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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Feb 12. 2020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엎으면

에세이 #32

커피를 다시 내려줍니다. 몰랐습니다. 저도, 일한 지 3일 지난 아르바이트생도. 




전 직장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스타벅스에 갔습니다.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A직원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엎어버렸습니다. 완전히.


얼음과 커피가 바닥을 나뒹굴고 온갖 곳에 민폐도 함께 튀겼습니다. 휴지를 들고 와서 바닥을 닦아내고 주문대에 가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이 와서 바닥을 닦았는데 괜히 서서 지켜보기 민망해 티슈를 달라고 해서 같이 닦았습니다. 정리를 마치고 추가로 커피를 주문해서 앉았습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생이 다시 와서 말하는 겁니다.


"제가 정확히 몰라서 안내를 못 해 드렸는데 매장에서 커피를 쏟으면 다시 드릴 수 있습니다. 매장에서 드시는 것은 안되고 테이크 아웃은 가능합니다."


저희는 고맙다고 나가면서 주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3분 뒤.


왼쪽 가슴에 STAFF 명찰을 다신 분이 아르바이트생을 데리고 왔습니다. 대뜸 보니 아르바이트생이 뭔가 또 잘못 안내했구나 싶었는데 얼굴 표정에 난처함이 가득했습니다.


스태프분은 친절하게 설명했습니다. (친절한 웃음 속에 약간 의도가 있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일한 지 3일밖에 되지 않아서 저희 직원이 정확히 모르고 안내를 잘못했습니다."

"지금 같은 커피로 매장에서 드실 수 있고 테이크 아웃은 어렵습니다."

"바로 준비해드릴까요?"


지금 먹으나 들고나가나 똑같은데 솔직히 속으로 '그게 무슨 차이가 있지?'라는 생각이 가득했지만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난처한 얼굴을 하고 옆에 서 있는 아르바이트생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왠지 스태프분이 교육 차원에서 같이 데리고 와서 옆에 세워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벌 받는 것처럼.


그때 불쑥 옆에 있던 B 직원이 말했습니다.


"저희가 커피를 엎어서 되게 난처했는데 아르바이트생 분이 빨리 정리해주셔서 고마웠어요."


B직원이 시크하게 던진 말에 스태프분은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고맙다고 말했지만 뭔가 개운치 않아 보였습니다. 매장 직원들이 가고 B가 이어서 말했습니다.


"괜히 밑에 알바생 옆에 세워놓고 즐기는 것 같지 않아? 꼴 보기 싫게? 그렇지 않아? 나만 그렇게 느꼈나?"


저도 그렇게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같이 일하면서도 종종 느꼈는데 B가 참 좋은 사람이구나 싶었습니다. 아! 그런데 B가 뒤끝이 좀 있습니다.


"다음부터 여기 오지 말자. 저 사람 꼴 보기 싫어."


그래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사진출처 : http://overview.kr/brand/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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