종로를 모른다고 하니

엄청 신기하다는 음성으로 일본인이 영어가 안되네요 했다.



























나는 이제 약 6분의 봉사를 하면 1만 초의 배지를 얻을 수가 있다.

그래서인지 어떻게 하면 전화를 받을 수 있는지 머리를 썼는데

통역 봉사자의 경쟁이 주말 새벽에는 덜한 것 같았다.


영어 통역 다음으로 많은 통역자를 가진 일본어에

통역자도 많은데 다들 영어도 될 거니까 하는 생각이었고

휴대폰의 번역 통역 탓에 그동안 전화가 없었나 했더니

그 탓도 있지만 그래도 통역이 아직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이틀간의 경험으로 일본인들이 영어가 잘 안 된다는 것에

이래서 당분간은 통역 봉사를 계속할 수 있겠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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