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을 가서 세신을 받았습니다. 익숙한 세신사가 자리에 계시지 않아 처음 보는 분께 몸을 맡기고 누웠습니다. 실력 있는 세신사는 리듬감 넘치게 때를 밉니다. 경험하신 분들은 공감하실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때수건이 몸에 닿자마자 알았습니다.
'초보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맡긴 몸을 일으킬 수는 없었습니다. 시원함은 고사하고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에 기분이 살짝 나쁘려고 하는 찰나에 이 분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일을 하시는 겁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뚝뚝 끊기는 때수건과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고 실력 없음을 감추려 흥얼거리는 세신사의 모습이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해서.
'나를 닮은 세신사'
잘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면서 자존심만 세서 묻지도 않고 여유로운 척하며 일했던 즈음이 생각났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머리를 감겨주셨습니다. 샴푸를 손에 짜고는 내 머리를 감기면서 마사지를 해주시는데 두세 번 누르는 정도로 끝나고 어깨를 마사지한다고 몇 번 눌러주시는데 전형적으로 마사지 못하는 사람이 주무르는 느낌이라 거기서
저도 모르게 빵 터질 뻔했습니다. 물론 흥얼거림은 멈추지 않았고 마지막에 제가 고맙다고 목례를 하니 세상 당당한 얼굴로 만족스러워하셨습니다.
'실력이 없으면 나 빼고 주변에서 다 아는구나.'
어느 시점에는 들키는 것이구나. 실력이 쌓이는 시간까지 누군가는 반드시 포용하고 기다려주는 것이 필수적이구나. 그래서
'성공은 누군가의 희생과 기다림을 딛고 서는 것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목욕을 마치고 나왔습니다. 바나나 우유에 빨대를 꽂아 쪽쪽 먹으면서 유쾌하게 집에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