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위날다 Aug 26. 2024

열정

항상 고민을 한다. 오늘은 적당히 해야지.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은 나의 합리화는 더욱 강해진다. 봇다리 장수 자리 빼는 거보다 더욱 강력한 고집과 아집으로 가득 찬다. 어김없이 8시 반 알람이 울린다. “go for workout “ 평일 그 시간은 직장인에게 모든 일과가 마무리될 때이다. 자녀와 저녁을 먹고, 목욕을 하고 잠자리 준비를 위한 시간. 그 시간에 울리는 운동 알람 소리는 그렇게나 꼴 보기가 싫다. 울리자마자 알람을 끄고 가방을 챙긴다. 그러면서 속으로 수백 번을 다짐한다. 오늘은 적당히 해야지. 굳히기도 두 번만 하고 메치기는 최대한 안 하는 방향으로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그리면서 운전대를 잡는다. 그래도 한 일 년을 다니다 보니 처음보다는 낯설지가 않는다. 처음 유도장을 방문해서 등록하러 갔을 때 그 기분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군 시절, 훈련병 신분을 마치고 자대배치를 받아 처음 전입신고를 하러 간 신병의 기분과 유사했다. 내 군대 선입은 더블백을 막사 마루에 집어던지며 신병 받아라라며 쿨한 척 소리치며 나가던 그 선임 뒤통수가 왜 그날 다시 생각났는진 잘 모르겠지만, 가슴이 두근거렸다. 설레는 감정은 아니다. 이 느낌은 어기 제가 극도로 올라있는 상태와 비슷하다. 나의 심장소리가 들리는 그런 초 집중하는 상태. 처음 본 관장의 첫인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멋지다였다. 학생들을 지도중에 나와 상담을 하였고 등록을 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땀을 흘려본 적이 있지가 않다. 땀을 흘려가면서 운동해 본 경험 참 오래되었다. 관장님 땀을 보고 나는 다시 예전에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열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설프게 기술을 연습하고 있지만, 요즘 한참 연습 중에 있는 기술은 달려가서 차는 허벅다리 차기이다. 이 기술은 어떻게 시작하고, 기울기방향과 발스텝은 이런 순서… 중요하지 않다. 장수풍뎅이가 천적을 물리치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이해가 쉽다. 머리에 있는 큰 뿔로 상대 천적 가슴과 땅 사이에 꽂아 놓고 머리를 하늘로 처 들어 올리면 상대 천적은 붕띄워저 거꾸로 뒤집어진다. 달려가 허벅다리 차기는 장수풍뎅이 기술과 비슷한 면이 있다.  기술의 성공은 조금 더 큰 모션을 하도록 욕심을 가지게 만든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달려가 크게 허벅다리를 차올려 상대방 등을 떨어트렸을 때 오는 희열과 뿌듯함이 밀려왔다. 아주 잠깐이지만 올림픽 금메달을 딴 기분이 들었다. 나 자신을 사랑해 본 적이 없는데, 그 순간은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이 맛에 하는구나 싶었다. 누가 보면 전문가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전혀 아님을 다시 한번 힘주어 밝힌다. 나는 어린 자녀 2명이 있는 40대 평범한 직장인이자 가장일 뿐이다. 그런 나에게 나르시시즘을 선사하는 운동이 유도이다. 누구나 자신감이 떨어지는 순간은 온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물질적으로 항상 상승그래프를 그린 지 않는다. 일정 높이에 다다르면, 중력이나 특정 이유로 하향 그래프를 그리게 마련이다. 그런 나에게 유도는 상향에서 하향으로 그리고 다시 상향으로 가게 만드는 변곡점이자, 모멘트가 되어준다. 기술 성공의 희열뿐만이 아니다. 운동 후 집으로 복귀하는 순간 다이어트 고민은 안 해도 된다. 땀과 에너지를 쏟는 만큼 야식을 먹을 수 있는 명분이 생기게 된다. 실제로 배가 고프다. 다만 내일에 대한 고민은 덜하게 된다. 운동 후에 먹는 라면은 한라산 정상부근에서 먹었던 라면만큼이나 가치가 있다. 물론 야식 때문에 운동하는 건 아니지만 야식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나와 유도 기술 연습해보지 않겠습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