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작업으로 부서원 모두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팀장이 부서에 새로 온 직원들의 일처리를 지켜봤다. 그러다 내가 지금 부서에서 고생했던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무용담 같은 이야기를 듣고 새로 오신 두 분은 내게 고생하셨다며 내게 위로 아닌 위로를 전했다. 조금 으쓱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조금 그랬다. 라떼 같은 이야기였고, 너희도 똑같이 고생하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한 팀장의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팀장이 자리를 비우자 나는 조용히 두 분에게 아래와 같이 말했다.
"팀장이나 제가 하라는 데로만 하지 마시고, 고민하며 계속 저항하세요"
물론 고생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 팀은 매년 성장에 성장을 빠르게 거듭하여, 3년 만에 매출 3배를 만들었다.하지만 빠른 성장만큼 나는 야근과 주말 출근이 잦았다. 덕분에 나는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맥락을 볼 수 있다는점에서 의미는 있었다 생각한다.
하지만 고생을 상징화하고 당연시하는 것은 경계한다. 신입이어도 그런 고생을 동일하게 겪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했다. 장기적으로 개인과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존의 고생경험과 경험으로 만들어진 업무의 틀과 고정관념을넘어야 한다. 그래서 기존 경험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신격화하면 후배 직원들은 하던 대로 일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다양한 생각의 공유가 없어지고, 나도 조직도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보다 내가 오래 근무하니까
저항하라는 말은 나 나름대로 영업과 마케팅에서 성장을 위한 팁이었다. 나도 저항의 연속이었다. 저항하며 주체적인 내 생각과 의견을 갖고 업무를 했다. 위에서 정한 업무 방향이라 하더라도 납득이 안 가면 반대 의사를 말했다. 그렇다고 주체적이라 하여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무조건 태클을 건 것은 아니었다. 현실적으로 어렵고, 비효율적인 것들에 대해서만 최선을 다해 만류하고, 설득해보고 했다. 물론 덕분에 어떤 CEO는 나를 꺼려하기도 했지만 나는 내 길을 갔다. 그 이유는 회사 CEO보다는 내가 더 오래 근무한다는 패기로움이 있었다. 저항하며 주체적으로 일하는 것이 일을 엣지 있게 하고,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했다.
영업과 마케팅 직무는 자기 주관을 갖고 저항해야 한다
내가 싸우고 저항한 이유는 부서의 특성도 있다. 10개 중 9개의 신상품은 실패한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영업과 마케팅의 세계는 경쟁이 치열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치열한 고민과 다양한 시각에서 상품을 바라봐야 한다. 그러면서도 상품과 브랜드도 각자만의 아이덴티티 또는 개성을 드러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담당한 직원과 주위 동료들이 개개인이 주체성을갖고 의견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윗사람들의 의견에 휘둘리면 상품은 이도 저도 아닌 평범 이하의 상품이 되어버린다. 누군가는 까탈스럽고, 반항적이고, 엄격하다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이 조직과 나를 위한 일인지 생각한다면, 주체적으로 의견을 내며 윗사람의 판단에 저항하기도 해야 한다.
"네 판단이 맞다면 더 싸웠어야 했다. 치열하게 고민했으면 치열하게 싸워라"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채송화(전미도 분) 의사가 허선빈(하윤경) 전공의에게 해준 대사다. 나도 지금처럼 앞으로도 싸울 것이며 후배들의 저항과 싸움도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계속 저항할 것을 타인에게 권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