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캠핑의 기억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볼 캠핑의 로망.
우리의 시작도 아주 사소했다.
산이 있고, 물이 흐르는 곳. 그곳에서 시작하는 잔잔한 캠핑 영상들이 어느 순간부터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 후론 딱히 말할 것도 없었다. 물 흐르듯 시작된 캠핑 용품 쇼핑.
어떤 사람들은 타프가 꼭 필요하다 하였고, 어떤 사람들은 텐트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왜 이렇게 종류가 많은 거야? 하나도 모르겠어."
"일단 그럼 타프부터 사보자."
무엇이든 첫 시작을 할 때 모든 걸 갖추고 시작해야 하는 나와 저렴한 것부터 하나씩 사보고 싶어 하는 언니는 성향부터가 달랐다. 그럼에도 함께 캠핑을 가줄 수 있는 사람. 그땐 우리가 통한 줄 알았지만, 몇 년이 지나 뒤늦게 언니는 캠핑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아 처음부터 가고 싶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랄까? 나는 우리가 같은 마음인 줄 알았지. 캠핑에 대한 광활한 꿈이 있는 줄 알았지.
하지만 언니는 몰랐겠지. 그렇게 첫 캠핑을 시작하고 3년 후, 우리가 캠핑 유튜버가 될 줄은.
고민의 끝은 캠프닉이었다. 캠핑의 느낌은 낼 수 있으며, 잠을 자지 않으니 무서울 것도 없는 캠프닉.
그게 우리의 캠핑의 시작이었다. 설레는 마음 가득 안고 도착한 곳은 충주의 수주팔봉.
설레는 마음은 장시간의 운전의 피로조차 느끼지 못하게 할 만큼 거대했다.
'분명 이렇게 한다고 했는데...'
고작 타프 하나를 치기 시작한 지 한 시간이 넘어갈 무렵이었다. 유난히 더웠던 6월의 해와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 타프는 우리 사이를 이간질하기 딱 좋았다. 그때부터 우리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생각해 보면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우린 아주 오래 다투었고, 3시간이 지나서야 한쪽이 기울고 흐물흐물한 타프를 완성했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 만든 냉동 볶음밥. 땀에 절어 찝찝한 몸. 아직 가시지 않은 싸움의 흔적.
몸과 마음은 지쳤지만 타프 뒤로 보이는 수주팔봉의 출렁다리는 너무나 예뻤다.
예쁘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될 만큼 멋진 풍경을 보며 힘들었던 마음이 점차 가라앉고 화해를 했다.
첫 캠핑은 누구나 다 많이 싸울 수밖에 없다.
처음 보는 장비들과 사용법은 아무리 유튜브를 보고 배워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다. 결국 나를 시험에 드는 일이고, 상대를 시험에 드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풍경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풀려버리고 캠핑장을 찾게 되는 것. 그게 바로 캠핑의 매력이다.
그렇게 우린 수주팔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캠핑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