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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 Jan 24. 2023

아무튼, 루틴

일상을 지속되게 하는 몇 가지들


일상을 지속되게 하는 몇 가지 루틴이 있다. 뭔가를 하지 않으면 시간이 그냥 그렇게 흘러가버릴까 봐,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 비는 시간마다 해야 하는 몇 가지를 정해두는 편이다. 


아침에는 모닝저널(아침에 한 일들과 생각을 적는 노트)을 쓰고, 출퇴근 시간에는 영어공부와 독서를, 퇴근 후에는 운동과 글쓰기를 해야, 오늘 하루 충실히 살았구나- 하며 편안히 미소를 지으며 밤에 잠에 들 수가 있는 것이다. 이것들을 해야 하는 시간과 장소도 정해두고 있다. 어디서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해두지 않으면 흐지부지되고 그 뒤의 일정에 영향을 미치니 시간을 맞추는 게 좋다. 퍼즐을 제자리에 하나하나 맞춰가는 것처럼 이것들을 잘 모아 모아 보람찬 하루의 그림을 완성하는 재미가 있다. 




요새는 ‘리추얼’이라는 말이 자주 보인다. ‘리추얼’은 어떤 의미를 부여한 행동을 의식적으로 하는 것이고, ‘루틴’은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습관들의 연결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출근해서 늘 그래왔듯 자연스럽게 컴퓨터 전원을 켜고 커피를 타는 것은 루틴이고, 업무 시작 전 자리에 앉아 마음을 가다듬을 목적으로 심호흡을 하는 것은 리추얼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하는 것들은 모두 처음에는 어떤 목적과 의미부여가 강한 리추얼이었다. ‘나를 위한 시간을 잘 사용해 봐야지-‘ 하고 작정하고 덤벼든다. 삶의 일부로 만들고 싶은 행동을 의식적으로 매일 시도하고 실패해 가며 조금씩 다듬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루틴처럼 그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밥 먹기 전 국물을 먼저 먹는 것과 같은 무의식적 습관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그 정도로 무의식적으로 이런 일들을 하면 어쩐지 무섭기도 하고) 내 행동은 리추얼과 루틴의 중간쯤의 무언가 일 듯싶다. 이거면 어떻고 저거면 또 어떤가. 중요한 건 이것들을 통해 오늘도 해냈다는 감각을 매일 느끼는 것이다. 


리추얼을 루틴으로 만들기 가장 어려웠던 것은 명상이었다. 명상할 때는 자신이 가장 편안한 자세를 찾아 앉으면 된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이게 너무 어려웠다. 어떤 자세를 취해도 어딘가 불편하고 간지러운 느낌이 들어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자꾸 자세를 고쳐 앉았다. 또 가만히 눈을 감고 집중을 한다는 게 마치 잠에 들 준비를 할 때와 같아서 매번 너무 졸리기만 했다. 누가 독침이라도 쏜 것 마냥 픽 쓰러져 잠에 들 때도 많았다. 뭐든 처음은 어려운 법이라지만 10분도 집중하지 못하고 잠에 들어버리다니. 자신이 너무 웃겼다. 마음의 피로를 풀어보려 했는데, 그냥 몸이 더 피로했던 것 같다.


온갖 영상이 넘쳐나는 유튜브에 ‘명상 노래’라고 검색하면 빗소리, 새소리, 파도소리, 잔잔한 음악 등 갖은소리들이 다 나온다. 집중하기 위해 자연의 힘을 빌려보았지만 그 소리는 자연스럽게 나를 자연의 품으로, 그러니까 다시 꿈나라로 가게 만들 뿐이었다. 온갖 영상이 넘쳐나는 유튜브에 ‘명상 가이드’라고 다시 검색하면 차분한 목소리로 명상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선생님들이 많이 나온다. 이끌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확실히 수면욕 퇴치에는 효과가 있었고 내 취향의 가이드를 찾고 나서는 비로소 10분을 가득 채워 집중하는 명상을 할 수 있었다.(지금 정착한 가이드는 '에일린 mind yoga' 채널이다. 명상이 어렵다면 한번 들어보길 추천한다) 그저 숨을 쉬는 것에 집중하는 게 심신안정에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정말 도움이 된다. 앞만 보며 걸어가던 중에 잠시 멈춰 길고양이도 놀아주고 꽃도 구경하고 하늘도 한 번 올려다보는 것 같은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길들이기 어려웠던 만큼, 길들이고 나니 가장 큰 감사함을 주는 루틴이다. 




어느 날에 한 친구가 그렇게 강박적으로 살면 피곤하지 않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 음?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오히려 내가 더 놀랐다. 내가 나를 혹사시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걸 인식했다. 갑작스럽게 조금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는 내가 너무 소중하다. 누군들 안 그러겠냐마는. 내가 세상을 더 많이 알았으면, 더 좋은 걸 많이 보고 경험했으면,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 나를 키워주셨다면 이제는 내가 나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이다. 시간은 한정적이고 영원하지 않으니, 그 시간 안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계획적으로 할 뿐이다. 강박이라기보단 매일 소박한 성취감과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다. 


요즘엔 다른 사람들의 삶의 루틴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아직 내가 모르는 좋은 무언가가 많이 있을 것 같아서, 재밌어 보이면 따라 하고 싶어서.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당신의 재미난 루틴은 무엇일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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