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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 Feb 01. 2023

풀리지 않는 신발끈을 묶는 법

마음이 편해지는 주문


끈을 팽팽하게 당겨 한번 리본 매듭을 묶고 우악스럽게 쓰레기봉투를 묶듯 한 번 더 묶는다. 풀리지 않게 매듭의 고리를 양쪽으로 두어 번 더 당겨주고 일어선다. 발등을 조이듯 꽉 묶인 끈이 처음엔 조금 답답하더라도 걷다 보면 어느새 내 발에 맞춰 적당한 여유 공간이 생기고, 몇 번 신고 벗다 보면 아주 편해진다. 단단한 매듭 아래, 신발 끈이 풀릴 걱정 없이 척척 앞으로 나가는 발걸음은 아무런 걱정 없이 가볍기만 하다.


이토록 신발 끈에 열과 성을 다하는 데는 남모를 불안감이 있다. 어디선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다 풀린 신발 끈이 그 틈으로 들어가 사고가 날까 봐, 신발 끈이 풀린 줄도 모르고 길을 걷다 풀린 끈을 다른 쪽 발로 밟고 갑자기 슬랩스틱을 선보일까 봐, 지하철에서 내려야 하는데 누군가 내 풀린 신발 끈을 밟고 있어서 우왕좌왕하다가 내리지 못할까 봐.. 살면서 겪어보지 않은 일들을 열심히 상상해 내는 N답게 혹시 모를 갖은 상황을 상상하며 신발 끈을 더 꽉 조인다.


- 그럼, 끈이 없는 신발만 사면 되지 않냐고요? 에이, 저런 일들이 살면서 몇 번이나 일어난다고 그렇게까지 해요.


적당히 신발 끈을 잘 묶으면 무탈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고 스스로 주문을 거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그런 자기 최면 같은 게 하나씩 있지 않은가. 마음이 불안해질 때마다 의식적으로 하는 행동들. 걱정하는 것만큼 흔하게 일어나지 않을 일들인 것을 알지만, 잘 묶은 신발 끈 덕에 오늘 하루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주문들.


오늘도, 내일도, 걱정 따위는 없는 가벼운 마음으로 길 위에 나설 수 있게 앞으로도 내 주문은 발등 위에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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