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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Dec 15. 2022

불행은 내 삶에 가까이 있다.

에세이 #72

 불행은 내 삶에 영원히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삶은 길게 보면 공정하나 짧게 보면 불공평합니다. 불공평한 삶에서 불행이 찾아와도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반대로 행운이 찾아와도 그 또한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삶에서 발생하는 그저 크고 작은 사건입니다.


 그렇다고 불행이 찾아올 때 한 치의 흔들림이 없거나 평온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무지막지하게 흔들리고 마음껏 불안을 만끽하며 허우적거릴 때도 있습니다. 나를 찾아온 불행은 단 한 번도 똑같은 모습으로 찾아오지 않았으니 당최 적응할 방법이 없습니다. 설사 적응할 즈음에 떠나버립니다. 그러니 때론 흔들릴 만큼 흔들려도 보고 불안감에 쩔어지내는 것도 괜찮지 않나 생각합니다.


 흔들리지 마라. 불안해하지 마라. 그런 말이 힘이 된 적이 없습니다.


 흔들리고 또 흔들리다 보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불안감에 쩔어 적당한 시간을 보내면 불안을 극복하는 내적인 힘을 가지기도 합니다. 인간은 누구보다 자신을 보호하고 지킵니다. 그 본능에 충실하며 지구를 지배했고 자연계 최상위층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깐 흔들려도 되고 불안을 느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나는 흔들리지 않아야 된다.', '나는 늘 평온함을 유지해야 한다.' 뭐 그런 생각으로 자신을 속여봤자 그 순간뿐입니다. 한평생 자신을 속이며 살 수 없습니다. 그러니 불행이 찾아오면 '그래, 나 찌질하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됩니다.


 나는 대단한 집안에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았고 공부를 잘해서 일류 대학을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누구나 우러러볼만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지 않고 대단한 직업을 가져본 적도 없습니다. 그러니 뭐 그까짓 것 잃어도 된다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그 마음만 있다면 불행이 찾아와도 또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사람을 상대하며 가장 난처할 때는 원하는 것이 없어 보이는 사람입니다. 모든 관계는 서로 원하는 것을 교환하고 충족하며 유지됩니다. 그런데 상대에게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 간혹 있습니다. 순전한 관계, 진심을 담은 인간적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입니다. 아니면 자기가 원하는 바를 감쪽같이 속이는 사람이거나. 어쨌든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사람을 대하는 것은 만만치 않습니다.  


 불행이 이와 유사합니다. 왜 내 삶에 찾아온 것인지 알 길이 없고, 누구의 잘못인지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그저 나를 찾아왔고 발생한 일입니다. 그러니 내 삶에 찾아온 손님처럼 대접하고 또 떠나가기를 바라야 합니다. 그러니 참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죠.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벌어진 일을 수습하며 보내는 때도 있지 않습니까?


 삶은 불완전합니다. 행운이 깃드는 순간이 있으면 불행이 찾아오는 시간도 있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나를 찾아온 행운과 불행은 서로 다른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둘은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나 사실 똑같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불행은 내 삶에 가까이 있습니다. 그러나 행운은 내 삶에 더 가까이 있습니다. 그러니 불행이 찾아온 시기, 내 삶에 찾아온 행운을 찾아봅니다. 그렇게 나 자신을 행운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가져다 놓는 겁니다. 불행으로부터 한 걸음 더 멀어질 수 있도록.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불행이 행운으로 바뀌는 어느 시점을 만날 겁니다. 그때 잠시 안도하며 평온한 일상을 누리는 것이겠지요.


 불행이 찾아온 날, 그저 좋은 음악을 들으며 끄적여봅니다. 내 삶에 주어진 행운에 감사함을 담아. 나를 찾아온 불행이 행운으로 바뀌는 어느 시점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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