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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티카카 Sep 01. 2021

자주 바뀌는 건

어쨌든, 수영 6

수영 4년 차. 수업 시간에 새로 오신 수영 선생님 덕분에 알게 되었다. 자유형 20바퀴를 쉬지 않고 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하지만 하다 보면 가능하다는 것을. 자유 수영 시간에 혼자 20바퀴를 쉬지 않고 도는 것도 대단하지만, 수업 시간에 수영을 하는 회원들의 속도에 맞춰 함께 자유형 20바퀴를 쉬지 않고 돈다는 것도 얼마나 어렵다는 걸 배웠다.


자유형 20바퀴를 돌기로 한 날. 중요한 준비물은 오리발(헤엄치기 쉽도록 발에 끼는 오리발 모양의 물건)이다. 오리발 없이 자유형 20바퀴를 쉬지 않고 돈다는 것은 절대 무리다, 무리. 오리발을 발에 장착하고 나서야 그나마 20바퀴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날은 아침부터 마음이 무겁다(몸도 더 무겁게 느껴진다). 20바퀴를 돌다가 중간에 힘들어 계속 수영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시작 지점이나 턴을 하는 지점에서 방해되지 않게 한쪽으로 비껴 서서 1~2바퀴는 쉴 수 있다(선생님은 그 이상은 쉬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최소 18바퀴는 돌아야 한다고). 처음부터 20바퀴를 돈 것은 아니었다. 자유형 15바퀴 돌기부터 시작해서 몇 달에 걸쳐 1-2바퀴씩 늘렸고, 결국 20바퀴 도는 것으로 정해졌다. 돌다가 힘들면 개인이 1바퀴 정도는 쉬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무리의 속도에 맞춰 합류해서 계속 수영하는 방법을 터득해야만 했다.


오리발을 끼고 자유형 20바퀴를 다 돈다는 것에 목표를 두고 내 속도대로 수영하면서, 내 앞뒤에 있는 회원들의 속도에도 맞춰야 완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는 회원의 뒤에 서서 그 속도대로 따라가다가는 몇 바퀴 돌지도 못하고 지쳐서 넉다운되고 만다(그 빠른 속도를 나는 따라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내 뒤에 바짝 붙어오는(내 속도가 느려서) 회원을 신경 쓰느라 내 속도대로 가지 못하는 것도 힘들다. 수영을 하는 속도에 대해서 고민했다.


누군가 뒤에서 쫓아온다고 생각하면 속도 조절도 안 되고 마음도 조급해져서 페이스가 말렸기에(이것은 수영뿐 아니라 등산에도 해당한다) 난 거의 마지막으로 출발했다. 속도를 맞추지 못하면 한참 전에 출발한 1번이 한 바퀴를 다 돌고 마지막인 나의 뒤를 바짝 쫓아오는 황당한 경우가 자주 생겼기에, 15명의 속도에 맞춰 내 앞사람을 쫓아가면서 레인을 계속 도는 것이 어려웠다. 15명이 오리발을 끼고 레인을 돌면 레인이 거의 꽉 찼다.


자유형 20바퀴를 다 돌고 난 후 헉헉 대며 숨을 몰아쉬는 회원들에게 릴랙스로 배영 2바퀴를 천천히 하고 오면 수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선생님이 계셨다. 헉!


수영장에서 자주 바뀌는 것 중에 하나는 선생님이다. 초급반으로 시작했던 그해에 3개월마다 선생님이 바뀌었다. 베테랑 선생님도 있었고, 대학교를 막 졸업한 20대 선생님도 계셨으며, 운동선수 출신인 선생님도 있었다. 수영을 시작한 1년 동안 세 번이나 선생님이 바뀌면서 초급반 수영은 엉망이 되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습반은 하나의 영법을 오랫동안 가르치지 않는다. 영법 하나를 꼼꼼히 오랫동안 가르치면, 새로 수영을 시작한 회원들이 지겨워해서 금방 그만둔다고 했다. 성인 초급반은 3개월 안에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의 영법을 다 배운다. 3개월 동안 자유형 자세 하나만 가르쳐도 잘할까 말까 인데, 새로운 영법과 자세를 가르치면서 어쨌든 쭉쭉 진도를 빼는 것이다. 선생님이 자주 바꾸지 않고, 한 선생님이 오랫동안 기초부터 하나씩 가르쳐주셨으면 참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대충 배워 자리 잡힌 수영 자세 덕분에 이후의 교정이 더 어렵다. 3개월 만에 모든 영법을 배운 후부터는 다시 자유형부터 자세 교정이 시작된다. 오리발도 준비해서 가져오라고 한다. 자세 교정만 몇 년 동안 계속하고 있다. --;; 각 영법의 자세를 교정하는 방법도 선생님마다 달랐다. 6개월 동안 잘 가르친다는 선생님이 계셨을 때는 내가 수영을 잘 몰라서 선생님이 잘 가르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수영하는 법도 잘 모르고 잘하려고 동영상을 보거나 자세에 대해 고민하지도 못한 채 수업만 겨우겨우 따라가던 내 수영은 교정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지속되었다.


다행히 네 번째 선생님이 2년 동안 잘 가르쳐주셨다. 차분히 설명하는 선생님은 자세를 급하게 고치려고 하지 않았다. 최대한 힘을 빼고 편한 수영을 할 수 있게, 하나씩 가르쳐주시고 찬찬히 교정해주셨다. 처음에는 어떻게 자세를 교정해야 하는지조차 몰랐으나 조금씩 선생님의 지시로 몸을 어떻게 쓰면 되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자세가 나아졌다(갑자기 수영이 확 늘지는 않았다). 조금씩 교정하면서 수영이 좀 더 재밌었다. 선생님이 개인 사정으로 그만둔다고 했을 때는 아쉬운 마음에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과 함께 이별 기념 식사도 같이 했다(코로나 훨씬 전의 일이었다).


그 이후에는 3개월 동안 1개월씩 또 3명의 선생님이 바뀌었다. ㅜㅜ 각각 다른 이유로 선생님이 자주 바뀌다 보니 수영 영법의 교정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수영을 열심히 할 수만도 없었다.

 

몇 년간 함께한 첫 번째 오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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