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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끔씨 Jun 24. 2021

설렘은 짧고, 고민은 깊어지네

6월일기 - 초여름을 보내며

카페에 가야만 무엇인가 할 수 있는 나에게 '어떤 카페를 갈까'라는 고민은 하루의 생산성에 직결된 진중한 문제이다. 물론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아 헤매는 것까지를 포함하면 그닥 생산적일지는 의문이긴하다.

어쨌든 나의 취향은 크게 이러하다.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곳, 그리고 작은 자연이 어우러져 있는 곳. 


이번 봄에는 기어코 햇살을 맞겠다고 한동안 정원이 있는 카페만 고집했었다. 해가 많지 않은 나라에 잠깐 살아본 경험이 가르쳐 준 일종의 본능인데, 햇살의 유한함을 깨닫고 꽤 열심히 즐겼던 것 같다. 덕분에 어느 해보다 충만한 봄이되었다.

완연한 봄을 지나 여름의 문턱에 다다르니 통창이 있는 카페를 찾게 된다. 어떻게든 햇살을 포기하지 않고싶은 귀여운 발악이랄까. 


봄이 끝나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이내 새로운 설렘이 찾아오는데 그 이유는 밤이 있기 때문이다. 여름이 찾아오면서 초여름의 진가는 밤에 나타난다. 딱 기분 좋은 만큼의 청량감이 입혀지는 밤공기. 괜시리 설레고 누군가 옆에 같이 걸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날씨. 내가 아주 좋아하는 영화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데 호감을 갖기 시작하려는 남여가 한여름밤의 거리를 걷는 장면이다. 

비록 이번 초여름 나에게는 같이 걸을 짝이 없었지만, 이 시기만의 밤을 놓치지 않으려 몇몇과 한강에 부지런히 다녀왔다.  



햇살이 진해지는 6월의 색감은 5월에 비해 한층 더 푸르다. 봄까지는 꽃이 주인공이었다면 여름으로 넘어오며 나무들이 힘을 가지게 된다. 파릇파릇과 푸릇푸릇 사이 어딘가의 색을 띄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햇살이 강해지는 만큼 길을 걷는 것도 만만치 않다. 바리바리 짐을 챙기고 다니는 나에게 큰 고난이다.

벌써부터 노트북을 들고다니는 내 한쪽 팔이 송송 땀으로 덮인다. 좋은 가방이 필요할 타이밍이다. 쾌적함을 유지하는 것만큼 정신건강에 좋은게 없으니까.


새벽기도를 생활화하기 시작하며 하루가 길어졌다. 하지만 아직은 늘어난 시간만큼 에너지를 끝까지 유지하는게 쉽지 않다. 몸도 마음도 지치지 말아야지. 해가 길어지는 계절인만큼 나의 에너지도 길게 잘 늘려갔으면. 깊어질 시간이다. 풋풋한 티를 벗어가는 여름 잎사귀처럼.




봄의 주인공이었던 꽃들도 이제는 무대에서 내려와 배경으로 사라져간다. 초여름 밤에 보는 꽃들이 유독 눈에 띈다. 밤이어도 꽃은 꽃이구나. 누가 바라봐주지 않아도 그자리에 꽃으로 있구나. 나와 참 닮아있는 것 같은 초여름 밤의 꽃을 좋아하기로 했다. 조금씩 조금씩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마음만은 잘 자라고 있어 다행스러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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