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피는 꽃 2
일본문화의 영향으로 우리는 일본을 상징하면 '사쿠라'라는 벚나무가 떠오른다. 그러나 벚나무는 동아시아국가에 아주 오랜 시절 함께한 나무이다. 한국에서도 봄의 축제만큼 벚나무만 한 것도 없다.
벚나무 중에서도 우리가 흔하게 보는 나무는 왕벚나무이다. 잡종인데 자연에서 서로 자연스럽게 교배된 종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왕벚나무는 한국 자생 원산지이다. 그 원산지가 제주 왕벚나무에 있다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왕벚나무는 일제 강점기인 1908년에 프랑스 신부인 다케에 의해 제주도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그 이후에 국내 대학연구원들에 의해 자생지로 재확인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토종 왕벚나무이다.
벚나무는 우리나라와 오래 숨 쉬고 살아오고 있다.
삼국시대에 차통의 재료로 산벚나무로 제작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고 고려시대 제작한 팔만대장경도 벚나무가 재료로 쓰였으니 우리 역사와 오랫동안 함께한 나무이기도 하다.
산에서 피는 산벚나무, 겹겹이 꽃들로 보다 한층 아름답게 피우는 겹벚꽃, 벚나무와 올벚나무가 자연스럽게 교배된 왕벚나무, 버드나무처럼 가치가 축 쳐진 수양벚나무등 우리는 벚나무의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공원이나 길가에 피는 왕벚나무는 꽃이 먼저 피기 때문에 꽃봉오리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 한주동안은 언제 어디서 꽃을 볼 시간일 될지 촉각을 세워야 한다. 금방 져버리면 녹색 잎들이 금방 나무를 덮여버리기 때문이다.
현재는 일제강점기 이후로 수많이 제국주의 전략아래 심어진 왕벚나무가 대부분은 일본에서 온 왕벚나무이다. 한국의 자생 왕벚나무는 제주도와 남쪽 일부 지역에서만 보이고 있다. 우리는 계속 관심을 가지며 한국 토종 왕벚나무가 일본산을 갈아치울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하고 있다.
그다음 봄소식만큼은 누구보다 크게 소리 지르는 꽃이 있다 바로 목련이다.
목련 또한 우리나라 제주도에 자생하는 식물 토종이다. 길가나 공원, 아파트 대단지 조경에 한 두 그루씩 운치 있게 심어놓은 목련을 볼 수 있다. 크고 아름다워서 조경수로 잘 쓰인다.
그러나 아마도 하얗게 피어오르는 연꽃 같은 꽃이라면 중국이 원산지인 백목련임이 틀림없다.
우리나라에서 목련은 수로왕이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을 맞이하는 장면을 묘사한 대목에서 공주가 타고 온 배의 키가 목련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목련의 목재가 가구나 도구를 만드는데 적합하다고 한다. 또한 목련은 백악기에 출현하여 가장 원시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나무라고 한다.
봄소식을 함께 알려주는 꽃들은 제법 많다. 그러나 대표 격인 벚나무와 목련은 그 시작을 알리기에 한 해의 설렘과 도전, 무기력을 벗어나게 해주는 심신을 북돋아주는 고마운 꽃이다.
아름다운 꽃은 혹독한 겨울을 나고서야 꽃봉오리가 튼실하게 올라오는 강한 생명력 자체이다. 꽃도 힘든 시기가 있고 우리도 힘든 시기가 있다. 견디고 버티면 좋은 시기도 오겠지. 그런 희망을 품고 또 견디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