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모린 Nov 22. 2021

중요함이 붙어야 할 곳

중요한 문제_조원희

  


심각하네요.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먹는 약, 바르는 약, 주의 사항을 드릴 테니
 반드시 처방대로 따르세요.


  의사는 남자에게 말했다. 동전 크기만 한 구멍이 이토록 중요한 문제였다니. 그는 한껏 굳은 몸으로 의사의 이야기를 새겨들었다. 구멍은 메워야 하는 중요한 문제니까.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포기하는 것들이 늘어갔다. 자전거로 출퇴근하지 않게 되었고 따뜻한 물에 목욕 후 마시던 맥주도 먹지 못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강아지 자니윤과 함께 잘 수 없게 되었다. 


  포기하는 일의 빈자리에는 해야 할 일이 자리를 채웠다. 처방전에 따라 약을 먹고 바르고 구멍을 메우기 위해 필요한 음식만 먹었다. 콩을 먹고 해조류를 먹고. 의사의 권유로 그는 두피 마사지도 하고 침도 맞으러 갔다.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도 어째서인지 그의 정수리 한가운데 구멍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문제가 사라지지 않자 남자는 고민을 더 부풀려나갔다. 구멍을 바라보는 수영장 회원들의 작은 웃음소리에도 예민해졌고 아이들의 장난에도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동전 크기만 한 구멍이었는데. 구멍은 그의 생활부터 따뜻한 마음까지 모조리 빨아들였다. 무엇이 중요한 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참아내던 남자는 결국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갔다. 그냥 하고 싶었던 일. 욕조에 누워 그는 구멍이 아닌 자신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좋아하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들이 저절로 떠올랐다. 


새벽 달리기, 바람을 가르는 자전거,
따뜻한 커피와 초콜릿 한 조각,
복슬복슬한 자니윤의 감촉.


  남자는 그렇게 구멍을 메우는 대신 비워냈다. 그리고 거울로 다시 자신을 마주했다. 활짝 웃고 있는 한 남자를 말이다. 그렇게 그는 자신에게 다시 중요함을 붙였다. 구멍이 아닌 자신에게. 




매거진의 이전글 2부_풍자 위에 비친 현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