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숲의 기운을 담은 바다 닮은 나무
남해 500년 창선도 왕후박나무
왕후박나무는 녹나무과의 늘푸른나무인 후박나무의 변종으로, 후박나무보다 잎이 더 넓다. 뿌리를 깊게 뻗는 설징이 있으며 해안가에서 잘 자라서 주로 바람을 막기 위해 심는다.
남해 창선도 왕후박나무는 높이가 9.5m이며, 밑동에서부터 가지가 11개로 갈라져 있고, 나이는 5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이 마을에고기잡이를 하던 노부부가 어느 날 큰 고기를 잡았는데, 고기의 배를 갈라보니 배 속에 씨앗이 있었다. 이상해서 씨를 뜰에 뿌렸더니 지금의 왕후박나무가 자라났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이 나무 밑에서 쉬어 갔다고 하여 '이순신 나무'라고도 불리운다.
오랜 세월 조상들의 관심과 보살핌 가운데 살아온 나무로 여러 면에서 보존 가치가 높다. 마을사람들은 이 나무를 신성히 여겨 매년 마을의 평안과 물고기가 많이 잡히기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고 있다.
남해 바닷가와 인접한 넓은 평야쪽에 위치해있는 왕후박나무는 보호수를 찾으러 다니기 시작한 후 처음 만난 천연기념물이었다. 천연기념물은 일반 보호수와 뭐가 다를까 싶었는데, 스케일 자체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는지 알수 있을 만큼. 왕후박나무 앞에 도착하는 순간, 엄청난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되었다. 수형도, 모양도, 크기도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에 왕후박나무는 이 나무 한그루가 전부라고 한다. 그만큼 더욱 가치가 있다는 것.
몸통이 11개로 갈라져 있어 확실히 나무가 하나는 아닌 것 처럼 보이는데, 뿌리는 하나이니 하나의 나무가 맞다. 어떻게 이런 모습일 수가 있을까. 너무 신기하다. 거대해서 사진에 잘 담기지도 않았다. 나무가 살아있는 생명체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 것도 이 왕후박나무를 만난 덕분이다. 지금 당장 움직여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나무. 나무가 얼마나 경이로운 존재인지를 알게 해준 나무였다.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아름다움을 전해온 왕후박나무는 오랜 세월의 흐름과 세월의 힘이 고스한히 배어있다. 나무와 가까워 질수록 나무 한 그루가 아닌 차분한 숲에서 들릴 법한 소리가 났다. 쏴아아 하고, 정말 거대한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 후박나무 자체가 잎도 크고 수형도 크다보니 예로부터 바닷가 근처에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용으로도 심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꼭 파도가 치는 소리 같기도 하다. 500년의 세월 동안 바다 앞을 지켜온 만큼 바다를 닮아 바다의 소리를 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500년동안 위로는 큰 가지를 뻗고 아래로는 깊은 뿌리를 내리며, 앞에서는 바다를 막아주고, 여름에는 뜨거운 햇빛을 피하게 해주는 든든한 존재였을 왕후박나무. 사람에게 뿐만 아니라 나무를 필요로 하는 모든 생명체에게도 오래된 나무는 귀한 존재이다. 우리가 집을 잃는 것이 두려움이 되듯, 모든 생명체 또한 그럴테니.
이 든든하고 거대한 나무의 품은 모두에게 집과 같은 존재이지 않을까.
수종 : 왕후박나무
지정번호 : 천연기념물 제 299호
지정일자 : 1982.11.9
수령 : 약 500년 이상 추정
수고 : 9.5m
가슴높이둘레 : 1.1∼2.8m
가지퍼짐 : 동쪽 10.4m, 서쪽 7.0m, 남쪽 7.7m, 북쪽 12.0m
소재지 : 경상남도 남해군 창선면 대벽리 669-1번지 8필
종류/분류 : 자연유산 / 천연기념물 / 문화역사기념물 / 민속
방문일시 2023. 4.2