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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캠브리파일 Aug 21. 2024

3년을 미룬 바닷가에서

첫 바다 캠핑의 기억

3년.  첫 바다 캠핑을 하게 된 건 캠핑을 시작하고 3년이 지난 후였다.

많고 많은 캠핑장 중 바다 캠핑을 꺼려했던 이유는 경험해 보지도 않았던 마음속의 작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바닷가에서 캠핑하면 바람이 엄청 분다던데'

'텐트가 갑자기 날아가기도 한다더라'


바다 캠핑의 가장 강적은 똥바람이라고도 불리는 갑작스러운 바람이다. 특히나 겨울엔 차고 매서운 돌풍이 시도 때도 없이 불어온다. 돌풍에 철수를 했다는 사람들의 후기와 영상은 바다 캠핑을 미루기에 아주 좋은 이유가 되어 주었다.


추운 겨울엔 파쇄석이 잘 깔린 평범한 캠핑장으로, 가을엔 단풍이 보이는 산수 좋은 산으로, 봄엔 얕은 계곡이 있거나 꽃이 피기 시작하는 곳으로 많은 캠핑장을 돌아다니다 날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 3월 문득 바다 캠핑에 대한 열망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봄이 되니 돌풍은 조금 잠잠해졌고, 너무 춥지도 그렇다고 너무 덥지도 않은 날이 지속되니 바다 캠핑을 하기 아주 적합하단 생각이 들었다. 한 번 마음을 먹고 나니 우린 매일같이 태안 꾸지나무골의 바람 예보를 보기 시작했다. 봄이 되었음에도 꾸지나무골은 꽤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 종종 있었고, 날짜를 맞추기 참 어려웠다. 그러다 날도 좋고 시간도 되는 4월 초. 드디어 우린 꾸지나무골 캠핑장을 가게 되었다.


막상 캠핑장에 도착하고 나니 왜 우리가 그토록 오래 바다 캠핑을 미뤘는지 의아해졌다. 우리가 예약한 곳 근처엔 다른 예약자가 없었고, 그 큰 캠핑장을 통틀어 5팀 밖에 예약한 사람이 없었다. 바다 앞에서 한가로이 여유를 즐기는 갈매기 소리와 이제 막 밀물이 시작된 파도 소리 외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우린 꽤 오랜 시간 바다를 바라봤다. 조용한 바닷가의 파도 소리는 이렇게나 좋구나.


자연에 맞서려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캠핑의 원칙 중 하나지만 무섭다는 이유로 몇 년간 경험하지 않았던 날들이 한없이 아쉬워졌다.


바다 캠핑을 하게 되면 우린 언제 갑작스러운 돌풍을 맞이할지 모른다. 가장 좋은 것은 일기 예보를 확인하고 바람 부는 날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최선을 다해도 예상치 못하게 바다의 돌풍을 만난다면,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돌풍이 잦아들고 나면 이날의 캠핑처럼 고요하고 아름다운 순간이 우릴 기다릴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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