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4
가족들이 모이면 왜 그렇게 유독 용을 쓰는 거야?
뭐, 내 딴에는 분위기도 좋게 좋게 기분도 좋게 좋게 해서 시간을 보내고 헤어지면 좋잖아.
당신은 그렇게 흥분해서 말을 하다 보면 실수할 가능성이 높은 스타일이거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돼..
응, 그건 그렇지. 그래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야.
용쓰지 않아도 좋은 사람이고 괜찮은 사람인 거 가족들이 다 알아.
그러니깐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돼.
헉. 나도 모르게 위로가 밀려왔습니다. (그런데 과연 가족들이 그렇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마음의 위로가 먼저이기에 그 생각은 멀리 보내버렸습니다.
가족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용을 쓰고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가족을 만나고 돌아오면 많이 먹으며 헛헛한 몸과 마음을 채웠습니다. 명절이 끝나고 나면 며칠간 약간 멍한 상태에서 보냈는데 몸도 물론이지만 마음이 지친 겁니다. 용쓰느라.
이번에도 그러고 있었는데 방에서 아내가 경고 아닌 경고를 했습니다. '말이 많다고. 실수한다고. 조심하라고.' 그런데 여느 명절보다 수월하게 지나갔습니다. 마음이 그다지 지치지 않은 것을 보니.
아내의 유혹보다 아내의 경고가 무서운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