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음력 설날은 오지 않았다..!
또 새해가 밝았다.
그리고는 24년 1월이 시작되자마자 눈 깜짝할 새에 열손가락이 넘는 12일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분명 12월 마지막 하루 이틀정도 약간의 아쉬움과 살짝의 들뜸이 마구잡이로 동시에 들었던 것 같은데,
1월 1일 땡 하는 순간 가슴 벅차오를 정도의 새 출발 하는 느낌은 아니더라도, '.. 이번해도 잘해보자!' 정도의 마음속 다짐은 했었는데.
매일매일이 어제와 그제와 지난주와 다를 바 하나 없으니 그것조차 고새 심드렁해졌다.
따로 새해 목표랄 것도 없이, 그저 항상 갓생을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괴롭히는 나만의 숙원사업들은 아마 영원히 진행될 것이다.
건강하게 먹기: 과자, 디저트류 줄이고 최대한 야채 위주로, 하지만 영양성분 골고루 섭취하기.
건강하게 운동하기: 매일 스트레칭 자주 해주고, 가능하면 1시간 정도 유산소 및 웨이트도 해주기.
피부에 신경써주기: 세안 꼼꼼히 잘해주고 기초 케어 잘해주면서 종종 마스크팩 해주기.
공부하기: 제2외국어 공부, 당장 생활에 필요한 공부, 성경공부 등 항상 탐구하고 공부하기.
책 읽기: 될 수 있으면 유튜브, 인스타 보다 책을 읽자. 도서관 잘 활용하기.
대략 20대 중반즈음부터 계속 세워왔던 (하지만 지키지 못했던) 목표들이다.
30대를 넘어서니 새해 목표를 고민하는 시점이 오게 되면, '.. 작년에 세웠던 목표들을 내년으로 모두 다 이월!'이라며 짧고 빠르게 끝내버린다.
다 이루지 못한 목표들이어서 다시 도전해 보겠다는 의미보다는, 내가 새해 '목표'랍시고 대차게 계획했던 리스트 자체가 모두 장기성으로 건강하게 잘 늙기 위해서(?) 평생을 힘쓰고 단련해야 하는 옵션들이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실 '새해 목표'처럼 거창한 건 아니지만 나는 매일매일, 혹은 매 순간마다 스스로에게 '미션'을 부여한다.
이제 스마트폰을 좀 멀리해야지. 자기 전에 스마트폰 금지.
성경을 좀 꾸준히 읽어야지. 앞으로 아침에 성경 필사 및 묵상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운동을 너무 안 한 것 같네. 생각날 때마다 스쿼트를 좀 해줘야겠어.
집이 너무 더럽고 빨래도 쌓여있으니 오늘은 대청소도 하고 부지런하게 밀린 집안일들을 해치워야지.
사업 준비 및 아이디어 회의를 해야 하는데, 사전 정보 조사를 좀 해야겠다.
오늘은 내 글도 좀 써보자. 브런치 글을 너무 안 썼어.
일기랑 기록도 꾸준히 해야하는데.. 제발 오늘부터 일상기록을 다시 시작해보자.
스케치만 해놓고 미뤄놓은 그림책 작업이랑 이모티콘 작업.. 힘내봐야겠다.
냉장고에 미리 사다 놓은 재료들이 곧 상할 것 같은데, 오늘은 꼭 기적의 야채수를 만들어봐야지.
나는 나에게 끊임없이 미션을 부여한다.
그와 동시에 나는 나 자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임무를 어떻게든 수행해 내려고 속으로 아등바등 거린다.
나는 욕심이 많다.
그래서 계속 나에게 짐을 지워주고 그것을 잘 해결해내지 못하면 또 그렇게 질타를 해댄다.
그렇지만 역시나 모든 미션을 다 소화해내지는 못한다.
나는 나약하고, 의지력도 없고, 게으른 데다가 행동력도, 혹은 추진력도 없다.
게다가 또 하필 현재 시간이 넘쳐나는 백수라 변명거리 하나 없다.
그럼 또다시 나는 의기소침해지고, 큰 좌절감을 느끼며 습관적으로 핸드폰에서 유튜브를 눌러 숏츠나 새로 업로드된 20분 내외의 영상들을 열렬히 시청한다. 무한 반복이다.
그렇게 작년 말과 새해는 달라진 게 없다. 어제와 그제와 지난주가 다를 바 하나 없다.
잠깐 반짝 갓생을 살기 시작한 양 운동도 다녀오고 건강하게 챙겨 먹다가, 못 참고 야심한 밤에 과자 한 봉지 뜯어 입에 가득 욱여넣고 바삭거리며 즐거워하고, 또다시 스스로를 인내력 없고 한심스레 생각하며 서글퍼하다가, 책 두어 권 읽었다고 교양이 잔뜩 쌓여 지식인이 된 것처럼 자랑스러워하다가.
무한 반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