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70점대, 반 33명 중 16등. 내가 중학교 3년간 갇혀있던 성적이다. 나는 평균 80점을 넘지 못했다. 당시 나는 이성에 눈을 떴고, 공부보다 철권 게임과 축구가 재밌었다. 그래도 당시를 기억하는 이유는 평균 70을 벗어나기 힘들어했던 기억과 함께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평균 70점 속 숨어있는 나를.
무색무취한 나
나는 나 스스로가 평범하다 생각했다. 성적과 반 등수도, 운동도, 키도, 일진도 모범생도 아닌 모두 다 중간이었다. 심지어 별명도 평범했다. 이름을 다 부르기 귀찮다는 이유로 앞 이름 두 글자 '임용'만 부르며 별명이 되었다. 그래서 더욱 내 존재가 무색무취 같았다. 다른 친구들과 내 자신을 비교하면 공부나 게임, 운동에서 별다른 재능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게임만 하기도, 공부만 하기도 싫었다. 그래서 내 스스로가 이도 저도 아닌 사람으로 보였다.
평균 70점도 자세히 보아야 이쁘더라
평균 70점의 기말고사 성적표를 받은 중3, 1학기. 그날도 어김없이 평균 70점에 갇혀 우울했다. 그래도 다른 때보다 기분은 나았다. 수학 점수 때문이었다. 매번60~70점대였던수학이 처음으로 90점대가 나온 것이다. 당시 시험 범위는 확률과 통계가 절반 이상이었다. 나에게 확률과 통계는 배울수록 재밌었고 자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성적이 잘 나왔었다.성적표를 보며 주요 과목 중 유일한 90점대인수학은 내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마냥 무색무취는 아니라는 생각을 처음 했다.그렇게 90점을 맞은 수학의 확률과 통계는 내 직업에서 특별하고, 중요한 능력이 되었다.
평균의 함정과 디퍼런트(Different)
평균 70점이라는 것만 보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평균만으로 전체인 것처럼 판단하는 것을 평균의 함정이라 부른다. 평균으로 인해 묻혀버린 진실이나 특별함을 보지 못하고 판단하는 오류를 지적한 것이다. 평균의 함정에 빠지면 잘하는 부분이 무시되고, 고려되지 못한다. 그리고 균형을 맞추고 싶은 욕구로 인해 단점 중심으로 보완하게 된다.
성적처럼마케팅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문영미 교수의 책 '디퍼런트'에 의하면 최근의 상품들은 서로를 모방하기 바쁘다. 자기 상품들의 강점을 더 개발하려는 노력과 투자보다 평균을 기준으로 단점과 부족한 것에 더 투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품 또는 서비스가 기존에 갖고 있는 장점이 개선되지 않고, 점점 특별함이 무뎌지게 된다. 그러면서 많은 브랜드와 상품들은 고유의 가치를 잃고, 쇠퇴하게 된다.
상품과 브랜드가 쇠퇴한 건 직장 내 문화 때문일 수 있다
단점만 보는 것은 상품과 브랜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회사 내 많은 사람이 단점에 집중하는 문화 때문일 수 있다. 그게 더 지적하기 쉽고, 그 사람을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사회나 조직 내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구성원은 모두 평균보다는 부족해도 기본 이상은 할 줄 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부분들을 평균에 맞추고 싶어 하고, 단점 개선이 우선이다. 그러다 보니 구성원들의 개성과 특별함은 점점 퇴화한다. 그렇게 되면서 다양성이 무시되어 사회와 조직 내 뒤쳐지는 사각지대 계층이 점점 늘어난다.그렇게 구성원, 조직과 회사 그리고 상품과 브랜드는 연쇄적으로 쇠퇴하게 된다.
장점을 부각시키고 개발시키는 것은 어렵지만해야 한다
장점을 더 개발하고, 평균 미달 부분을 인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 사회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이 주류가 되어 사회와 시스템을 바꿔 나가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평범한 사람들이 주류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장점들이 융화될 때 세상이 바뀌고 나아갈 수 있다.
평균 70점이었던 나는 더 이상 무색무취가 아니다. 나는 나의 장점과 특별함을 알고 있다. 내 특별함은 평균 70점의 중학생의 나에게서 시작됐다. 평균을 넘어 소중한 개인의 장점을 특별하고, 소중히 볼 수 있는 혜안부터확률과 통계까지. 그렇게 나는 강점을 특별함으로 만드는 마케터이자 기획자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