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듣기' 3. 찌를 것인가, 울릴 것인가
핵심을 찌르는 날카로운 질문을 '송곳 질문'이라고 한다. 방송에서, 특히 시정 질의나 의회 청문회 같이 청중에게 공개된 자리일수록 송곳 질문의 가치는 더욱 크게 부각된다. 한 지점을 집중 공략하는 질문에 대해 답변자는 기본 배경부터 찬찬히 설명하려 들지만, 질문자는 구차하게 설명하지 말고 핵심만 답하라고 다그친다.
가끔 어떤 장면에서는 상대에게 질문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청중을 향해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마음이 불편해질 때가 있다. 송곳 질문을 한 이유가 궁금한 걸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핵심을 짚는 질문자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거라면, 답변의 내용은 뭐가 됐든 중요치 않을 것이다. 뭐라 답해도 불충분하다고 추궁할 테니 말이다.
질문이 권위와 위력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사용될 때 답변하는 사람은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고, 답변의 내용은 사실을 전달하는 것보다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다. 질문자는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 격앙되고, 답변자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위축된다. 의사소통의 관점에서는 최악의 관계 구도이다.
질문은 사실을 확인하고 진심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의사소통은 상호 신뢰로운 관계에서 이루질 때, 자유로운 표현과 다양한 관점의 논리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의심과 불신을 전제한 질문은 충실한 답변을 듣는 데도, 신뢰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매년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며 제야(除夜)의 종을 울리는 타종(打鐘) 의식이 행해진다. 낮고 깊은 종소리는 모든 사람이 평안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멀리멀리 울려 퍼진다. 묵은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관점을 펼칠 수 있도록 마음을 울리는 질문을 '타종(打鐘) 질문'이라 하면 어떨까?
질문자는 커다란 지혜의 종을 울려 답을 구하는 마음으로 배려 깊게 묻고, 답변자는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까지 사고를 넓혀 스스로 더 깊게 자문할 수 있다면 분명 최상의 소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잘 듣는다는 것은 상대를 날카롭고 뾰족해지게 하는 게 아니라 부드럽고 넓어지게 하는 일이다. 그것은 상대의 약점을 찌르는 질문이 아닌, 상대의 마음을 울리는 질문을 할 수 있을 때 가능해 진다.
'듣기'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잘 듣기 위해 스스로 학습하는 중입니다.
매주 '듣기'에 대한 자습 노트이자, 실제 경험을 연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