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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Feb 14. 2023

"아빠가 옆에 없어서 나왔어."

아빠육아 #26

 지난 주말 자정을 넘긴 시간 두 딸이 잠들었습니다. 오랜만에 아내와 둘이 TV를 보며 맥주 한잔했습니다. 꽤 고단했던 하루라서 약간의 여유가 너무 좋았습니다. 아내는 TV 길게 보지 못하고 먼저 들어가 잠들었습니다. 저는 혼자 이것저것 채널을 돌리다 김성근 감독님이 나오는 최강야구를 한참 재미있게 보고 있었습니다.


 늦은 밤, 맥주 한 모금과 TV를 보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왠지 모르게 아내와 두 딸이 안방에서 잠들고 홀로 거실에서 TV를 보면 안정감이 듭니다. 그 순간 저는 잘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 이유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둘째는 생긋생긋 웃으며 자기 원하는 것을 반드시 이뤄내는 성향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첫째 딸은 어느덧 언니가 되었지만 제 눈에는 여전히 꼬꼬마 친구처럼 보입니다. 물론 여전히 사랑스럽구요.


 첫째와 요즘 부쩍 가까워졌습니다. 연초에 입원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두 달간 매일 함께 내며 쌓인 감정이 참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강야구에 한참 몰입해서 맥주를 한모급 딱 넘기려는 순간, 안방문이 스르르 열렸습니다. 첫째 딸이었습니다. 눈이 잘 떠지지 않는지 실눈을 뜨고서는 비몽사몽간에 걸어오며 말했습니다.



아빠가 옆에 없어서 나왔어.



 첫째 딸은 요즘 부쩍 제 곁에서 잠을 청합니다. 새벽에 잠자리에서 깨면 꼭 옆에 아빠가 있는지 제 얼굴을 만지거나 팔베개를 하라고 당기기도 합니다.


응, 아빠가 없었어? 어서 들어가자. 들어가.



 황급히 TV와 거실 조명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딸을 옆에 누이며 발베개를 하고 등을 어루만지며 다시 잠을 재웠습니다. 그러다 저도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며 저도 모르게 감사기도를 했습니다.


"하나님, 저에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자녀를 허락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시간이 지나기억에 남지 않을 그저 그런 일상일 수 있으나 유난히 눈을 비비며 빠를 찾는 목소리, 표정, 걸음걸이가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그저 나를 찾아줘서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2023년 새해는 유독 성장하는 딸의 모습에 아쉬움을 느낍니다. 이 모습은 딱 지금 이 순간이 끝이겠구나. 마음껏 안아보고 마음껏 뽀뽀하고 마음껏 장난치는 시간도 나에게 그다지 많이 남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 곧 첫딸은 한글을 배울 겁니다. 언젠가 아버지가 끄적인 졸렬한 글을 보는 날이 오겠지요. 글은 졸렬하나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졸렬하지 않은 아빠의 진심 전해지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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