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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캠브리파일 Aug 28. 2024

엄마에게 완벽한 캠핑을 선물하겠습니다.

완벽할 줄 알았던

어느 날 갑자기 엄마는 내게 캠핑이 가고 싶다 말했다.

생각해 보니 엄마에게 한 번도 캠핑을 가자고 말한 적이 없었다.

'그래 엄마의 첫 캠핑을 완벽하게 만들어주겠어'

너무 덥지도 그렇다고 너무 춥지도 않은 9월이 좋겠다. 벌레가 많은 산보단 계곡물이 흐르는 적당한 계곡 캠핑장이 좋겠지.

화장실이 더러우면 안 되니 최대한 생긴 지 얼마 안 된 신생 캠핑장으로 가는 것이 좋겠어. 우리가 가진 텐트는 피칭이 어려우니 피칭이 쉽고 아늑한 에어텐트가 좋겠다.

에어텐트가 없던 나는 에어텐트 대여까지 알아보게 되었고, 마침내 광명의 어느 렌탈점에서 네이처하이크 에어텐트를 빌리게 되었다.

대망의 캠핑 날.

날씨마저 좋았다. 텐트 대여도 어렵지 않았고, 제천까지 가는 길이 꽤 막히긴 했지만 그리 힘들진 않으니 시작이 좋은 셈이었다.

캠핑장마저 예뻤다. 신생 캠핑장이라 깔끔했고, 사이트 앞으로 흐르는 계곡물소리가 배경음처럼 들렸으니 말이다.

엄마는 아이처럼 캠핑장을 구경하기 바빴고, 캠핑장이 이렇게 깔끔하고 좋은 곳인지 몰랐다며 신기해하고 있었다.

"엄마 더 신기한 거 보여줄게. 이 텐트는 바람만 넣으면 알아서 텐트가 완성돼"

호기롭게 자동 펌프로 작동시켰고, 점점 차오르는 바람을 보며 오늘의 피칭은 10분도 안 돼서 끝나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10분이 지나도 텐트가 자립을 하지 않는 것이다. 설상가상 갑작스레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뿔싸 일기예보를 확인하지 못했다. 명백한 나의 실수였다. 확인해 본 일기예보는 오후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계속해서 비가 내린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래 우중 캠핑. 낭만 있지. 근데 도대체 왜 텐트는 바람이 들어가지 않는 거지? 무언가 잘못되었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났다. 에어텐트는 여전히 반 밖에 바람이 채워지지 않았고, 자립은커녕 물에 젖어 안 그래도 무거운 텐트가 더 무거워져서 옮기기조차 힘들어졌다. 보다 못한 캠장님께서 비를 맞으며 우릴 도와주려고 하셨지만 역부족이었다.

나의 성화에 못 이겨 차에 들어가 있던 엄마는 비에 홀딱 젖은 우릴 보고 괜히 미안하고 있었고, 비를 맞아도 상관없으니 제발 텐트가 세워지길 우린 간절히 바랐다.

간절한 바람에도 텐트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에어텐트와 맞지 않는 에어펌프를 사용하고 있던 것이 문제였다. 트렁크 짐이 많아 수동 에어펌프는 따로 대여하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그렇게 3시간이 흘렀을 때쯤. 옆 사이트 여자분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저희한테 서브 텐트가 하나 있는데, 괜찮으시면 그거 쓰실래요?"

한 줄기 빛 같은 말이었다. 우중 캠핑이라 선뜻 텐트를 빌려주기 힘드셨을 텐데 정말 감사한 분이셨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감격스럽다.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서브 텐트는 치기 쉬운 터널형의 텐트였고, 15분 만에 피칭을 완료했다. 캠핑장에 도착한 지 4시간이 지난 뒤였다.

완벽한 캠핑을 원했는데 하필 텐트가 말썽이었다. 속상해하는 나와 언니, 그리고 미안해하는 엄마였다.

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끝낸 건 엄마의 말 한마디였다.

"이런 것도 다 추억이지. 부침개나 부쳐먹자"

엄마의 긍정적인 성격이 고마워지는 순간이었다. 빗소리와 계곡 소리, 전을 부치는 소리가 가득했다. 참으로 긴 하루였다.

분명 힘들고 짜증 났는데 점점 웃음이 나는 건 왜일까?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이날의 기억은 우리에게 생생하다. 엄마의 말처럼 추억이 된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날은 운이 나쁜 게 아니라 오히려 좋은 것이다. 덕분에 캠핑장 사장님과 친해지게 되었고, 옆 사이트 분들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우중 캠핑을 더 재밌게 즐겼으니 말이다.

그날의 기억을 행복한 기억으로 남길지, 아쉬운 기억으로 남길지 결정하는 건 우리의 몫이고, 우린 행복한 기억으로 남기기로 했다.

그날의 텐트. 자세히 보면 비에 젖어 널브러져 있는 에어텐트와 타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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