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목적과 난점", 반의 반도 이해못한자의 어설픈 서평
교육분야에 갑자기 입문하게 된 후 현직 교사로 있는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뭐 교육 자체에 대해서 알 필요는 없을 수도 있지만 (저는 예산과 법 등 정책도구를 담당해요), 그래도 해당 분야에 대한 문제의식을 조금 가지고 인식을 넓히고 싶었거든요
제 친구도 20년전에 졸업했지만 학부때 인상깊게 수업을 들었다면서 "교육의 목적과 난점"이라는 책을 추천하더라고요
책을 배송받고 읽을 마음이 잘 안들었습니다
우선 표지디자인이 너무 올드해 보였어요. 거기다 글이 구어체로 쓰여 있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디자인도 이유가 있고, 구어체도 이유가 있더라고요 (그 이유를 알고나서는 구어체가 훨씬 더 좋다는 생각까지도 들었어요)
처음에 머리말을 읽는데 든 생각은 "도대체 뭔소리야?" 였습니다
맨날 두괄식에 결론이 나오는 페이퍼나 보고서만 읽던 저에게는 전혀 적응이 안되는 새로운 장르였어요
거기다 너무 이상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분은 교육을 지상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나?
그런데 꾸준히 조금씩 읽다보니 믿지 못하시겠지만 재미있는 거에요
직장에서 밥벌이하고 살면서 평소에는 하지못하는 고민을 하게 되고 새로운 생각이 들게 됩니다
책을 추천받은지 넉달만에(하도 띄엄띄엄 읽어서^^;) 다읽었는데, 읽고나니 모르는게 더 많아졌어요
정말 좋은 책이죠? ^^
정답을 가르쳐주기 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더 좋은 교육이라고 하더라고요
교육 관련 일을 하시는 분, 아니 교육에 꼭 관심없어도 읽어볼만한 책인거 같아요
읽은 후에 결론과 주제가 뭐다 이렇게 딱 정리되는 책이 아닌데, 그래도 기억남는 부분이 많아요
교육의 내재적 목적과 외재적 목적을(목적과 목표, 기능적 목적도 구분) 말하는 책의 첫부분은 세번 읽었어요
학문이란 "현상을 들여다 보는 것"을 의미한다는 부분도 기억에 남아요
정의로운 것과 정의롭게 보이는 것의 차이점을 말하는 부분은 제가 평소 고민해오던 부분이기도 하고, 삶의 방향설정에 있어서 지침이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전반부가 더 내용이 이해되고 좋긴 하더라고요(자꾸 덮었다 한참잇다 펴서 앞부분을 여러번 읽게되서 그런 것일지도요 ^^;)
나중에 교육학 교수로있는 후배와 얘기하다보니 비판도 많이 받는 책(아니면 저자?)이라고 하던데, 뭐 그런건 잘모르겠고 교육학에 완전히 문외한인 제가 봐서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니까 저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해당 책 추기 105쪽에 '추기'로 "교사의 봉급이 올라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어요
대략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GNP가 올라가면 봉급을 많이 받는가? No. 다른 사람들의 봉급과 물가도 올라감
2.교사 봉급 외 다른 항목에 배정되는 예산액이 그만큼 감축되어야 하는 문제
3.교사 봉급을 위한 항목을 다른 항목들과 동렬로 놓지 않을 때, 그때야 비로소 교사의 봉급이 올라간다
우선 이 책이 옛날 책이라는걸 알수 있는게 GDP가 아니라 GNP를 기준을 삼았고, 다른 항목으로 드는 예시가 88올림픽 고속도로 건설^^ 등이에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분이 교육학 교수인데 예산의 특성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계시는 거에요
예산은 한정된 재화입니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교사봉급을 올리려면 다른 항목을 감액해야 되는 것입니다. 다른 표현으로 말하면 교육재정을 증액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재정의 한정성 때문에 국방예산이나 복지예산 등 다른 부분의 예산을 감액시켜야만 가능한 것이라는 거죠.
따라서 교사봉급을 올리기 위해서는(또는 교육재정을 증액시키기 위해서는) 이를 다른 항목들과 동렬에 놓지 않을때 가능한 것이 되는 것이에요.
이것은 정확히 현재의 내국세의 일정비율로 교부하도록 하는 교육재정교부금 제도의 취지와 일치합니다.
여기서 교육의 특성이 나오는 거에요.
백년지대계로서의 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교육을 경제적인 이유로만 판단해서는 안되고 다른 항목들과는 다른 평가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나타나죠.
개인적으로 교육의 투자로서의 기능에 100% 공감하고 있습니다
제가 현재 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해서 교육투자를 무조건 줄이자는 식으로 단순하게 볼 것은 아니에요 (뒤에 얘기하겠지만, 초초저출산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교육재정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본 책에서 교수님이 하신 교사의 봉급이 오르지 않는 이유에 관하여는 현재 교육재정교부금 논의의 단면을 보여주면서 굉장한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재정은 그렇게 많이 늘었는데 교사의 봉급은 왜 오르지 않는 것일까요?
언론 등에서 우리나라 교사의 임금이 OECD 평균보다 낮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고, 교사에 대해 박봉이다 이런 말을 많이 하는데 실제 급여가 어떠한지부터 파악해 봐야 되겠습니다.
아래는 교사 급여를 우리나라와 OECD 평균을 비교한 자료입니다(2023년 9월에 발표된 최신 자료이고, 국공립학교 교사를 기준으로 하는데 사립학교도 경향성은 비슷하다고 봅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우리나라는 교사의 초임이 3만 3천달러 수준으로 OECD가 3만대 중반에서 후반인 점과 비교시 낮은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15년차 교사를 보면 우리나라는 5만 9천달러 수준으로 OECD 평균 4만대 후반에서 5만대 초반과 비교시 높습니다.
나아가 최고호봉을 보면 9만 4천달러 수준으로 OECD의 6만대 초중반과 비교시 더욱 높고요.
즉, 정확히 말하면 우리나라는 OECD 평균과 비교시 교사의 초임은 낮으나 중고참부터는 봉급이 많습니다.
결국 하는일이 아니라 연차에 따라 봉급 수준이 결정되는 것인데요(호봉제), 우리나라 문화에는 익숙하다고 볼수도 있지만 비합리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공무원도 그렇고 호봉제에서 직무급제로 변화를 시켜야 된다고 봐요)
궂은 일이나 잡무도 젊은 선생님들이 많이 할텐데(아닌가요? 하지만 최근 격무에 시달려서 자살하거나 하셨던 선생님들을 보니 연차가 다들 낮으신거 같은데 우연일지요), 봉급도 적게 받으니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심지어 앞으로는 학령인구 감소로 신임교사 채용이 줄어들어 입직 자체도 쉽지 않을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덧붙이고 싶습니다
교육청 등에서 교육재정 논의시 '열악한 시설' 얘기를 하도 많이 해서 일선 교사한테 물어본적이 있습니다
그때 한 교사가 했던 말이고, 약간 극단적인 표현이긴 한데요..
"시설도 물론 무시할 수는 없지만, 막말로 허름한 책걸상만 있어도 교육은 할 수 있다.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시설이 아니라 교사다.
요즘 젋은 세대를 교직에 대한 추상적인 사명감 만으로 설득시키기에는 어렵다.
교사에 대한 충분한 대접이 필요하다" 는 말이었습니다
결론을 저는 이렇게 내릴거 같아요
교사의 봉급에 관한 논의는 중요하다..
이는 교사가 제대로 대접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교사에 대한 제대로된 대접에는 경제적인 대우뿐 아니라 비경제적인(교권 확립 등) 대우도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