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탄 공항 근처 비비안 호텔에 3시 넘어서 체크인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와 아이들을 침대에 눕혔다. 큰 아이가 찝찝하다는 말에 샤워를 시켰다. 그리고 배가 고파 한국에서 가져온 라면을 나눠 먹고 한국에서 떠난 지 8시간 만에 잠을 청했다. 이번 여행은 딸들의 컨디션이 가장 중요한 여행이었다. 엄마 없이 오직 아빠가 있는 이곳에서 아이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는다 하면 여행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행이 아쉬운 건 아니다. 다만 여행이고 경험을 하러 시간과 돈을 사용해서 이곳에 왔기 때문에 기회비용이 아쉬울 따름이겠지. 부디 가족 모두 컨디션 조절을 잘해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귀가하기를 기도 할 뿐이다. 잠시 숙소에서 눈을 붙이고 아침 9시에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갔다. 호텔 바깥쪽을 보니 여기가 필리핀 세부라는 인상을 받았다. 10년 전에 방문했던 필리핀 세부는 개발 도상국이었다면 현재 세부는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인상을 받는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광객의 마음을 얻고 그리고 수익으로 바꾸는 관광 관 시스템을 잘 적용시켜놓은 것 같았다. 호텔 직원들이 친절하고 팁을 요구하지 않는다. 모든 서비스 이용료에 팁까지 포함된 것 같이 이용료가 한국 물가 대비 저렴하지 않다. 그리고 대부분 직원들이 한국말도 잘한다. 많은 한국인이 다녀 갔구나 싶다.
숙소에 나와 샹그릴라 호텔로 이동하는 도중에 필리핀 민낯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혼잡한 교통과 비포장 도로 교통신호가 있는지 없는지 혼란 속에 질서 정연함이 보이고 비포장 도로 옆에 기본적인 철과 벽돌로 만들어진 집들이 보였다. 집에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비바람 그리고 누울 곳에 충실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만약 이곳에 정착해서 산다면 전기기사를 취득해서 전기 쪽으로 먹고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숙소에 도착해 있었다.
큰 리조트 과거에 한때 엄청난 유명세를 탔을법한 크기와 조경이 여기가 동남아시아 구나 느낌을 받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과거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는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에 본 세부 바다는 투명했다면 다시 본 바다는 많이 오염된 느낌을 받았다. 아쉬운 부분이었다. 내 딸들에게 그림책에서 나올법한 푸른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동남아시아 특유의 나무들과 습도는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데 큰 몫을 했다.
아프지 말고, 즐겁게 지내보자 남은 일정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